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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희의 시선] ‘기부여왕’ 매켄지 스캇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04-03 13: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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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주 샌안토니오의 YWCA 사무소장 프란체스카 레트레이는 2020년 11월 한 남자의 전화를 받았다.

 “매켄지 스캇이 기부를 하려는데 몇 가지 질문에 답할 수 있냐”고 물었을 때 처음엔 무슨 말인지 알지 못했다. 그러나 바로 인터넷 검색에서 ‘매켄지 스캇’을 찾아본 그녀는 책상을 부여잡았고, “100만달러를 기부할테니 은행계좌를 알려달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 울음을 터뜨렸다.

복권당첨과도 같은 이런 행운의 스토리가 지난 4년간 꽤나 많이 들려왔다. 미국의 수많은 봉사단체, 비영리 공익단체들은 갑자기 거액의 기부를 제안하는 전화나 이메일을 받고 기함을 했다. 대부분은 그처럼 큰 기부금을 받아본 적이 없는 마이너리티 봉사단체였고 기부를 신청한 적도, 자신들이 심사 대상에 오른 줄도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회장의 전 아내 매켄지 스캇이 ‘무지막지한’ 기부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여성으로서는 물론이고 다른 억만장자들이 무색할 정도로 잇달아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놀라운 것은 그녀의 기부속도다. 스캇은 2019년 4월 베조스와 이혼하면서 아마존 주식의 4%(당시 380억달러)를 받았는데 그때부터 바로 지출계획을 세웠고 ‘더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 억만장자들이 재산의 절반이상 기부를 약속하는 캠페인)에 서명했다.

그리고 1년만인 2020년 7월 116곳에 17억달러를, 그해 12월 382개 단체에 41억6천만 달러를, 2021년 6월 286곳에 27억달러, 2022년에는 5차례에 걸쳐 11억달러, 그리고 2023년 360개 단체에 22억달러를 기부했다. 가장 최근에는 바로 2주전, 361개 비영리단체에 6,400만달러를 기부했다고 그녀의 웹사이트(YieldGiving.com)는 밝히고 있다.

불과 4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10회에 걸쳐 1,900여 단체에 172억달러를 기부한 것이다. ‘억’ 자를 하도 많이 쓰니까 좀 무감각해지는데, 사실 그게 어느 정도 큰돈인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아무리 부자여도 이렇게 엄청난 돈을 ‘물 쓰듯이’ 기부하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녀보다 훨씬 더 돈이 많은 전남편 베조스를 비롯해 숱한 세계부호들이 ‘기빙 플레지’에 서약조차 하지 않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맥켄지 스캇(53)은 현 자산이 400억달러, 미국에서 세 번째로 부유한 여성이자 세계에서 47번째로 부유한 사람이다. 기부를 많이 해도 재산이 줄지 않는 것은 돈이 돈을 벌어다주는 현 금융시스템 때문이다. 아마 그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더 열심히 기부하는지도 모른다.

더 놀라운 것은 그녀의 기부방식이다. 스캇은 ‘전문팀’을 통해 기부대상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선정한 후 ‘쿨하게’ 쾌척한다. 팀원들은 전화로 기부 사실을 알린 후 갑자기 나타나 거액의 수표를 전달하고 조용히 사라진다. 거창한 증정식이나 언론 발표도 없다. 심지어 기부금 사용에 아무런 조건도 없다. “마음대로 써도 좋다”는 말을 듣는 순간 많은 사람들은 통화 도중 울음을 터트린다.

한가지 조건이 있기는 하다. ‘프라이버시’를 지켜달라는 것이다. 매켄지 스캇에게 감사편지를 보내거나 직접 연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스캇은 물론 팀원들조차 어떤 언론의 인터뷰 요청에도 응하지 않는다.

그녀는 왜 이토록 열심히 나눔에 앞장서는 것일까? 이혼 당시 스캇은 “어쩌다보니 과분한 돈을 갖게 됐다”면서 “금고가 텅 빌 때까지 자선활동에 힘을 쏟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 그러나 아마존 초기 투자자 닉 하나워는 포브스에 “매켄지는 아마존 창업 때 제프와 똑같이 많은 일을 했다”면서 “제프 주식의 절반을 얻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웹사이트 ‘일드기빙’에 올리는 에세이를 읽어보면 그녀는 자신의 엄청난 부에 양심의 가책을 받는 것처럼 보인다. “한 개인의 재산은 혼자만의 노력이 아니라 사회 집단적 노력의 산물”이며 “누군가를 돕는 일은 우리 모두를 돕는 일이다”라고 쓴 그는 자신의 미션을 “사려 깊게 기부하고, 곧바로 시작하고, 금고를 완전히 비울 때까지 계속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매켄지 스캇에 대해 또 한가지 놀라운 사실은 그녀가 전미도서상을 수상한 ‘소설가’라는 사실이다. 6세 때 ‘책벌레’라는 142쪽짜리 소설을 썼던 스캇에게 문학은 평생의 열정이고 존재의 목적이었다. 2005년 첫 소설 ‘루서 올브라이트의 시험’(The Testing of Luther Albright)에 이어 2013년에는 두 번째 작품 ‘함정’(Traps)을 발표했다.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LA타임스는 데뷔소설을 ‘올해 최고의 책’으로 선정했고, 스캇의 석사논문 담당교수였던 노벨문학상 수상자 토니 모리슨은 ‘보기 드문 수작’이라고 평가했다.

매켄지 스캇 터틀은 샌프란시스코의 부유한 가정에서 삼 남매의 둘째로 태어났다. 고교시절 아버지가 파산하여 가세가 기울자 프린스턴 대학시절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어렵게 공부했고, 1992년 영문학 석사학위를 받은 후 뉴욕 헤지펀드 회사에서 근무하다 베조스를 만나 결혼했다. 온라인서점을 시작하려는 남편을 위해 직접 볼보를 운전하여 미 전국을 돌아다니며 아마존이라는 전설적인 기업을 함께 창업했다. 항상 쾌활하고 솔선수범하여 사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사람이었다는 스캇은 바쁘고 정신없던 그 시절에도 사무실 한 구석에서 소설을 쓰고 있었다고 직원들은 회상한다. 

아마존이 거대기업으로 성장하는 동안 스캇은 4명의 자녀를 키우는데 집중하는 한편 꿈을 포기하지 않고 작가의 길을 걸어왔다. 그녀에게 많은 감사와 존경과 박수를 보내며 작가로서도 번성하기를 응원한다.             

<정숙희 LA미주본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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