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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세월의 신호등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2-09-09 08:20:54

행복한 아침, 김정자(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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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자(시인·수필가)

 

한가위다. 달빛 중 가장 빛고운 절기이기에 한가위 달님을 기다려왔었는데 이번 해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것 같다. 중추절 무렵에 만났던 둥근 달은 밤이 깊어갈수록 달 빛이 무르익어가고 달에서 흘러나오는 은 빛가루가 만상을 덮고 혼곤한 흥분이 일렁이곤 했었다. 갈 바를 몰라 붙들고 싶을 때, 애틋함을 풀어놓고 싶을 땐 달님을 우러러왔던 우리네였다. 마치 세월의 신호등처럼 갈 바를 명명해주 듯, 고단한 세상살이에 길잡이가 되어주 듯 평온하고 온화하게 인생들을 품어주었다. 영원한 여정으로의 안내판처럼. 21세기를 맞은 지가 엊그제 같은데 21년이란 시간이 지나버리고 2022년 언덕배기에 서버렸다. 

강풍에 휩쓸리듯 지나가버렸다. 세월의 현란한 속도감 가운데서도 이방인이란 색다른 삶의 여정을 기특하고 대견스럽다고 치켜주고 싶기도 하지만 혹여 군색한 군더더기 같은 허물은 없었는지, 이민자로서 자존 감은 지켜왔던가 자문해 본다.

세월은 오직 앞만 보고 돌이킴 없이 무심하게 인생들과 나란히 흘러가는 것이었다. 세월의 물결이 우리네 삶의 신비를 깨우쳐주었고, 우리네 삶을 순도 높은 향기로 세상을 정화하는 고상하고 기품 있는, 멋지고 세련된 일상을 갈무리해 갈 수 있는 길잡이로 신호등이 되어주었던 것이다. 사거리 신호등은 쉴 새 없이 신호를 보내주고 있다. 지나가도 된다는 파란 신호도, 기다림의 시간을 허락해 주는 노란 대기 신호도, 지금은 갈 때가 아니라 기다리라는 빨간 신호도 쉬지않고 이어지지만 세월의 신호등은 흔적이 남겨지든, 실체가 없어졌거나 지워진 족적에도 세월의 신호등은 꿋꿋이 세월의 흐름을 지켜내고 있었던 것이다. 여태껏 살아온 지난날에도, 지금을 살아내고 있는 순간에도, 남은 날들의 삶 앞에서도 인생의 향방을 일러주기를 바램하는 소원은 계속될 전망이다.

흐르는 시간 사이로 인생들의 걸음은 빨라지고 세월의 신호등은 희뿌연 바람기에 거슬리면서도 흔적을 그려 내고 있는데 문득 신호등 색상 외에도 수 많은 색상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깨닫게 된다. 문인의 길로 들어선 세월도 한참인데 언제쯤이나 만족할 알곡을 거둘 수 있을지 세월의 신호등을 향해 물어볼 일도 남았는데 엉뚱스럽게 노구의 몸이 옛 몸이 그립다는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나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나’ ‘나는 지금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가’ ‘나는 지금 어디로 가야  하나’.  이같은 질문들이 없이는 움직일 수 없었다는 것도 비로소 깨닫는다. 미 대륙에서 한사람의 시민으로 현명한 이민자로 강인한 소명의식을 품은 의지로 세월의 주인이 되어야 할 것이라 다짐했던 그 날이 아슴푸레하게 손에 잡힌다. 그 간 세월의 신호등으로 하여 힘들고 난해했던 낯선 땅이 조금은 익숙해져 가고 있음에 감사가 우러난다.

노년이란 어휘는 내 인생과는 무관하게 비켜갈 것만 같았는데 눈 깜빡할 사이 우뚝 다가 와 서있다. 세월이 덧없다. 태어나고 한 세상을 살고 세상을 떠나는 것. 세월 흐름이 꿈만 같다. 바람 같기도 하고 하염없이 흐르는 구름 같기도 하다. 삶은 또 다른 세월을 향한 기약이라 했다. 세월 흐름에 민감한 지각 반응이 감각적으로는 도드라지지만 육신은 그 유속에 따라주지 못하는 것이 세월 흔적인 것 같다. 학교 수업시간이 지루했던 것도 얼른 성인이 되어보고 싶다는 엉뚱한 생각을 할만큼 세월이 더디고 유순하게 흘러갔던 것 같다. 세월의 속도감을 감지하지 못했던 유년이 그립다. 아이들을 키워내면서부터 속도를 제어하거나 붙들 틈도 없이 내달아 버리고 말았다. 손가락 사이로 새어나가는 모래알처럼 하루들의 삶의 신호등에 충실해 왔던 가를 짚어볼 겨를도 없이 흘러가버렸다.

넓은 강폭같은 세월 속에선 하루들 길이가 지루하기도 했었고, 세월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지는 동안에는 어떤 자막을 남겼으며 세상을 가족을 스스로를 얼마나 사랑했으며 얼마나 대화하며 어우러지며 살아왔던가. 남은 시간을 어떻게 채워갈 것인가. 세월의 수압에 떠밀리듯, 함부로 세월을 주름잡으며 접어 두기도 하며 무심하게 걸어 오지는 않았는지. 여울처럼 흐르는 시간이라는 신비를 타고 한 생을 살아간다는 것. 그렇게 지루할 만큼도 아니었지만 결코 짧기만 했던 것도 아니었던 세월 흔적들이 퇴적물처럼 고여있다. 노년으로 접어드는 더딘 걸음 사이로 회환의 바람이 스치운다. 평온했던 유년에는 시간 읽기도, 시간을 벌어야 할 일도 없었는데 언제부터인가 기도의 대합실에서 말씀의 프리즘을 통해 익혀왔던 것 같다. 세월의 신호등은 깊은 묵상 끝에 얻어지는 하늘로부터 내려지는 메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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