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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삶의 눈높이를 낮추는 지혜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08-05 13:29:11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최 모세( 고전 음악·인문학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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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모세(고전 음악·인문학 교실)

 

삶의 눈높이를 낮추는 지혜를 찾을 생각이다. 나에게 있어서 삶의 실리적인 눈높이를 낮추는 실천은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20년이 넘은 소형 밴이 잦은 고장으로 엔진 수명이 다했는지 2주 전에 멈추어 섰다. 오랜 세월 편안하게 잘 타고 다녀서 고마움이 컸었는데 폐차하게 되어 아쉽고 허전하다.

삶의 기본적인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상황에서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는 지혜를 배우고 싶다. 힘겨울수록 세상을 순리대로 살아야 하겠다는 다짐을 한다. 새(중고)차를 선택해야 할 계획은 뒤로 미루고 당분간 대중교통의 버스를 이용할 생각이다. 

귀넷 카운티에서 운영하는 라이드 버스가 있다. “스톤 마운틴”을 출발해 “플래젠트 힐” 로드를 지나 환승 터미널(종점)은 둘루스 파리 바게트 제과점 옆 광장이다. 로렌스빌 로드와 플래젠트 힐 로드가 만나는 곳에 살고 있어 버스에 오르면 20분 이내에 터미널에 도착하는 직선 노선이라 편리한 이점이 있다. 버스 배차 시간이 2~30분 간격이지만 시간에 맞추어 대기하면 이내 탑승할 수 있다.

환승, 센터에서 다른 노선의 버스를 갈아타면 동서 북부 어느 지역이나 30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다. 버스 요금은 2불 50센트인데 시니어는 50% 할인해 1불 25센트로 저렴하다. 쾌적하고 냉난방 시설이 잘된 실내 공간을 소수의 사람이 이용하고 있다. 승객은 흑인과 멕시코 라틴계 아시안 이민자들이고 가끔 백인 시니어도 볼 수 있다. 

저소득층 근로자를 위한 귀넷 카운티가 사회 복지적 차원에서 운영하는 서비스 제도에 감사하게 된다. 버스 기사도 거의 흑인 장년 남성과 중년 여성이지만, 친절함과 봉사 정신이 투철하고 낙천적이다. 일주일에 고정적인 강의 시간에 맞추어 둘루스 한인 타운에 도착한다. 때로는 지인들을 만나 점심도 함께하고 은행 우체국을 이용 후 한인 마트에서 식료품을 구매해 버스로 귀가한다. 

차창 밖으로 흐르는 도로변의 익숙한 풍경을 여유롭게 바라보는 가슴엔 노년의 삶이 더욱 소중하게 여겨진다.  현실의 얽매인 상태에서 바동거렸던 삶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어느새 자유로운 존재가 된다. 지난 날의 구태의연한 삶의 눈높이를 낮추는 의지에서 오는 희열이다.

며칠째 버스에서 만나는 백인 할머니가 있다. 곱게 나이 든 모습에 도수가 높은 안경을 착용하고 있다. 버스에 오르면 이내 스마트 폰을 눈에 바싹대고 오락 프로를 보는지 아니면 가족사진을 보는지 행복한 표정으로 계속 웃음 짓는다.

어느 날 뜨개질하고 있는 섬세한 손놀림의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고 여유로워 보인다. 한 폭의 그림처럼 우아한 모습에서 지난날 아내의 뜨개질 하던 단아한 모습이 오버랩된다. 그분에게서 발견한 내면의 빛에서 아내의 내면의 빛이 생생하게 전해 오는 것을 느끼며 가슴 뭉클해진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삶을 향기롭게 했던 아내의 해맑은 모습이 어필해온다.

아내가 이민 생활의 애환을 뜨개질로 수놓았던 형형색색의 홑이불은 싸늘한 날씨에 워드 칠 때 하반신을 덮으면 아내의 따뜻한 손길처럼 포근한 느낌이 든다. 아내가 사랑의 마음을 담아 하얀 털실로 정성 들여 뜨개질한 조끼(Knit)는 눈부시도록 화려한 선물이라 고마움에 더러움 타지 않게 신경을 쓰면서 입고 있다. 친지가 조끼의 고급스러움에 감탄하며 부러워할 때는 못난이처럼 뽐내며 우쭐해지기도 했다. 아내를 향한 애틋한 그리움에 이내 차창 밖으로 눈을 돌리지만, 아내의 고운 음성이 귓가에 살아난다.

“비제” 의 오페라 <진주조개 잡이> 중에서 “귀에 남은 그대 음성” 아리아는 옛 연인을 그리워하는 애절한 노래이다. 이 곡 ‘로망스’를 “조수아 벨”의 바이올린 연주로 듣는 색다른 묘미가 있다. 그의 달콤하고 윤기 있는 로맨틱한 연주의 부드러운 음색에 황홀해진다. 그가 빚어내는 아름다운 비브라토의 흐느낌은 애절한 그리움을 불러일으킨다. 바이올린의 현란한 색채로 수놓는 연주에 비애에 젖으며 마음의 순수를 회복한다. 처절한 절규로 슬픔의 절정에 이른 바이올린의 선율에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아픔을 느낀다. 애써 잊으려 했던 그리움이다. 

나이 들면서 감정도 절제해야 하고 생활에서도 모든 것을 간소하게 해야 함을 실천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자신의 고통의 삶이 전부인 것 같은 생각에서 벗어나 타인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의 눈이 더 깊어지길 바란다. 어느덧 목적지에 다다른 차창 밖의 풍경은 하늘엔 뭉게구름이 피어오르고 가로수는 한껏 푸르름으로 짙어가고 있다. 하루를 시작하는 출발점에서 삶의 눈높이를 낮춘 새로움의 갈망은 생명력으로 넘친다. 오늘 하루도 참다운 삶의 의미가 풍요롭게 살아나는 활기찬 일정이 되길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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