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김성희 부동산
이규 레스토랑

[정숙희의 시선] 지구온난화, 와인산지도 변한다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08-14 13:47:54

정숙희의 시선, LA미주본사 논설위원,지구온난화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얼마 전 LA타임스에 나온 두 가지 뉴스가 관심을 끌었다. 

하나는 한국 발 기사, 10년전 한 전직 수학교사가 서울 외곽의 주말농장에 바나나 묘목을 심었고 공들여 재배한 끝에 올여름 드디어 바나나열매가 주렁주렁 열렸다는 것이다. 아열대 작물인 바나나가 온대지역에서 열리다니, 이 신기한 광경을 보러 연일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이것이 지구온난화의 명백한 증거라 말하고 있다.   

또 다른 기사는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의 60년 후 기온을 예상한 지도를 보여준다. 메릴랜드대학 환경과학센터가 개발한 매핑 도구에 따르면 화석연료 사용이 지금처럼 계속될 경우 2080년 LA는 여름이 7.7도, 겨울은 5.6도 더 더워져서 샌버나디노 카운티의 리알토 시의 기후와 비슷해진다. 또 샌프란시스코는 여름이 8.5도, 겨울 6.4도 더 따뜻해져 샌디에고 인근 도시들과 같아지고, 북가주 레딩의 삼림지대는 애리조나주의 건조관목지대처럼 변하게 된다. 

NASA 기후연구소의 예측도 비슷하다. LA의 8월과 9월은 이미 20세기 초보다 7~8도 더 올랐기 때문에 2080년이 되면 알제리나 요르단과 비슷해진다. 또 뉴욕은 텍사스, 시카고는 오클라호마, 마이애미는 사우디아라비아처럼 변한다는 것이다. 바로 우리 자녀세대의 일이다.

이제 기후변화는 되돌릴 수 없는 티핑포인트를 넘어섰다. 해마다 여름은 더 더워지고, 홍수와 가뭄은 더 심해지며, 산불은 더 커지고, 바닷물은 더 높아진다. 에어컨디션을 달고 사는 우리는 크게 체감하지 못하지만 이를 피부로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땅을 파서 물을 대고 농사짓는 사람들이다. 그 중에서도 포도를 재배하는 농부들은 이 문제에 가장 민감하다. 그해의 날씨가 포도수확량은 물론 와인의 맛을 크게 좌우하기 때문이다. 

와인용 포도는 재배환경에 예민해서 한 해의 태양과 비, 기후조건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또 각 포도품종은 저마다 좋아하는 재배환경이 달라서 더운 지역에서 잘 되는 품종이 있는가 하면 서늘한 곳에서 천천히 익어가는 품종이 있다. 인류는 수천년의 경험에 의해 어떤 지역에서 어떤 포도가 잘 자라는지를 알고 있고, 그 지도는 오랫동안 변하지 않았다. 그런데 20세기 들어 갑자기 지구가 더워지면서 적합한 와인산지가 빠른 속도로 북상하고 있는 것이다.

수년전 빈에 갔을 때 그곳 와인들을 마시면서 놀란 적이 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 추운 지역은 전통적으로 화이트와인 생산지인데 의외로 맛있는 레드와인이 적지 않았다. 레스토랑 서버들은 자랑스럽게 레드와인을 권했고, 마셔본 결과 상당히 훌륭했다. 지구온난화 덕분에 화이트와인 생산지에서도 레드와인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심지어 과거 포도재배는 꿈도 꿀 수 없었던 추운 지역들- 영국, 덴마크, 벨기에,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에서도 최근 와인생산이 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2021년 스웨덴와인협회에 따르면 15개 지방자치단체에 와인산지가 분포해있고, 와인생산업체가 5년 동안 계속 늘어 64개에 달하며, 스웨덴 산 와인 레이블이 300개나 된다. 영국은 2000년대 초반부터 남부지역에서 스파클링 와인을 재배하기 시작했는데 샴페인 뺨치는 품질을 자랑하며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그러면 전통적으로 맛있는 와인을 생산해온 곳들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보르도, 부르고뉴, 나파 밸리, 워싱턴, 피에몬테, 토스카나, 리오하… 우수한 레드와인 산지로 꼽혀온 이곳들은 안타깝게도 머잖아 품질 좋은 와인 생산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폭염과 가뭄 때문이다. 

네이처(Nature)에 게재된 한 연구는 지구온난화로 세계 와인산지 중 70~90%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프랑스 농업식량환경 연구소는 이번 세기 말까지 세계 72곳의 와인산지 가운데 64곳이 와인을 생산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포도나무가 싹트는 시기, 포도알이 영그는 시기, 수확기가 모두 50년 전에 비해 15~18일이나 빨라졌고 수확량은 점점 더 줄고 있으며 와인의 품질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나파 밸리는 산불이 큰 문제다. 2017년 10월 소노마, 나파, 멘도시노에서 40명이 숨지고 5,600여개 건물이 전소된 산불(Tubbs Fire)을 기억할 것이다. 2020년 9월에 일어난 산불(Glass Fire)은 또 다시 1,500여 건물을 태우고 31개 와이너리에 큰 피해를 입혔다. 

산불은 화재로 인한 직접 피해도 크지만 며칠이고 계속 날리는 재와 연기로 인한 간접피해가 더 무섭다. 늦여름 산불은 포도수확기와 겹치기 때문에 한창 무르익어가는 포도알에 재가 들러붙고 연기가 스며들면 섬세한 와인양조가 불가능해진다. 적지 않은 프리미엄 와이너리들이 2020년 빈티지를 아예 포기한 이유다. 

이미 보르도와 나파에서는 카버네 소비뇽을 대체할 품종들을 실험적으로 심어보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2천여년 역사의 보르도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카버네 소비뇽이 없는 보르도와 나파 밸리를 상상할 수 있을까?   

지난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지구온난화의 종식’을 공식 선언하고 대신 “이제 지구가 끓어오르는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글로벌 워밍이 아니라 글로벌 보일링 시대라는 무서운 선언이다. 세계기상기구(WMO)가 발표한 2023년 7월 데이터를 보면 지구 기온은 인류가 측정을 시작한 이후의 모든 기록을 깨뜨렸다. 

머잖아 세계 와인지도를 다시 써야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한잔의 와인에도 지구온난화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다.     

<정숙희  LA미주본사 논설위원>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법률칼럼] OPT 이후, 미국에 남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 ‘전략’이다

케빈 김 법무사 2026년 현재, 미국 유학생 시장에서 가장 위험한 착각은 이것이다. “OPT만 받으면 일단 버틸 수 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지금 구조는 완전히 다르다. OPT

뇌종양 투병 12세 소년의 작은 기부 큰 반향
뇌종양 투병 12세 소년의 작은 기부 큰 반향

차 팔아 22달러 25센트 병원에 기부해주민 기부 동참, Aflac 대표 10만 달러   조지아주의 한 12세 소년이 뇌종양과의 사투 속에서도 암 연구를 위해 모은 작은 기부금이

[행복한 아침] 누구세요, 저를 아세요

김 정자(시인 수필가)       서로를 Best Friend Forever라 불러주는 친구가 세상 없는 심각한 얼굴을 하고 말없이 물끄러미 쳐다보기만 하고 있다. 전에 없던 표정

귀넷 검찰, 경찰관 살해 남성에 사형 구형 방침
귀넷 검찰, 경찰관 살해 남성에 사형 구형 방침

경찰 1명 살해, 1명 중상 입혀 조지아주 귀넷 카운티 대배심은 지난 2월 지역 경찰관을 총격 살해한 혐의로 35세 디캡 카운티 남성을 22일 기소했다.귀넷 카운티 검찰에 따르면,

아키플랜, 건축 디자인 부문 우승 쾌거
아키플랜, 건축 디자인 부문 우승 쾌거

SK온-현대차 배터리공장 '더 커먼스' 설계 스와니 한인 건축 디자인 회사 아키플랜(대표 토니 김)이 지난 18일 애틀랜타 서밋 앳 8 웨스트에서 열린 미 건축가협회(AIA) 조지

고유가에 3월 전기차 시장 급성장
고유가에 3월 전기차 시장 급성장

3월 신차 20.2%, 중고차 53.9% ↑현대차 전기차 판매 40% 급증해 미국 전기차 시장이 지난 3월 새로운 모델이나 파격적인 혜택이 아닌, '주유소 가격표'의 영향으로 강력

조지아주 소득세 환급 5월 초 지급
조지아주 소득세 환급 5월 초 지급

개인 250달러, 부부 500달러 환급 조지아주 납세자들이 손꼽아 기다려온 일회성 소득세 환급금이 오는 5월 초부터 본격적으로 지급될 전망이다. 조지아주 세무국(DOR)의 보고를

물리면 죽을 수도…’아시안 침 개미’ 주의보
물리면 죽을 수도…’아시안 침 개미’ 주의보

작년 이어 올해도 주 전역 확산 독성이 강한 외래종인 아시안 침 개미 (Asian needle ant)가 지난해 이어 올해에도 조지아 전역에 확산되면서 주의가 요구된다.조지아 대학

민주 바텀스,  공화 후보 모두 눌렀다
민주 바텀스, 공화 후보 모두 눌렀다

공화 성향 에설론 인사이트 후보간 가상 대결 여론조사 바텀스, 오차범위 안서 앞서 올해 조지아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 유력 후보인 키샤 랜스 바텀스 후보가 공화당 후보들에게 오차

애틀랜타 동물원,  새로운 판다 한 쌍 온다
애틀랜타 동물원, 새로운 판다 한 쌍 온다

트럼프 방중 전 '판다외교' 가동…"양국 인민 우의 증진" 24일 중국야생동물보호협회는 미국과의 판다 보호 협력을 확대하며 애틀랜타 동물원에 자이언트 판다 한쌍을 보내기로 했다고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