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김성희 부동산
첫광고
이규 레스토랑

[행복한 아침] 보름달 유정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2-09-16 09:14:09

행복한 아침, 김정자(시인·수필가)

권순상 노흥성 부동산 470-218-6136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김정자(시인·수필가)

흐린 일기에 저녁 무렵엔 비까지 내린 한가위였다. 이틀을 기다린 끝에 조금은 기운 듯 하지만 완만하게 채워진 보름달을 만났다. 올해 한가위 보름달은 어느 때보다 특별하다. 평생에 한 번 보기 힘든, 100년 만에 가장 둥긂이 완전한 추석 보름달이 떠오를 것이란 예보가 있었다. 둥근 보름달이 우리네 시야에 들어오기 까지는, 해와 지구, 달이 일직선을 이루게 될 때 보름달이 되는 것인데 달이 지구를 회전하는 궤도가 타원으로 돌기 때문에 꽉 채워지는 보름달이 추석이나 정월 대보름 날짜와는 시간적으로 차이가 생기기 때문에 명절에 온전한 보름달을 만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틀을 기다린 보람으로 한가위 만큼은 아니지만 보름달이 풍성하게 채워졌다. 잦은 비로 혹여 보름달을 보지 못하지는 않을까 마음을 졸였지만 달빛이 쏟아지고 있는 정경이 반갑고 감미롭다. 하늘에 두둥실 떠있는 둥근 달님이 도심의 길들을 비추어 주고 있는 야경이 생경 스럽다.

이슬이 내리기 시작하는 백로를 지나면서 하늘도 가을 빛이 완연해진 중추계절이다. 가장 달빛이 좋다는 추석을 이틀이나 지나긴 했지만 멋진 달밤을 연출해 줄 것을 기대하며 우리집 할배랑 정원 벤치에서 달맞이를 하기로 했다. 휘영하니 밝은 보름달이 신세계를 펼쳐내고 있다. 넘실대는 빛결이 쏟아지고 있는 정경이 감미롭다. 달빛이 건네주는 온화한 분위기 만으로도 이미 마음 산책은 모자람 없이 넉넉함으로 즐길 수 있을 만큼 군데군데 흩어진 구름 사이로 요요한 달빛이 쏟아져 내린다. 달님으로부터 드리워지고 있는 빛줄기가 별빛과 어우러지며 완벽한 짜임새 구도를 만들어내고 있어 번잡한 세상 시름 잠시 놓아두고 달님을 동무삼아 그리움 사무친 이름들을 불러볼 참이다.

휘영청 달빛이 고요로움을 불러들이고 천지는 그윽하다. 달빛은 당황할 만큼 농도 짙은 색상도 아니요 흐릿한 미광도 아닌, 눈부실 만큼 강렬한 빛을 뿜어내지도 않아서 온화하고 해맑은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루고 있다. 단순한 듯 심오한 지성을 내포한 다정다감한 달빛이 교교하다. 달 주위에 흐르는 구름이 유려한 학 같기도 하고 바람에 하늘대는 비단 옷자락으로 보이기도 한다. 소슬한 밤기운이 배경이 된 달의 빛결이 뽀얀 진주빛을 띠고 있다. 한가한 것 같으면서 결코 나태하지 않은, 방만한 것 같으면서도 산만하지 않은, 화려한 듯 하지만 우아함에는 집요해 보인다. 달빛이 구사해내고 있는 적요와 어울리는 맑은 밤이다. 더위를 밀어낸 계절 전령이 초대해준 밤하늘엔 달님이 산뜻하고 말쑥한, 아담한 듯 우아하면서 단아한 모습으로 중천으로 솟아 올랐다.

가고 싶은 대로 내달아 갈 수 없는 것이 달의 행로다. 달의 여정은 공전과 자전 주기를 따르고 있어 한치의 오차 없는 치밀한 주기가 요구된다. 일정한 기울기에 달이 차오르고 비워내는 모드까지 무미한 것 하나 없는 것이 달이 가는 길이다. 달이 떠오르는 것도 기우는 것도 새로이 준비된 몰입 없이도 클라이맥스를 연출하고 독특한 풍광을 능숙하게 운용해내고 있다. 

밝고 환한 빛 줄기가 여울지는 무량한 달빛을 받으며 달님을 바라보는 동안 넉넉한 평안이 밀려들면서 문득 유년의 동무들이 떠오른다. 자꾸만 따라오는 달님을 따돌리느라 흥건히 땀이 베었던 유년의 그리움을 옛 동무들이랑 재현해보고 싶어진다. 달빛은 사색과 사유를 유도해내고 그리움까지 불러들인다. 달빛 아래 환하게 드러난 고향 신작로도 보이고, 둥근 달 같이 둥근 마음을 가지셨던 내 어머니 모습도 보인다. 달님은 귀향을 불러들이고 달빛은 지독한 망향의 그리움을 끌어들인다. 그리움 발원지는 달님이다. 달 빛에 낭자하게 젖어버린 벤치에서 나이든 노부부는 주름진 모습을 숨기고 싶지 않을 만큼 달빛에 젖은 채 오히려 삶의 훈장으로 받아 들이자고 서로를 다독인다. 달빛에 취한 노부부는 흘러가버린 세월을 돌아 보며 동행해온 여정의 마디 마디들을 어루만져 본다. 노부부 이야기를 엿들은 달님의 미소에서 오묘하고 알 수 없는 꽃 향기가 풍겨온다. 밤하늘이 토해내고 있는 심호흡이 깊은 울림이 되어 우주에, 태양계에, 지구별에, 북미 대륙에, 애틀랜타에 농밀한 파문을 일으키는데 환한 둥근 달 속엔 온 우주가 감추어져 있는 듯 하다. 달빛에 드러난 환한 도심거리는 분주함도 멈추고 고요로움으로 잘 정돈된 밤풍경을 연출해내고 있다. 밤이 깊었다. 달맞이를 접고 정원에서 현관으로 들어서는 동안 계속 달님이 따라온다. 달님은 여전히 빛 부신 빛살을 쏟아내고 있다. 마음이 한없이 유순해지고 솔직해진다.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는 마음들이 달 같이 둥글고 달빛 같이 부드러웠으면 좋으련만. 이방인의 삶이라 그런지 보름달 유정이 어찌 적적하고 쓸쓸한 기류가 미묘하게 스치운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최선준 목사 24년 완성 퍼즐 전시회 개최
최선준 목사 24년 완성 퍼즐 전시회 개최

완성 퍼즐 80개 전시, 6월 21-28일 새언약교회 최선준 목사(전 애틀랜타 한인교회협의회장)가 24년 동안 완성한 퍼즐(puzzle) 80개 전람회를 개최한다.전시회는 6월 2

조지아텍 카브레라 총장 11월 사임
조지아텍 카브레라 총장 11월 사임

총장 재임 중 최고 연구비 지출 조지아텍(Georgia Tech)의 앙헬 카브레라(Ángel Cabrera) 총장이 7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올가을 사임한다. 2019년부터 조지아텍

철통보안 속 월드컵 애틀랜타 첫 경기 이변
철통보안 속 월드컵 애틀랜타 첫 경기 이변

67위 카보베르데 2위 스페인 무승부경찰∙ FBI, 수퍼볼급 이상 보안 유지 15일 한국 같은 조 남아공∙ 체코 경기  애틀랜타가 수년간 준비하고 기다려온 2026 피파 월드컵 첫

전쟁 종식 합의에도 유가 하락은 '먼 이야기'
전쟁 종식 합의에도 유가 하락은 '먼 이야기'

전문가들 "정상화까지 수개월 소요" 이란 전쟁 종식과 호르무즈 해협 개방 합의가 14일 발표됐음에도 불구하고, 고공행진 중인 유가와 휘발유 가격, 그리고 에너지 공급난은 하룻밤 사

아시아계 10명 중 6명, "미국 기회의 땅 아냐"
아시아계 10명 중 6명, "미국 기회의 땅 아냐"

트럼프의 강경 이민정책에 공포문화적 다양성이 정체성에 중요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 정책이 아시아계 미국인 및 태평양 제도민(AAPI) 사회에 깊은 불안과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

귀넷 등서 메디케이드 허위 청구 잇단 ‘철퇴’
귀넷 등서 메디케이드 허위 청구 잇단 ‘철퇴’

검사비 허위청구 귀넷 업주 10년형 주검찰,캅 검사실 운영자 형사 조치  메디케이드 허위 청구 혐의로 귀넷 병원 업주가 청구금액 전액 배상과 함께 실형을 선고받았다.조지아 주검찰에

주상원 7지역구 '화이트' 후보 투표참여 호소
주상원 7지역구 '화이트' 후보 투표참여 호소

커크랜드 카든 귀넷 커미셔너 부인"다양성을 대변할 후보 선택하세요" 16일은 조지아주 예비선거 결선투표일이다. 지난달 당내 경선을 치러 과반 득표에 실패한 1, 2위 후보들이 결선

딸 성폭행 ‘인면수심’ 귀넷 남성에 종신형 3회
딸 성폭행 ‘인면수심’ 귀넷 남성에 종신형 3회

귀넷법원, 120년 추가 징역형도화장실 갇혀있던 딸 화재로 사망  딸을 수년간 성폭행한 귀넷 남성에게 가석방 없는 종신형 3회가 선고됐다. 화장실에서 갇혀 생활하던 당시 10세 피

레이크 레이니어서 20대 남성 익사
레이크 레이니어서 20대 남성 익사

수심 14피트서 시신 수습  레이크 레이니어에서 20대 남성이 수영 중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홀 카운티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사고는 13일 오후 2시 40분께 로빈슨 공원 인근

공화 주지사 경선 '트럼프 대 켐프' 구도 무너져
공화 주지사 경선 '트럼프 대 켐프' 구도 무너져

켐프도 존스 공식 지지 선언"켐프 지지" 선전 잭슨 타격  16일 치러지는 공화당 주지사 결선 투표를 이틀 앞두고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가 부지사인 버트 존스 후보 지지를 공식 선언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