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김성희 부동산
이규 레스토랑
첫광고

[보석줍기]봉숭아 물들이던 시절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2-06-20 14:12:05

보석줍기,오윤숙

권순상 노흥성 부동산 470-218-6136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오윤숙(꽃길걷는 여인·쥬위시타워 보석줍기 회원)

 

어린 시절 여름이면 우리 동네 집집마다 봉숭아꽃이 한창이다. 돌담 밑과 나무 울타리 밑에 옹기종기 빨갛게 피어나는 정겹고, 예쁘고, 아름다운 봉숭아꽃. 지금도 봉숭아꽃을 보면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탐스럽게 피어오른 빨간 꽃과 잎을 미안한 맘으로 따 절구에 백반과 숯가루를 넣어 쿵쿵 찐 후 뽕나무 잎에 꼭꼭 쌓아 놓는다. 저녁이 되어 흔들거리는 등잔불 아래서 저녁을 먹고는 엄마를 따라 동네 아주머니들과 수건 하나 들고 하루종일 흘린 땀을 씻으러 달빛에 길을 더듬어 강가로 향한다. 캄캄한 강가에서 텀벙거리며 달빛에 보일듯 말듯한 몸을 씻으며 수다를 떨다가도 혹 남자가 나타날까봐 귀를 기울인다. 그때는 세수비누도 없어서 물로만 씻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고무신이 물에 젖어 아즈작 아즈작하는 소리가 캄캄한 밤에 머리를 쭈빗하게 하기도 한다.  젖은 머리를 하고 집에 들어가면 할머니가 툇마루에 모깃불 피워놓고 하루종일 땡볕에 익은 수박과 참외를 들고 나온다. 식구들이 둘러앉아 과일을 먹고 있노라면 내 마음은 언제 엄마가 뽕잎에 싸둔 봉숭아로 물을 들여 줄는지 마음이 바빠진다. 기다리다 못해 “엄마, 빨리 봉숭아 물!” 하면 그제서야 엄마는 미리 쪄 놓은 봉숭아를 등잔불 아래에서 손톱 위에 하나씩 하나씩 올려 뽕나무 잎으로 감싼 후 실로 칭칭 감아준다. 모기장으로 들어가 열 손가락 쫙 펴서 조심스레 배 위에 얹어놓고, 자다가 빠질까봐 몇 번을 깨어 만져보고 또 만져보고 하다가 깊이 잠들어버린다. 아침에 일어나 눈을 뜨기 전에 손톱 먼저 만져보면 몇 개 안 남고 거의 빠져 버렸다. 놀래서 눈을 떠 보니 손톱 물은 희미하게 들었고 감싼 뽕잎들은 이부자리 여기저기를 빨갛게 물들여놨다. 엄마한테 혼날까봐 미리 아양 떨며 잉잉거리면서 엄마한테 간다. 엄마는 “이그 조심해야지” 하지만 나는 속으로 “잠을 자는데 어떻게 조심해” 하며 대꾸한다. 이와 똑같은 방법으로 세 번은 물을 들여야 예쁜 색깔이 나온다. 예쁘게 물든 손톱을 보고 또 보며 행복해하던 어린 시절 그 모습이 그립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최선준 목사 24년 완성 퍼즐 전시회 개최
최선준 목사 24년 완성 퍼즐 전시회 개최

완성 퍼즐 80개 전시, 6월 21-28일 새언약교회 최선준 목사(전 애틀랜타 한인교회협의회장)가 24년 동안 완성한 퍼즐(puzzle) 80개 전람회를 개최한다.전시회는 6월 2

조지아텍 카브레라 총장 11월 사임
조지아텍 카브레라 총장 11월 사임

총장 재임 중 최고 연구비 지출 조지아텍(Georgia Tech)의 앙헬 카브레라(Ángel Cabrera) 총장이 7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올가을 사임한다. 2019년부터 조지아텍

철통보안 속 월드컵 애틀랜타 첫 경기 이변
철통보안 속 월드컵 애틀랜타 첫 경기 이변

67위 카보베르데 2위 스페인 무승부경찰∙ FBI, 수퍼볼급 이상 보안 유지 15일 한국 같은 조 남아공∙ 체코 경기  애틀랜타가 수년간 준비하고 기다려온 2026 피파 월드컵 첫

전쟁 종식 합의에도 유가 하락은 '먼 이야기'
전쟁 종식 합의에도 유가 하락은 '먼 이야기'

전문가들 "정상화까지 수개월 소요" 이란 전쟁 종식과 호르무즈 해협 개방 합의가 14일 발표됐음에도 불구하고, 고공행진 중인 유가와 휘발유 가격, 그리고 에너지 공급난은 하룻밤 사

아시아계 10명 중 6명, "미국 기회의 땅 아냐"
아시아계 10명 중 6명, "미국 기회의 땅 아냐"

트럼프의 강경 이민정책에 공포문화적 다양성이 정체성에 중요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 정책이 아시아계 미국인 및 태평양 제도민(AAPI) 사회에 깊은 불안과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

귀넷 등서 메디케이드 허위 청구 잇단 ‘철퇴’
귀넷 등서 메디케이드 허위 청구 잇단 ‘철퇴’

검사비 허위청구 귀넷 업주 10년형 주검찰,캅 검사실 운영자 형사 조치  메디케이드 허위 청구 혐의로 귀넷 병원 업주가 청구금액 전액 배상과 함께 실형을 선고받았다.조지아 주검찰에

주상원 7지역구 '화이트' 후보 투표참여 호소
주상원 7지역구 '화이트' 후보 투표참여 호소

커크랜드 카든 귀넷 커미셔너 부인"다양성을 대변할 후보 선택하세요" 16일은 조지아주 예비선거 결선투표일이다. 지난달 당내 경선을 치러 과반 득표에 실패한 1, 2위 후보들이 결선

딸 성폭행 ‘인면수심’ 귀넷 남성에 종신형 3회
딸 성폭행 ‘인면수심’ 귀넷 남성에 종신형 3회

귀넷법원, 120년 추가 징역형도화장실 갇혀있던 딸 화재로 사망  딸을 수년간 성폭행한 귀넷 남성에게 가석방 없는 종신형 3회가 선고됐다. 화장실에서 갇혀 생활하던 당시 10세 피

레이크 레이니어서 20대 남성 익사
레이크 레이니어서 20대 남성 익사

수심 14피트서 시신 수습  레이크 레이니어에서 20대 남성이 수영 중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홀 카운티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사고는 13일 오후 2시 40분께 로빈슨 공원 인근

공화 주지사 경선 '트럼프 대 켐프' 구도 무너져
공화 주지사 경선 '트럼프 대 켐프' 구도 무너져

켐프도 존스 공식 지지 선언"켐프 지지" 선전 잭슨 타격  16일 치러지는 공화당 주지사 결선 투표를 이틀 앞두고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가 부지사인 버트 존스 후보 지지를 공식 선언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