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엘리트 학원
첫광고
이규 레스토랑

[시론] '죽는 값'도 크게 올랐다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07-23 11:29:30

시론, 윤여춘 전 시애틀 고문,죽는 값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오래전 시애틀에서 살았을 때 등산 갔다가 낭패한 적이 있다. 당시엔 주말등산이 일상이어서 장비 꾸리기에 이골이 났었는데 그날은 웬일인지 가장 중요한 등산화를 빼놓고 갔다. 발목까지 빠지는 진흙길을 운동화를 신고 오르느라 애먹었다. 지난달엔 아내의 검진 예약시간에 맞춰 병원에 가려고 나섰다가 자동차 시동이 걸리지 않아 진땀을 뺐다. 결국 옆집 친구가 데려다줬다.

예상할 수 있든 없든, 눈앞의 일이든 먼 훗날 일이든, 유비무환의 마음 자세가 중요하다. 팔순 나이에도 팔팔한 내 친구 하나는 환갑이 까마득했던 30여년 전 부부묘지를 천주교 묘지공원에 장만했다. 그 땐 참 한가로운 사람이라며 비아냥했는데 지금은 그가 부럽기 짝이 없다. 죽음 준비는 등산화 준비와는 비교도 안 되게 중요함을 심각하게 절감하는 나이가 됐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피할 수 없는 건 죽음과 세금”이라는 조크가 있다. 더 지독한 놈이 있다. 최근 한 신문에서 “비싼 물가는 죽은 몸에도 달라붙는다”라는 기사를 읽었다. 묘지구입은 물론 매장과 화장을 비롯한 다양한 방식의 시신처리, 관 값, 영결식, 운구, 꽃 장식, 문상객 접대 등 장례식 비용이 일괄적으로 크게 올라 상을 당해 슬픔에 잠긴 유가족에게 한숨을 더해준다는 내용이다.

장례비용은 유가족이 선택하는 장례식 규모나 옵션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미국의 전국장례업자협회(NFDA)가 집계한 올해 전국의 평균 장례비용은 1만1,420달러이다. 이는 장의사가 부과하는 기본금액으로 관 값이 2,500달러(전체의 22%), 예식요금 2,300달러(20%), 시설 사용료(뷰잉 등) 965달러(9%), 엔바밍(시신 방부처리) 775달러(7%), 시신운구 350달러(3%) 등이 포함된다.

그 밖에 장의사 외부의 서비스를 선택하면 비용이 최고 2,300달러까지 추가될 수 있다. 문상객 접대 음식비 500달러, 연주자 수고비 500달러, 신문 부고게재 500달러, 목사(신부) 사례비 400달러, 꽃 장식 300달러, 사망 증명서 발급 100달러 등이다(한인 장의사는 다를 수 있다). 장의사 기본금액과 합치면 총 1만3,720달러다. 물론 묘지 구입비와 화장 등 시신처리 비용은 별도다.

NFDA 집계에 따르면 2021~2023년 화장 장례비용은 평균 8%, 매장 장례비용은 6% 올랐다. 인건비가 주도했다. NFDA 관계자는 장의사를 병원 응급실이나 앰뷸런스 업체에 비유했다. 가정집, 양로원, 병원, 사고현장 등에서 무시로 시신을 옮겨와 처리하려면 직원들이 주 7일, 하루 24시간 대기해야 하므로 인건비가 많이 들 수밖에 없단다. 관 값도 금속이든 목재든 크게 올랐다.

한국과 달리 미국엔 매장과 화장 외에 친환경 대안들이 뜨고 있다. ‘퇴비장(composting)’과 ‘물 화장(aquamation)’이다. 시신을 미생물로 썩혀 흙으로 만드는 게 퇴비장이고 알칼리 물로 살을 분해시켜 거름으로 만드는 게 물 화장이다(퇴비장은 캘리포니아에서 2027년부터 합법화됨). 남은 뼈는 화장처럼 분쇄해 처리한다. 물론 양쪽 모두 비용이 매장이나 화장보다 훨씬 비싸다.

내 친구는 묘지를 미리 구입했지만 ‘장례보험’에도 미리 들어두면 자녀들 부담을 더 덜어줄 수 있다. 대개 5,000달러부터 2만5,000달러까지다. 건강검진도 필요 없다. 1만달러짜리에 가입하면 보험료가 50세는 월 25~30달러지만 80세는 150~190달러다. 보험가입 후 2년 안에 죽으면 그동안 납부한 보험료만 환급받는다. ‘인생 100세 시대’여서인지 장례보험은 별로 인기가 없다.

하지만 장례비가 죽음 준비의 전부는 아니다. 진짜 좋은 죽음은 돈으로 준비 못한다. 한국에선 65세 이상 노인 중 77%가 병원이나 요양원 등에서 쓸쓸이 죽는다. 숨만 붙여두는 연명치료를 받으며 오래 고생하다 숨지는 노인도 많다. 집에서 사랑하는 가족에 둘러싸여 편안히 눈을 감는 좋은 죽음은 좋은 건강을 끝까지 유지해야만 가능하다. 그것이 맘대로 안 된다는 게 문제다.

<윤여춘 전 시애틀지사 고문>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2024 미국 대선] 대선 경합주 조지아 35% 개표…트럼프 55.5%·해리스 43.9%
[2024 미국 대선] 대선 경합주 조지아 35% 개표…트럼프 55.5%·해리스 43.9%

미국 대선의 핵심 경합주 가운데 한 곳인 조지아주의 개표 초반에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세를 보이고 있다.그러나 2020년에도 초반에 공화당이 우세했다 후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메디케어란 무엇인가?

최선호 보험전문인 흘러가는 세월이 끝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문제는 과학적인 문제일 뿐만 아니라, 철학적인 명제이기도 하다. 그만큼 인간의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에

조중식 회장, 미션 아가페에 후원금 지원
조중식 회장, 미션 아가페에 후원금 지원

1만 달러 후원금 지원 대통령 평생 공로상 전달  5일 도라빌에 위치한 강남일식에서 조중식 호프웰 인터내셔널 회장은 미션 아가페(대표 제임스 송)에 1만 달러의 후원금을 전달했다.

폭탄위협 소동으로 얼룩진 조지아 투표
폭탄위협 소동으로 얼룩진 조지아 투표

귀넷 등 주 전역 최소 12곳서 FBI “배후에 러시아 가능성” 47대  대통령를 선출하기 위한 선거가 5일 전국에서 시작된 가운데 애틀랜타를 포함한 조지아에서는 다수의 투표소에서

미국 임산부 마리화나 사용 증가
미국 임산부 마리화나 사용 증가

의료용 마리화나 합법화, 사용에 영향 미쳐 조지아 대학교 연구진이 미국 내 임산부의 마리화나 사용률이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2일 밝혔다. 전국적으로 4,338명의 임산부에게

대규모 원숭이 사육시설 놓고 주정부 '오락가락'
대규모 원숭이 사육시설 놓고 주정부 '오락가락'

3억달러 채권발행 지원 결정 주민∙지역정부 반발 심하자몇주뒤 법원에 다시 취소요청 조지아 주정부가 대규모 원숭이 사육시설 지원을 놓고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고 있다.지난달 31일 조

홈디포 공동 창업주  버니 마커스 사망
홈디포 공동 창업주  버니 마커스 사망

4일 플로리다 자택서 숨져가난한 유대인 이민자 아들애틀랜타에 첫 홈디포 매장  애틀랜타에 본사를 두고 있는 홈디포의 공동 창업주 버니 마커스가 향년 95세의 일기로 사망했다.마커스

남편 살해 뒤 시신 불태운 여성에 유죄 평결
남편 살해 뒤 시신 불태운 여성에 유죄 평결

체로키 카운티 배심원단 사건 발생 6년만에 평결불륜남에 범행고백 덜미 남편을 살해한 뒤 시신을 불에 태워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성에게 사건 발생 6년 만에 유죄 평결이 내

〈애틀랜타 투표상황  실시간 문자 중계〉  귀넷 투표소에도 폭탄 위협 신고
〈애틀랜타 투표상황 실시간 문자 중계〉 귀넷 투표소에도 폭탄 위협 신고

투표자 70만명 넘어 오후 5시 8분: 투표자수 80만 넘어.  라펜스퍼거 장관 최종 투표자수 110만명,  누적 투표자수 520만명 예상. 오후 3시:연빙수사국(FBI)은 조지아

〈한인타운 동정〉 조지아 센추럴 대학교 커피 전문과정 개강
〈한인타운 동정〉 조지아 센추럴 대학교 커피 전문과정 개강

조지아 센추럴 대학교 커피 전문과정 개강조지아 센추럴 대학교가 GCU 인증 커피과정을 4일 개강했다. 강의는 취미에서 창업까지 전문성을 다루며, 한국어로 편안하게 수강할 수 있도록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