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국 대학에서 60세에 은퇴하고 한국 한동대학에서 2000년부터 2011년까지 11년 동안 학부에서 사회학, 문화인류학, 그리고 국제법률대학원에서 형사 정책(Criminal Justice)을 가르쳤다. 국제법률대학원 졸업생은 미국 변호사 시험을 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는 유일한 한국 대학원이다.
내가 한국에 머무는 동안 동료 교수나 학생들과 함께 즐겨 찾는 묵은지 고등어조림으로 이름이 난 한 음식점을 자주 찾았다. 2년 쯤 묵은 배추김장김치로 고등어를 조려 요리한 이 음식은 군내가 나면서도 입맛을 돋우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한국에서 국민 생선으로 알려진 고등어는 구이, 무조림, 회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요리되고 있다.
그런데 이 가운데서 내가 묵은지 고등어조림을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한국 사람만이 이해 할 수 있는 군내 나는 특이한 냄새다. 아마 이 냄새는 한국사람 말고는 이해하는 사람이 없으리라. 이 식당주인의 말에 의하면 잘 발효된 김치일수록 고등어조림 맛이 좋다고 했다. 한국 김치의 특징은 누가 뭐라고 해도 그 맛이 어떻게 발효되었는가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메릴랜드주 엘리콧시티 D 음식점에서 묵은지 고등어조림을 식단에 올렸다. 나는 한국에서의 향수를 살려 이 음식점에 가끔 찾아가 묵은지 고등어 요리를 즐겼다. 그런데 이 음식점의 요리가 한국에서 먹던 것보다는 어쩐지 맛이 덜 한 것 같았다. 그래서 주인에게 내가 경험한 한국에서의 묵은지 고등어조림에 대해 말씀드렸다. 그 뒤부터 이 음식점은 발효가 더 잘된 배추김치를 사용하여 한국에서의 맛에 버금가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식당 주인이 바뀐 후 한 7년 전부터 이 음식점에서 묵은지 고등어조림을 안타깝게도 식단에서 빼서 마음이 아프다. 나는 이 지역 어느 식당에서 묵은지 고등어조림을 하는 지를 알고 싶다.
지난 19일 메릴랜드 한인 단체들이 하워드카운티 보건국의 김치 규제를 완화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기 모임을 가졌다고 한다. 하워드카운티 보건국의 과도한 단속과 강한 김치 규제에 대해 메릴랜드 한미연합회(AKUS, 회장 장인훈)가 대책 마련에 나선데 이어 메릴랜드 한인 단체 장들이 컬럼비아 소재 메릴랜드 한인회관에서 공동 대책회의를 가졌다는 언론 보도를 보았다. 참석자들은 대책을 추진하기 위해 안수화 회장과 장마리오 회장을 공동대책준비위원장으로 선임했다 한다. 이 책임을 맡은 공동위원장이 보건 당국과 대화를 할 때 한국 고유의 발효식품인 김치에 대해 어떻게 해를 시킬 수 있는지가 문제를 해결하는 관건이 될 것 같다. 위생당국 담당자나 검사관이 묵은지 고등어조림에서 보여주는 한국 김치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문화적인 차이에서 일어난 문제일 수 있다.
인내를 갖고 증거로 관계자들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위생검사 과정에서 김치가 가지고 있는 특성을 배려할 수 있도록 검사 규정을 바꾸어 적용하도록 해야 될 것 같다. 한류 문화가 세계화되고 특히 음식문화 가운데 김치가 한국 음식의 대표로 국제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한국 식당 위생검사 과정이 현실에 맞도록 바뀔 것을 확신한다.
<허종욱 전 한동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