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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나를 돌보는 시간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05-24 07:41:00

행복한 아침, 김정자(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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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자(시인·수필가)  

 

필리핀 어느 외딴 섬에서 야생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원주민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접하게 되었다. 그 날 일용할 것으로 필요한 만큼만 사냥을 하고 과일을 따고 땅을 파고 먹거리를 찾아내는 욕심 없는 일상을 꾸려간다. 가진 것 없이도 웃음을 잃지 않으며 삶의 기쁨을 알고 살아가는 건강한 삶의 방식이 부럽기도 했지만 부끄러움이 앞선다. 하루 단위로 살아내는 삶 속에서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이 없었으며 하루를 살아내야 하는 고달픔인들 없었을까. 기회가 공정하게 주어진 상황에서도 다른 사람들보다 눈에 보이는 보상이 적으면 불만을 표출하게 되는 것이 현대를 살아가는 전인격적인 모습인데 저들은 자연의 베풂을 믿으며 먼 길 떠나는 철새처럼 삶을 일구어 갈 수 있었던 것은 자연 섭리와 자연이 품고 있는 고독한 자유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문명 발달을 누리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진정한 자유에의 누림을 추구하거나 깨달음 하려는 갈망조차 갖고 있기는 한 것일까. 문명 발달 이전보다 몸도 마음도 건강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럴듯한 겉모습을 갖추어야 하는 삶의 굴레를 벗어버리지 못하는 표리부동한 피상적 삶을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분주한 일상을 잠시 놓아두고 새처럼 가볍게 스스로 자처한 삶의 무게에서 벗어나고 싶은 열망을 숨긴 채.

이따금씩 먼 기적 소리가 들리는 깊은 밤이면 나를 돌아보는 시간에 몰입하곤 한다. 그러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묵상에 잠기게 되고 나에게 이르는 무수한 힐책들의 난무에 둘러싸이기도 한다. 내 이야기는 거름채 없이 창조주 앞에 늘어 놓으면서 이웃의 아픔이나 외로움에는 귀 기울이기에 게을렀고, 선별된 가능성 경계를 두고 외면해 버리려는 편협의 노예가 되었던 모습들도 보인다. 나를 돌아보고, 가족을 돌아보고, 이웃을 돌아보고, 외로운 이들을 돌아보아야 한다며 다짐했던 시간들을 활짝 열어둔 채 해야 할 일들까지 미뤄가며 달콤한 쉬운 일들로 우선 순위를 가로지르며 시간 없다는 엄살을 호들갑댔던 모습까지. 외로움에 떨며 다정한 체온을 그리워하는 이들에게는 시간나누기를 망설였던 인색한 치졸도 보인다. 그리스도인이 가난하거나 병든 것은 창조주의 영광을 가리지 않느냐는 비호의 말을 쉽게 내뱉으면서 자신을 나누지 못했던 모습이며, 누구를 사랑해야 한다는 마음보다 나를 줍기에 바빴던 독선적 모습들이 유난히 아프다. 단지 사람으로 인한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아 사람 대하기가 두렵다는 핑계가 아직 유효하다는 것이 한심하다.

사랑과 동정 사이를 모호하게 오갔던 편협은 아니었을까. 더는 상처가 두려워 외롭고 아픈 이웃을 몸보다 마음부터 먼저 비켜섰던 나약함을 발견한 부끄럽고 외로운 날이다. 사랑에 허기지고 아픈 이웃들은 울음마저 숨기고 남은 날들을 살아 내야 하는 일에 지쳐 있음을. 나눔을 감사할 줄 아는 아름다움을 발견해 가려는 마음은 벌써부터 울고 있다. 고해의 무릎을 꿇는다. 홀로인 시간을 기다려 왔던 것도 삶의 무게를 스스로 무겁게 자처하며 살아가야 하는 분망한 일상 탓에 밀쳐 두었던 스스로를 찬찬히 열어, 일찍이 살펴보았어야 했던 것을. 무리 속에 섞여 있을 땐 진솔하게 들여다 볼 수 없었던 생각의 무늬들을 말씀에 조명해가며 묵상에 잠기다 보면 내밀한 소리가 공명 되어 들려온다. 해야 할 일들, 미룰 수 없는 일들을 헤아려 보면서 스스로를 돌아보며 참회를 아뢸 수 있는 시간이다.

남은 삶을 더 바르게 순도 높게 살아내기 위해 깊은 묵상을 통해 건강한 영육을 지켜낼 수 있도록 나를 돌볼 수 있는 시간이 된다. 스스로를 먼저 돌아본 후에 주위를 돌보는 시간을 열어가는 것이 순리가 아닐까. 시작은 어렵지만 시작이 반이라는 속담이 있듯 서두르지 않으며 한 걸음 씩 주님 가르침에 귀기울여가며 효용 있는 도모를 꿈 꾸려 한다. 부모 자리에 서게 되면 자녀를 힘 닿는데 까지 최선을 다해 돌보는 것처럼 스스로를 아끼고 보호하는 일에도 익숙해지도록 익혀가야 할 일이다. 조금은 겸연쩍고 어색하기도 하려니와 자신을 돌보는 시간을 할애한다는 일이 쉽진 않겠지만 내면의 타이름이 이끄는 대로  발걸음을 옮겨가려 한다. 좋은 제자가 될 수 없다는 치명적 자신감이 방치된 체 도피처를 찾고 있지는 않았는지, 거친 사람들로부터 받은 아물지 않은 상처를 방치하지는 않았는지, 내 아픔을 들어줄 사람이 아무도 없는 사막에서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는 마음에서 솟아나는 소리를 친절하게 들어주었던가. 돌봄의 대상을 한동안 버려 두었던 나이든 아낙의 자유를 위한 구상을 섬세하게 그려내면서 자신을 돌보는 일에도 망설임 없이 도전해보려 한다.

다리 부상 이후로 소외된 이웃을 위해 무언가 시도해 보려는 의도로 자주 찾아주어야 한다는 결의를 다지기도 했지만, 다시 만나자는 말만 남긴 채 다시 찾아 뵙지 못한 외로운 이웃들이 떠올라 지금 나는 그들 보다 더 쓸쓸해 진다. 주위를 둘러보면 언제나 나누고도 넉넉해 보이는 영혼이 부요한 자들 앞에 서면 한없이 초라해지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더는 부끄럽지 않는 주님의 자녀로, 나눔을 위한 비움보다 묵상 끝에 얻어낸 진솔한 비움의 자리에 변함없는 평안이 고이기를 간곡히 기도 드린다. Homeless Dinner 섬김을 하고 귀가하는 밤길을 환하게 비쳐주는 보름달로 하여 더 많이 부끄러워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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