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엘리트 학원
첫광고
경동나비

[전문가 칼럼] 침대에서 주무시는 개님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09-04 16:49:55

전문가 칼럼,김케이,임상심리학 박사,침대에서 주무시는 개님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예전에 근무하던 미국 상담기관에서는 직원들을 위해 한 달에 한번 ‘애완동물의 날’을 지켰다. 자기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 강아지 등을 오피스에 데리고 와서, 일하는 동안 책상 밑에 두기도 하고 중간 중간 런치 룸에서 함께 놀아주었다. 케이지도 없이 거북이나 도마뱀을 가져오는 동료들을 멀리 피해 다녔지만, 굳이 찾아가서 그런 애들의 징그러운 등짝을 쓰다듬는 사람도 많았다.

누가 뭐래도 나는 개 파다. 개만 빼고 다리가 4개 이상인 동물은 다 무섭다. 시시각각 슬픔과 기쁨과 때론 아쉬움마저…. 감정이 풍부하게 담긴 그들의 두 눈을 마주할 때 어찌 사랑하지 않고 배길 수가 있단 말인가. 종일 일터로 뿔뿔이 헤어졌던 가족들이 저녁 식탁에 모여 앉아 하하호호 하고 있다가 문득 ‘얘가 어딜 갔지?’ 하고 둘러보면 혼자 문 열고 나간 마당 한쪽, 서편에 지는 붉은 노을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앉아있는 조그만 뒷모습은 늘 애틋하다.

옆집 미국인 부부도 개를 키운다. 우리 집 귀염둥이는 본래 사람인데 우리 좋으라고 그냥 강아지 모양으로 태어나 준거다. 진짜다. 옆집 개는 핏불테리어다. 작은 눈에 표정도 사납고 어깨는 쌈꾼처럼 벌어졌다. 주인 말은 안 듣기로 작정을 한 듯 고집불통인데 어쩌자고 내가 자기를 예뻐한다고 믿는다. 서로 산책하다가 마주치면 벌렁 누워 자기 배를 쓰다듬으라고 내 몸에 막 기댄다. 옆집 아줌마가 말리기는커녕 애정 어린 목소리로 내게 말한다. “이 녀석, 정말 이쁘지 않니?”

그들이 여행으로 집을 비울 땐 템퍼페딕 매트리스에 개인 수영장이 제공되는 고급 개 호텔에 투숙시킨다. 개가 아니고 개님이시다. 집에 돌아오면 그동안 쌓인 개님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기 위해 개 지압사를 불러 전신 마사지를 시킨다. 주 2회 전용 트레이너에게 행동 교정 과외수업도 받는다. 우리 집이랑은 따로 펜스가 없고 키 큰 나무들이 담장을 대신하므로 종종 트레이너가 말하는 소리가 들린다. “오우! 굿 보이!”라든가, “스마트! 베리 굿!” 그 고집퉁이 핏불이 칭찬을 듣는다고? 살펴보니 트레이너가 있을 때만 잘하고 수업이 끝나고 나면 주인 부부는 개님에게 봉이다. 스마트 하긴 하네, 두 얼굴의 개님.

밤이 되면 우리 집 개님도 자기 집을 놔두고 우리 침대에서 주무신다. 첨엔 좀 눈치를 보더니 어느 틈에 침대 한가운데가 자기 자리다. 남편과 나는 그분께 자리를 내드리고 각자 양옆 침대 가장자리에 대롱대롱 매달려 잔다. 옆집에 물어보니 자기네도 그러는데 개님 깨실까봐 침대에서는 절대 TV를 보지 않는다고 했다.

‘개는 천재다.’ 듀크대 개 인지과학자 브라이언 헤어박사의 책 제목이다. 인간이 늑대를 가축화해 가정견을 탄생시켰다는 동물학계 통설은 더 이상 사실이 아니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영리하고 천재적인 개가 공격성을 띠는 것보다 인간과 친밀하게 지내는 것이 생존에 이롭다는 사실을 깨닫고 진화를 거듭해 스스로 개가 됐다는 것. 개님은정말 천재 아니신가!

<김케이 임상심리학 박사>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경제 트렌드] 아라비카 원두가격 사상 최고치
[경제 트렌드] 아라비카 원두가격 사상 최고치

커피값 계속 오른다브라질 등 작황 부진 커피 원두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덩달아 시중 커피 가격도 오르고 있다. 소비자들은 스타벅스 등 커피 지출을 줄이고 있다. [로이터

황병구 명예회장 "2025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 축제의 장으로"
황병구 명예회장 "2025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 축제의 장으로"

미주한상총연, 내년 4월 애틀랜타서 재외동포청과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 개최"한미 양국서 1만5천명 참여 독려…한국 문화 알리는 기회로도 활용"  황병구 미주한상총연 명예회장은 내

[비즈니스 포커스] '보다 아이케어' 오픈... '맞춤형 아이케어 서비스'에 집중
[비즈니스 포커스] '보다 아이케어' 오픈... '맞춤형 아이케어 서비스'에 집중

내년 1월 4일 그랜드 오프닝최첨단 기기로 정확성 높혀 “저희 병원을 이용하시는 분들이 특별하고 존중받는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어요”스와니에 새로운 안과 병원 ‘보다 아이케어(VOD

국경 넘다 출산 10대 여성, 아기와 강제추방
국경 넘다 출산 10대 여성, 아기와 강제추방

의료지원 없이 국경에 방치임시 재입국허가 터커 거주AAAJ 도움  배상소송 제기  멕시코 국경을 넘어 불법입국하다 적발된 10대 임산부가 출산 뒤 적절한 의료조치 없이 강제퇴원 당

GMC 블루 박은석 회장 귀넷상의 체어맨스 클럽 합류
GMC 블루 박은석 회장 귀넷상의 체어맨스 클럽 합류

300여 경영자가 모인 최고 멤버십 레벨미국기업과 네트웍 통해 사업확대 기대 한인 종합건설회사인 지엠씨 블루(GMC Blue)의 박은석 회장이 지난 17일 귀넷상공회의소 최고 멤버

[애틀랜타 칼럼] 목자들의 성탄 준비

이용희 목사 목자라는 말에서 여러분들은 어떤 느낌을 받습니까? “양치는 목동들” 하면 평안한 안식과 낭만적이고 목가적인 분위기가 느껴지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예수님 당시 팔레스틴의

교도소 재소자에 한인 사랑 전해
교도소 재소자에 한인 사랑 전해

김철식 선교사 스미스 교도소 집회소명교회, 연합장로, 중앙장로 봉사 조지아 남부 그랜빌 소재 스미스 주립교도소 1600명의 재소자들에게 한인들이 사랑의 나눔을 전하고 희망의 메시지

개스비 부담 던 올 성탄절 연휴 여행
개스비 부담 던 올 성탄절 연휴 여행

애틀랜타 평균 2.95달러여름철 대비 50센트하락  성탄절과 연말연시 연휴를 맞아 조지아에서는 370만명이 여행을 떠날 것으로 예측됐다. 이 중 330만명이 자동차를 이용해 여행에

디딤돌 선교회, 크리스마스 나눔과 돌봄 행사 개최
디딤돌 선교회, 크리스마스 나눔과 돌봄 행사 개최

벧엘·제일장로교회, 장애인체육회, CBMC스와니지회  디딤돌선교회(대표 송요셉 목사)는 지난 21일 오전 8:30부터 다운타운 우드러프 파크에서 크리스마스 사역의 일환으로 70여명

카터와 고향 플레인스의 'Endless Love'
카터와 고향 플레인스의 'Endless Love'

우체국 이름 ‘카터 앤  로잘린 카터’로 지미 카터 전 대통령과 부인 고 로잘린 카터 여사 고향에 있는 우체국 명칭이 이들의 이름으로 변경된다.연방상원은 지난 19일 조지아 플레인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