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우호 언론들도 등돌려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경제 공약 중 식료품 대기업들의 과도한 가격 책정(이하 바가지)을 법으로 단속하겠다는 약속이 뜨거운 논쟁을 부르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16일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경제 공약을 밝히면서 “식료품 바가지 가격을 연방 차원에서 금지할 것”이라면서 “대기업이 소비자들을 불공정하게 착취해 폭리를 취할 경우 새로운 규제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규정을 어기는 기업들을 수사해 처벌할 권한을 연방거래위원회(FTC)와 주 법무장관에 부여하겠다고 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의 공급망 위기가 완화했고, 전체 물가상승률도 큰 틀에서 하향 곡선을 그리는 상황에서 유권자들의 일상에 가장 직접적 영향을 주는 ‘장바구니 물가’가 좀처럼 내려가지 않자 제시한 ‘비상 처방’이었다.
시장경제의 최선봉에 선 미국에서 가격 책정에 정부가 ‘몽둥이’를 들고 개입할 것임을 시사한 데 대해 ‘사회주의적’이라고 공격하고 나선 경쟁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응은 차치하더라도 중도·진보 성향 언론들까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실질적 계획 발표 대신 포퓰리스트 꼼수로 시간을 허비했다”고 해리스의 경제 공약을 총평한 뒤 바가지 단죄 공약에 대해 “많은 비평가는 1970년대 리처드 닉슨 당시 대통령의 실패한 가격통제를 거론한다”고 비판했다.
WP는 “그 문제를 다루는 하나의 길은 유권자들에게 2021년 인플레이션이 주로 팬데믹이 공급망을 경색시켰기 때문이며, 바이든-해리스 행정부가 지지한 연방준비제도(FRB·연준)의 정책은 그것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솔직히 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WP는 이어 “해리스 부통령은 ‘대기업 비난’이라는 덜 솔직한 길을 택했다”며 “그녀는 모호하게 정의된 ‘바가지 가격에 대한 연방 차원의 금지’를 FTC가 집행하게 함으로써 식료품 마트, 부동산회사, 제약회사와 그외 ‘기업 가해자’들의 ‘바가지’를 단속하겠다고 맹세했다”고 꼬집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공급망 위기가 인플레이션의 보다 더 근본적인 원인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기준이 모호한 ‘바가지’를 단속하겠다고 나선 것은 대증적 처방이라는 진단이었다.
CNN 방송도 문제를 해소하기보다는 문제를 더 만들 것이라는 게 일부 경제학자들의 견해라고 보도했다.
코로나19 확산 때 도입된 ‘바가지 금지 법률’들을 연구했던 개빈 로버츠 웨버 주립대(오리건주) 학과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바가지 금지법 시행 후 관찰 결과 소비자들이 해당 법 덕분에 절약하게 된 액수만큼 저축하기보다는 더 많이 사는 쪽을 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로버츠는 해리스식 ‘바가지 처단’이 실제 이뤄지면 바가지 가격과 적정 가격 간의 ‘큰 차이’를 활용해 시장에 진입하려 하는 업자들에게 결과적으로 ‘진입장벽’을 만들게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