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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희의 시선] 파리 올림픽, 아트 올림픽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07-03 17:16:37

정숙희의 시선, LA미주본사 논설실장,파리 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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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6일 파리 올림픽이 개막한다. 코비드 팬데믹 공식종료 후 처음 열리는 이번 올림픽은 여러모로 특별한 대회가 될 듯하다. 

우선 근대올림픽의 종주국 프랑스에서 꼭 100년 만에 열리는 올림픽이란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파리는 1900년과 1924년에 올림픽을 유치한 후 오랜 휴식을 거쳐 올해 세 번째로 대회를 개최하게 되었다. 

둘째,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개회식이 경기장 밖에서 열린다. 파리 중심을 관통하는 센 강을 따라 204개국 1만500명의 선수들이 배를 타고 행진하여 트로카데로 광장에 도착, 에펠탑을 배경으로 개막식을 갖는다니 그 자체로 장관이 될 것이다. 

셋째, 유구한 예술도시의 특성을 살려 문화유적과 스포츠를 결합한 대회로 치러진다. 에펠탑 광장에서 비치발리볼 경기가 열리고, 베르사유 궁전에서 승마와 근대 5종경기가 벌어지며, 유리지붕으로 덮인 장엄한 그랑 팔레에서 펜싱과 태권도 경기가 열린다. 또한 마라톤, 양궁, 수영 등의 경기들도 파리의 역사적 공간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듣기만 해도 황홀하고 대단한데, 여기에 더해 올림픽정신을 예술로 구현하는 ‘파리 문화 올림피아드’가 9월 말까지 프랑스 전역에서 계속된다. 패션, 연극, 음식, 무용 등을 주제로 무려 1,000여 개의 행사가 열리는 것이다. 루브르와 오르세를 비롯한 거의 모든 박물관들이 관련 전시를 여는 것은 물론이고 수많은 공연장과 문화공간, 심지어 동네 카페와 식당들도 올림픽 기념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개최국이 대회기간을 전후해 자국의 문화를 선보이는 이른바 ‘문화올림픽’은 늘 있어왔으나 이 정도 규모와 수준은 처음이라 많은 기대가 쏟아지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이처럼 작심하고 문화올림피아드를 기획한 이유는 자신들이 근대올림픽의 발상지라는 자부심을 만방에 알리는 한편, 고대와 근대올림픽 초기에 꽃피었던 ‘아트 올림픽’의 전통을 되살림으로써 문화강국의 위상을 전 세계에 과시하려는 것이다. 

지금은 많이 잊혔지만 고대올림픽은 그리스의 도시국가들이 4년에 한번 올림피아평원에서 제우스신에게 바치는 종교의식, 예술활동, 운동시합이 어우러진 문화제전이었다. 여기서 예술 경합은 운동경기만큼이나 중요했다. 시인들은 경쟁적으로 승리의 시를 지어 낭송했고, 음악과 춤 공연으로 실력을 겨루었으며, 다양한 작가들이 조각과 회화작품을 남겼다. 이런 행사가 기원전 776년부터 서기 393년까지 무려 1,169년 동안 293회나 지속됐다는 사실은 놀랍고 경이롭다. 이번 파리 올림픽이 겨우 33회인 점을 생각해보면 더 그렇다. 

고대올림픽은 로마가 그리스를 정복한 후 쇠퇴하다가 로마 멸망 후 사라졌다. 그리고 1,500년이 지나서 프랑스의 피에르 드 쿠베르탱 남작이 이를 재현한 근대올림픽을 부활시켰다. 그는 1894년 파리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설립하고 2년 후인 1896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제1회 올림픽을, 제2회 올림픽을 파리에서 개최했다.

놀라운 것은 초창기에는 고대올림픽을 본따 예술경연이 포함됐고, 메달도 수여됐다는 것이다. 쿠베르탱은 육체와 정신의 조화, 예술과 스포츠의 결합이라는 올림픽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1912년 스웨덴 스톡홀름 올림픽부터 ‘뮤즈 5종 경기’(Pentathlon of the Muses)라는 이름으로 회화·조각·건축·음악·문학을 정식 경기종목으로 포함시켰다. 작품 내용은 올림픽과 스포츠의 정수를 담아낸 것으로 제한했다.  

처음에는 참가자가 많지 않았고 곧 이어 1차 대전으로 올림픽이 취소되는 등 난관이 있었으나 1924 파리올림픽 때부터 출전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1928 암스테르담 올림픽에는 미술작품만 1,100여점이 전시되었다. 처음으로 유럽을 벗어난 대회가 1932년 LA 올림픽이었는데 당시 LA 역사과학미술 박물관에는 무려 38만4,000명이 방문한 것으로 기록돼있다.   

그러나 이같은 추세는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큰 변화를 맞는다. 악명 높은 요세프 괴벨스가 총책임을 맡은 베를린 올림픽은 ‘나치 올림픽’이라 불릴 만큼 히틀러의 나치찬양드라마로 변질됐고, 예술종목 수상은 독일이 독식했다. 그리고 1939년 독일이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면서 이후 두 번의 올림픽이 취소되었다. 

전후 1948년 런던 올림픽에서 다시 예술 경연이 시도됐으나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1949년 IOC 회의에서 예술경연은 폐지되었고, 메달 경쟁 없이 전시만 하는 문화행사로 대치되었다. 그래도 1912~1948년까지 뮤즈 5종 경기 수상자들에게 수여된 금은동메달은 147개에 달한다.

올림픽에서 아트가 사라진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우선 아마추어들만 출전하는 올림픽에서 예술부문 출전자들은 모두 프로페셔널이란 점이 문제가 되었다. 또 운동경기처럼 속도, 거리, 시간 등의 객관적 심사기준이 없어서 평가가 어렵다는 점도 난제였다. 사실 예술 작품에 순위를 매기는 것은 예술 활동의 본질에 크게 어긋나는 일이다. 

이후 1956 멜버른 올림픽부터 예술경쟁은 문화 프로그램의 형태로 바뀌었다. 대회 몇 주 전부터 축하행사를 여는 아츠 페스티벌에서부터 여러해 동안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이어가는 문화 올림픽까지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다.

고대올림픽에서는 경기 기간 중 모든 전쟁이 휴전했다. 선수들과 순례자들이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한 조치였다. 그러나 지금 국제사회에서는 러-우크라 전쟁과 이-하마스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휴전 기미는 보이지 않고, 포성은 파리 하늘도 뒤덮을 기세다.  올림픽 정신은 오래전 사라졌다.                    

 <정숙희 LA미주본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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