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강경 이민정책에 공포
문화적 다양성이 정체성에 중요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 정책이 아시아계 미국인 및 태평양 제도민(AAPI) 사회에 깊은 불안과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 최근 AP-NORC와 AAPI 데이터가 공동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AAPI 성인 10명 중 6명은 “미국이 과거에는 이민자들에게 훌륭한 나라였지만, 지금은 더 이상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에서 AAPI 성인의 약 절반은 지난 1년 사이 본인이나 지인이 구금 또는 추방을 당했거나, 이민 신분 증명서를 상시 소지하기 시작했거나, 여행 계획을 취소하는 등 일상을 크게 바꿨다고 응답했다. 이는 지난 1년 넘게 이어진 이민 단속의 여파로 풀이된다.
조사 결과, 미국이 이민자에게 여전히 훌륭한 곳이라고 답한 비율은 30%에 불과했으며, 5%는 “미국은 단 한 번도 이민자에게 좋은 나라였던 적이 없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API 성인들은 전반적인 미국인들보다 전 세계의 문화와 가치가 섞이는 것을 국가 정체성의 핵심으로 보는 경향이 강했다. 카틱 라마크리슈난 AAPI 데이터 설립자는 “미국 성공 신화는 아시아계와 이민자들의 역할에 크게 의존해 왔다”며 “수십 년간 거주한 이들이 ‘이곳이 더 이상 최고의 나라가 아닌 것 같다’고 말하는 것은 경고 신호”라고 지적했다.
합법적 체류자들조차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고 있다. 최근 연방법원은 특정 비자 수수료 인상안을 기각했고, 39개국 출신 이민자들의 망명, 취업 허가, 영주권 및 시민권 신청에 대한 최종 결정을 ‘범주적으로 차단’하려던 정책도 판사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 거주하는 베트남 출신 시민권자 코아 트란(27)은 지난해 아내에게 영주권을 항상 소지하라고 조언했다.
문화적 정체성 또한 미국인으로서의 정체성만큼이나 중요하게 여겨졌다. AAPI 성인의 절반 이상은 가족의 혈통이나 출신 국가가 개인 정체성에 ‘매우’ 중요하다고 답했으며, 이는 미국에서 태어난 AAPI 성인(59%)에게서도 높게 나타났다. 반면 일반 미국인 대상 조사에서는 미국인이라는 정체성을 더 중요하게 꼽는 비율이 높았다. 매사추세츠주 애비게일 제야라즈(22)는 자신을 ‘미국인’인 동시에 ‘남아시아계 미국인’으로 정의하며, 인도에 있는 가족과의 강한 유대감을 강조했다. 캘리포니아주 권순호(30) 역시 “시민권자로서 이곳에 살고 있지만, 정체성은 별개의 문제”라고 밝혔다.
미국 건국 250주년을 앞두고도 이들의 시선은 복합적이다. AAPI 성인의 73%는 문화적 다양성이 국가 정체성에 중요하다고 답했으나, 이민 제한과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 축소 움직임은 이들에게 회의감을 안겨주고 있다. 이번 조사는 4월 20일부터 28일까지 AAPI 성인 1,075명을 대상으로 실시되었으며, 표본 오차는 ±4.4%포인트다. 박요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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