은행 사칭 전화·문자 급증
5명 중 2명이나 사기 노출
매년 피해규모 수십억 달러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지적
인공지능(AI) 기술이 발전하면서 금융사기도 갈수록 정교하고 교묘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어색한 문장이나 수상한 링크가 사기의 대표적인 신호였지만 이제는 실제 은행 직원과 구별하기 어려운 AI 음성, 가짜 고객센터, 금융기관을 그대로 흉내 낸 문자와 웹사이트까지 등장하면서 소비자들의 경계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은행 직원을 사칭해 AI로 목소리를 복제한 전화나 음성 메시지가 소비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AI 금융사기로 꼽혔다. 전화를 받는 순간부터 실제 은행에서 걸려온 것으로 믿게 만든 뒤 계좌번호와 비밀번호, 일회용 인증번호 등을 요구하거나 “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 돈을 안전한 계좌로 옮겨야 한다”며 송금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최근 크레딧 원 뱅크가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이 같은 불안이 고스란히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5명 중 2명 이상이 AI를 이용한 금융사기를 직접 경험했거나 사기에 노출될 뻔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또 약 84%는 AI 금융사기에 대한 우려 때문에 금융 관련 행동을 한 가지 이상 바꿨으며, 절반 이상은 모르는 번호로 걸려오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답했다.
AI 금융사기는 단순히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높이는 수준을 넘어 실제 금융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연방거래위원회(FTC)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2025년 신고한 전체 사기 피해액은 약 159억 달러에 달했다. FTC에 접수된 사기 신고만 약 300만건이었다. 신고되지 않은 피해까지 감안하면 실제 손실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금융기관이나 정부기관, 기업 등을 사칭하는 ‘임포스터 사기’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FTC에 따르면 2025년 임포스터 사기로 신고된 피해액만 35억달러로, 2020년 이후 거의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 가운데 은행 등 금융기관을 사칭하는 사기가 가장 큰 피해를 낳은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약 70%는 최근 금융기관을 사칭한 것으로 의심되는 연락을 한 차례 이상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 절반 가까이는 은행에서 연락이 왔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알고 있는 공식 전화번호로 은행에 다시 전화해 확인하기 전에는 믿지 않는다고 답했다.
소비자들이 가장 우려한 AI 금융사기 유형은 은행 직원의 목소리를 AI로 복제한 가짜 전화나 음성 메시지였다. 약 24%가 이를 가장 두려운 유형으로 꼽았다. 그 다음은 실제 금융기관의 사기 경고처럼 꾸민 가짜 문자메시지로 약 22%가 우려했다.
AI 음성사기가 특히 위험한 이유는 사람의 가장 기본적인 신뢰 수단인 ‘목소리’를 악용하기 때문이다. “고객님의 계좌에서 수상한 거래가 발견됐다”, “지금 바로 본인 확인을 하지 않으면 계좌가 잠긴다”, “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 돈을 다른 계좌로 옮겨야 한다”는 식으로 긴급상황을 만든 뒤 소비자가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는 방식이다.
FBI 인터넷범죄신고센터(IC3)에 따르면 2025년 인터넷을 이용한 각종 범죄 신고는 약 100만8,600건, 신고된 피해액은 무려 208억8,000만 달러에 달했다. 피해액은 2024년보다 26% 증가했다.
<조환동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