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권유·축복·사교 목적
종교의 사전적 의미는 신을 숭배하여 삶의 목적을 찾는 것이다. 여기서 신과 삶의 목적은 종교에 따라 다르다. 기독교는 예수가 인간의 죄를 구원하기 위해 십자가에 달려 사망한 ‘복음’을 믿으면 구원받아 천국에 간다는 것을 핵심 교리로 가르친다. 한국에서도 탈종교화 속도가 빨라지는 가운데 한국 내 종교인들은 종교의 의미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기독교 통계 기관 목회 데이터 연구소(대표 지용근)가 여러 설문 조사 결과를 종합해 한국인들의 전반적인 종교 인식에 관한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에 따르면 한국 3대 종교인 기독교, 불교 가톨릭 모두 구원과 영생보다는 마음의 평안을 위해 종교를 믿는다는 교인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기독교의 경우 마음의 평안을 위해 종교를 갖게 됐다는 비율이 42%였으며 구원과 영생을 위해 종교를 믿는다는 비율은 36%였다. 기독교인은 이 밖에도 가족의 권유, 건강, 재물, 성공 등의 축복을 받기 위해, 다른 교인과 사교 목적으로 종교를 믿는다고 답했다.
마음의 평안을 위해 신앙생활을 한다는 비율은 가톨릭 신자 중 73%로 가장 많았다. 불교 신자 역시 약 69%가 마음의 평안을 신앙생활의 첫 번째 이유로 꼽았다. 종교의 기본 목적이라고 할 수 있는 구원과 영생을 얻기 위해 신앙생활을 한다는 가톨릭 신자와 불교 신자는 각각 7%와 3%에 불과했다.
탈종교화 현상이 이어지는 가운데에서도 종교를 버리지 않는 이유는 신앙생활을 통해 실생활에 어느 정도 도움을 받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한국인들이 느끼는 종교의 효능감에 관해서도 알아봤다. 한국인 중 약 77%가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이 있어 안정감을 얻을 수 있다’라고 종교의 효능감을 꼽았다.
약 71%는 ‘윤리적 행동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약 70%는 ‘인간관계를 맺는 데 도움이 된다’라고 종교의 효능감을 느끼고 있었다. 또 약 49%는 건강, 시험, 취업 등 여러 인생 목표를 이루는데 종교가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밝혔다. 종교에 대한 효능감을 느끼는 비율은 종교인 사이에서 높았지만, 무종교인 중에서도 의지할 대상, 인간관계 등을 종교의 효능감으로 꼽은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이처럼 종교가 한국인들의 삶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된 가운데 실제로도 한국인 3명 중 1명은 종교에 의해 자신의 삶이 영향을 받는 것으로 느끼고 있었다. 이 같은 답변은 종교인 중 많았는데 개신교인 중에서는 약 79%가 종교가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가톨릭 신자와 불교 신자 중에서는 각각 약 55%와 약 42%가 종교가 삶에 미치는 영향력을 인정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한국인들이 종교를 갖게 된 계기는 대부분 부모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개신교(62%), 불교(53%), 가톨릭(38%) 모두 이른바 모태 신앙인으로 부모의 종교를 그대로 물려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밖에도 어려울 때 힘이 돼서(개신교인 27%), 종교적 경건함이 좋아서(불교 신자 26%), 다른 종교에 비해 이미지가 좋아서(가톨릭 신자 34%) 등의 계기로 각자의 종교에 입문했다.
<준 최 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