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이규 레스토랑
김성희 부동산
첫광고

[전문가 에세이] 마약 재활 치료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05-17 18:47:00

전문가 에세이, 김케이 임상심리학 박사,마약 재활 치료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이것은 내가 만난 청년 B의 실화다. 그가 집을 떠난 건 17살, D와 F로 도배된 성적에도 불구하고 가까스로 고등학교 과정을 마쳤던 날이다. 중학교 때부터 이런 저런 마약을 접해본 아들에 관해, 이미 오래 전부터 별거 중이던 부모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그 후로 혼자 사는 동안에도 마약을 계속했는데 27세가 되던 해 체중은 100파운드. 뼈만 앙상한 모습에 두 눈 주변은 퀭하게 꺼지고 볼은 움푹 패었으며 가끔씩 손을 떨기도 했다.

수년 째 낡아빠진 차에서 생활하던 어느 날 B는 온몸에 엄청난 고통을 느끼며 눈을 떴다. “처음엔 돕식(dope sick;헤로인 계통 약물의 금단증상으로 일어나는 참기 힘든 신체적 고통)인 줄 알았는데 그날은 전혀 달랐어요. 내 몸의 뼈들이 얇은 유리조각처럼 곧 부서질 것 같았고 심장 두근거리는 소리가 내 귀에까지 들렸죠. 두 눈알이 밖으로 돌출되어 빠져나오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서 말할 수 없는 공포가 찾아왔습니다. 그것은 약물 금단의 공포를 앞서는, 죽음의 공포였어요.”

다른 날 같으면 늘 거래하는 마약 딜러 형을 찾았겠지만 이날 B는 마약치료센터에 전화를 걸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수화기 저편에서 상담자가 말했다. “마침 오늘 아침에 두 명이나 나갔어요. 바로 오시면 자리를 드릴 수 있습니다.” 안도의 숨을 쉬기도 전에 또 다른 문제가 떠올랐다. 100마일도 넘는 치료센터까지 라이드가 필요하다는 것. B는 망설이다가 한동안 헤어져있던, 늘 다정했던 아버지에게 연락을 했다. 도저히 있는 그대로 말할 수 없던 그가 마지막 용기를 냈다. “아버지, 제가 지금까지 형편없는 삶을 살았습니다. 그것을 오늘부터 바로잡으려 합니다.”

차 안에서 아버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치료센터 앞에 왔을 때 모든 것이 확실해졌다. 아버지는 조심스럽게 어떤 약을 했는지 물었다. 사랑하는 아버지에게 차마 헤로인이라는 단어를 꺼낼 수가 없어서 B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주…나쁜 것이었어요.” 그러자 아버지는 B의 어깨를 따뜻하게 감싸 안으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 지금 이 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아들을 보고 있다. 누구나 쉽게 하지 못하는 결단을 해낸 너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부디 최선을 다하렴. 아버지는 언제나 너를 믿는다.”

그로부터 또다시 세월이 흘러 B는 지금 마약전문상담자의 길을 걷고 있다. 지난 날 자신처럼 중독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도우며 한편으로는 마약 법정에서 일할 수 있는 자격증 과정도 밟고 있다. “그때 아버지가 저를 비난하실 거라 생각했는데…망가진 아들을 보면서도 그러지 않으셨죠. 그분이 보여주신 너그러운 사랑이 저를 살렸습니다.”

나는 예전에 일했던 한 마약치료기관에서 B를 만났다. 외래환자 유닛의 상담자로 B가 다른 참가자들에게 얼마나 대단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지 당시 상담부서 직원 모두가 잘 알고 있었다. B는 지금까지 단약(sober)을 지켜오고 있다. 중독에서는 ‘치료됐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언제든지 ‘재발’될 수 있는 무서운 정신질환이기 때문이다. 많은 중독 상담자들이 번 아웃을 경험한다. 내담자들의 트리트먼트에 정성을 다하여 힘쓰는데도 자주 재발이 생기고 이런 상황에 실망하다보면 번 아웃이 일어난다.

B는 훌륭한 상담자이다. 누구에게 대해서도 실망하지 않는 놀라운 힘이 그에게 있다. 성경 구절 중에 나를 많이 울게 했던 “~~세상에 있는 자기 사람들을 사랑하시되 끝까지 사랑하시니라”(요한복음 13:1)를 읽을 때, 나는 B와 그의 아버지를 떠올린다.  

<김케이 임상심리학 박사>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귀넷 경찰 "냉장고서 개 사체 13구 발견"
귀넷 경찰 "냉장고서 개 사체 13구 발견"

동물학대 여성 2명 수배비좁은 우리에 갇힌 25마리 구조 귀넷 카운티 경찰국은 지난 9월 관내 한 주택에서 학대당하거나 죽은 개 수십 마리가 발견된 사건과 관련해 여성 2명을 공개

디캡 교도소 탈주범들 리프트 타고 도주
디캡 교도소 탈주범들 리프트 타고 도주

하루 만에 플로리다서 전원 검거교도소 탈옥 과정은 여전히 의문  디캡 교도소 탈주범 3명이 탈주 하루 만에 플로리다에서 모두 체포됐다. 탈주범들은 차량 공유 서비스인 리프트를 통해

금리 인하, 집값 하락에 영향 '무'
금리 인하, 집값 하락에 영향 '무'

수요 쓰나미, 재고 교착 상태 올 수도 2026년을 앞두고 많은 주택 구매 희망자들이 금리 인하를 주시하고 있다. 새해에는 대출 비용이 낮아져 주택 소유가 더 저렴해지기를 바라는

반소매 입고 '메리 크리스마스!'
반소매 입고 '메리 크리스마스!'

올 성탄절 초여름 날씨 예고 올 크리스마스 이브와 크리스마스는 지난 10년 이래 가장 따뜻할 것으로 예보됐다.23일 국립기상청은 24일과 25일 낮 최고기온이 70도대 중반까지 오

“델타 여객기 납치해 애틀랜타 BOA 건물 충돌”…애틀랜타서 9.11식 테러 공모범에 종신형
“델타 여객기 납치해 애틀랜타 BOA 건물 충돌”…애틀랜타서 9.11식 테러 공모범에 종신형

알카에다 연관 테러조직원에 연방법원,유죄평결 1년만에 애틀랜타에서 9.11식 테러를 공모한 혐의로 체포된 알카에다 연계 조직원에게 연방법원이 종신형을 선고했다.22일 뉴욕 연방지방

조지아서 역주행 사고로 한인 등 2명 사망
조지아서 역주행 사고로 한인 등 2명 사망

신혼 기간 중 사고당해…동승한 신혼 아내는 중태 에덴스에서 20대 운전자가 몰던 승용차가 역주행 4중 충돌사고를 일으켜 한인 등 2명이 사망하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 사망한 한인

〈한인타운 동정〉 '채경석 노인회장 취임식 및 송년회'
〈한인타운 동정〉 '채경석 노인회장 취임식 및 송년회'

채경석 노인회장 취임식 및 송년회애틀랜타 한인노인회 채경석 제34대 회장 추임식 및 노인회 송년회가 12월 27일 낮 12시 한인회관 소강당에서 열린다. 문의=404-556-837

“보험료 제때 내라면서 보상은 왜 늦추나”
“보험료 제때 내라면서 보상은 왜 늦추나”

주하원 보험료 평가위 귀넷 청문회보험 보상 거부·지연에 불만 속출위원회 “내년 주요 입법과제로” 비싼 보험료에도 불구하고 잦은 보상 지급 거부 등으로 보험을 둘러싼 불만이 커지자

"둘루스, 일상이 스토리가 되는 곳"
"둘루스, 일상이 스토리가 되는 곳"

'홀마크 영화 같은 도시' 1위 선정2위 로렌스빌·3위 커밍·5위 스와니 둘루스가 조지아에서 가장 '홀마크 영화 (Hallmark Movie)같은 도시'로 선정됐다.디지털 스포츠

남대문마켓 새해 첫날 무료 떡국 나눔
남대문마켓 새해 첫날 무료 떡국 나눔

1일 11AM-2PM 둘루스 푸드코트 2026년 새해를 맞아 남대문마켓 둘루스점(3825 Shackleford Rd.)이 시니어 무료 떡국 이벤트를 실시한다.65세 이상 시니어를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