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이규 레스토랑
김성희 부동산
첫광고

[전문가 에세이] 손이 전하는 말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04-18 11:37:15

전문가 에세이, 김케이 임상심리학 박사,손이 전하는 말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A는 한국에서 태어난 45세 남성이다. 젊어서 어찌나 고생을 했는지 다리가 안으로 휜 O자형이다. 어린 나이부터 공사판에서 무거운 벽돌 나르기, 지붕 위로 기왓장 날라 올리기를 하면서 두 다리가 무게를 견디지 못했던 탓이다. 두세 살 무렵 놀이공원에 갔다가 아빠 손을 놓쳐 미아가 되었다. A가 아직도 기억하는 그날의 마지막 장면은 눈부신 봄날의 공원 풍경, 아빠가 사준 빨간 풍선, 그리고 자기가 입고 있던 짧은 바지.

A는 보육원에 맡겨졌다가 하도 매를 맞는 바람에 도망쳐 나온 뒤로는 거리에서도 지내고 다리 밑에서도 지냈다. 그래도 일을 놓친 적은 없는데 주로 공사판 아니면 연탄 배달을 하면서 살았다. A는 성실하다. 부모가 자기를 잃어버리고 얼마나 상심하였을까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자신이 유명해져서 부모가 알아보고 찾아오게 될 어느 날을 그린다. 그 생각을 하면 나쁜 짓을 할 수가 없다. 훌륭한 일로 유명해져서 부모에게 기쁨을 안겨주고 싶었는데…

나는 아주 오래 전 미국 상담기관에서 A를 만났다. 그는 정부보조 푸드 스탬프 혜택을 알아보기 위해 기관을 찾아왔다가 다른 스탭에 의해 나에게 소개되었는데 우울증이 걱정된다는 소견이 적혀있었다. 그날 A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찌어찌 미국까지 오게 되었는데 여전히 막노동을 하느라 사는 게 힘들다. 그 당시 갑자기 몸무게가 15파운드 이상 줄었고 사는데 아무 의미가 없어서 차라리 죽어버릴까 하는 생각도 있다. 우울증 및 자살위험 진단에 필요한 프로토콜에 따라 언제부터 그렇게 흥미와 의욕을 잃었는지 물었다.

“하루는 플러밍 공사 현장에서 수도관을 고치느라 땅을 파고 있었어요. 무척 더운 날이어서 아침부터 땀이 뻘뻘 흘렀죠. 한국인 집주인 아저씨가 시원한 얼음물을 가지고 나와서 내 손에 컵을 쥐어주며 수고한다 말하는데 갑자기 생각지도 않던 내 아빠가 떠올랐습니다.” A가 그날 일을 마치고 밤 깊어 기진맥진 하숙방에 누워있을 때 처음으로 깨달았다. 어린 시절 아빠 손을 놓친 건 자신이 아니라 아빠가 일부러 손을 놓았었다는 거부할 수 없는 느낌. 한 번도 의심해보지 않았던 그 기억. 수십 년이 지난 그날 밤 이불 속에서 가만히 자신의 빈손을 꺼내 그때의 기억으로 회귀하였을 때 허전한 빈손은 아빠가 슬그머니 놓아버리던 때로 돌아가 생생하게 그 장면을 기억해냈다. A는 덧붙였다. “더 이상 설명 할 수는 없지만… 나는 그날 알게 되었습니다.”

손의 언어!

손은 말을 한다. A가 기억하는 아버지의 손. 두근두근 처음 잡아본 이성 친구의 손, 그의 손이 내 손을 조심스레 잡던 순간 온몸의 떨림으로 이어지던 손끝 세포의 진동. 아이의 아픈 배를 쓸어주던 어머니의 손. 손으로 전해진 의미는 우리 기억 속에 살아있다. 심리학에서는 손의 언어에 주목한다. 손을 연구한 스미소니언 연구소 네이피어박사는 말한다. “언어는 우리의 생각을 감추도록 만들어졌지만 손의 언어는 그것을 드러내도록 만들어졌다.” 말로는 자신의 깊은 속셈을 감춘 채 포장된 표현을 만들어 낼 수 있지만 손짓, 손 모양, 손의 움직임은 속일 수가 없다. 화를 감추려고 천연덕스럽게 얼굴 표정을 지어도 손은 동요한다. 거짓말 할 때, 스트레스로 긴장할 때 손은 오그라든다.

지금까지 우리의 손은 얼마나 많은 참과 얼마나 많은 거짓을 말했을까. 움켜쥐고, 쓸어 담고, 골라서 내버리는 일에 열중했던 손. 이제라도 쓰다듬고, 안아주고, 퍼주는데 더 많이 쓰이기를 소망한다.

<김케이 임상심리학 박사>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애틀랜타한인회 '우수 한인회' 선정 수상
애틀랜타한인회 '우수 한인회' 선정 수상

2026 미주한인회장대회서 수상 애틀랜타한인회(회장 박은석)가 ‘2026 미주한인회장대회’에서 2위에 해당하는 우수 한인회상을 수상했다.미주한인회총연합회(총회장 서정일, 이하 미주

조지아, 'HOA 갑질' 막는 강력 감시법 제정 눈앞
조지아, 'HOA 갑질' 막는 강력 감시법 제정 눈앞

'쓰레기통 때문에 집 압류' 제동주정부에 HOA 감시국 신설해 조지아주 내 주택 소유주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주택소유주협회(HOA)의 무소불위 권력에 마침내 강력한 제동이 걸렸다.

메트로시티은행 슈가로프지점장 미셸 박 임명
메트로시티은행 슈가로프지점장 미셸 박 임명

애나 왕 지점장 명예퇴직은행 4일 창립 20년 기념 메트로시티은행(회장 백낙영, 행장 김화생)은 3월 31일 슈가로프지점장에 미셸 박씨를 임명했다. 또한 20년간 메트로시티은행에서

〈한인타운 동정〉 윤 아카데미 '90일의 기적' 학생 모집
〈한인타운 동정〉 윤 아카데미 '90일의 기적' 학생 모집

윤 아카데미 '90일의 기적' 학생 모집경이로운 영어공부법으로 답답한 영어가 새로운 세상을 만난다. 숙제만 해도 실력이 향상되고, 안정적인 영어 보가 된다. 60대 이상도 등록 환

[수필] 내 인생에 대한 예의
[수필] 내 인생에 대한 예의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이솝 우화의 ‘여우와 신포도’ 이야기는 우리에게 익숙한 자기 합리화의 전형을 보여준다. 배고픈 여우가 높은 가지에 매달린 포도를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타운하우스 보험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타운하우스 보험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최선호 보험전문인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도시로 사람들이 몰리는 현상은 흔하다. 한국에서도 시골에는 노년층이 남아 있고 젊은 세대는 대부분 도시에서 생활한다. 도시에는 일자리도 많

민주 강세 지역만 비당파 선거… 주 정가 뇌관 되나
민주 강세 지역만 비당파 선거… 주 정가 뇌관 되나

귀넷등 5개 카운티 고위 공직자 선거 민주당·카운티,주지사에 거부권 촉구 귀넷을 포함한 메트로 애틀랜타 주요 5개 카운티 고위 공직자에 대한 비당파 선거 의무화 법안이 조지아 정가

미주성결교회 동남지방회, 개척지원금 전달
미주성결교회 동남지방회, 개척지원금 전달

파트리아교회, 그린빌 벧엘교회 각 1만 달러 미주성결교회 동남지방회(회장: 김종민 목사)는 3월 30일(월) 오후 2시, 아틀란타 로고스한인교회(담임: 김운형 목사)에서 “제7회

귀넷 신임 교육감 연봉 40만달러
귀넷 신임 교육감 연봉 40만달러

GCPS와 계약 내용 공개빅 6 학군 교육감 중 5위 1년여의 공모 과정을 통해 최근 임명이 확정된 알렉산드리아 에스트렐라(사진) 귀넷 교육청 신임 교육감의 계약 조건이 공개됐다.

커밍아웃 귀넷 커미셔너 윤리위 피소
커밍아웃 귀넷 커미셔너 윤리위 피소

‘전국커밍아웃 데이’기념 게시물에 카운티 로고 사용…귀넷 주민 제소 커밍아웃을 통해 동성애자임을 밝힌 귀넷 카운티 커미셔너가 윤리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지난 3월 20일 귀넷 주민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