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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우리를 기쁘게 하는 것들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2-04-06 11:25:57

수필, 김경자(숙명여대 미주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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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자(숙명여대 미주총회장)

 

사월은새순, 새빛, 새 영혼

온 우주의 새빛 휘감고

맑은 영혼 새옷 갈아 입고 찾아오신

사월의 신부여

 

나무마다 예술가의 혼을 지녀

신들린 바람에 입 맞추면 

죽었던 가지마다  꽃이 피고 잎이 나듯

잠자던 산자락 생명의 혼 꿈틀거려

일어나라, 일어나라

아직 잠자는 내 영혼 흔들어 깨우네

나무마다 맑디 맑은 영혼의 웃음소리

''행복은 아주 단순한 거예요''

출렁이는 기쁨, 그 자유함

흔들리는 혼의 세계

하늘 내리신 생명의 선물

새 목숨으로 다시태어나야지

사월엔 

꽃으로 , 바람으로, 사랑으로       ( 시   김경자)

 

‘우리를 기쁘게 하는 것들’ 이태동 교수의 책을 새로 시작한 독서클럽에 소개하면서 잊고 살아온 행복의 조각들을 돌아본다. 저문 강가에 앉아 지난 날 축복받은 생의 조각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축복보다는 슬프게 하는 것들을 끌어안고 살았던 세월들이 왜 그리 많았던가. 사월의 숲에 서면 흔들리는 새 생명들  겨울의 무거운 옷을  벗어버리고  마치 부케를 든 신부의 모습처럼 아름다운 꽃향기에 젖는다. 누가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흙속에는 생명의 시계가 있나보다.

나무마다 맑은 영혼의 울음인가, 웃음인가,  맑은 새 영혼 새 옷 갈아입고 기쁨으로 출렁인다. 돌산이 아침 안개를 벗고 선녀처럼 몸을 드러내는 한폭의 산수화처럼 내영혼을 맑게 씻어낸다. 40여년 ‘돌산지기’로 살아온 세월이 내 영혼을 기쁘게한다. 솔들 사이  묵언의 이끼낀 바위들이  겨울 옷을 벗고 새봄을 기다린다. 돌산 종탑에서 들려오는 은은한 종소리, 사월이 보낸 꽃 편지에 왠지 모를 설움에 젖은 내마음을  조용히 달래준다. 나를 기쁘게 하는 것중에 영혼을 맑게 씻어주는 책들이다. 이민의 괴로움을 달래주는 때묻은 나의 서가에 꽂힌 책들을 어루만지며  학창 시절 강의실에서 듣던 노교수의 모습을 다시 본 듯한 기쁨, 책갈피에 숨기어진 그 맑은  지혜들을 어디서 얻을까싶다. 독서클럽에서  잊었던 지혜의 책갈피를 넘기며 스승들의 기침 소리에 다시 깨어난다. 이달의 도서로 선정한 ‘우리를 기쁘게 하는 것들’ 이 책은 언젠가 한인 도서관에 내가 기증한 책인데  옛 한인회관이 불타버린 잿더미에서 찾아낸  물에 젖어 책장을 겨우 넘길 정도로 낡았다. 애정이 묻어난 이 책이 나를 기쁘게한다.

어느 날 라디오에서 ‘솔베이지의 노래’가 대학 시절 음악회에서 신청곡으로 듣던 그 곡에 옛 연인을 만난듯 가슴 설렌다. 천재 화가 ‘반 고흐’를  좋아해서 어느 한 해는 ‘해바라기’만 그려 온 집안을  노랗게 물들였다. 평생 그림을 좋아하지만 초년생을 면치 못한  내 그림에 가끔은 미안하다. 불타는 듯한 ‘해바라기’ 처럼 뜨거운 정열과 불타는 생명력으로 아름다움을 표현하지 못한 나의 화폭에 가끔은 우울 하기만 하다. 예술의 미학적 표현에는 동양화 만한 예술의 미학적 표현이 있을까 싶다. 한지 위에 침묵의 검은 먹물이 번지는 수묵화를 따라 갈 예술이 또있을까. 그림보다 빈 여백의 자연 공간은 인간의 정신 세계, 그 절제속에 기하학적 은유의 미학을 지닌다. 끝없는 삶의 고뇌를 한 그루 솔에 얼룩진  아픔이 숨어있는 노송 한 그루, 그 침묵,  절제는 은유의 미학을 지닌다. 그 그림을 거실에 걸어놓고 한폭의 그림에 한 생애  아픔을 느껴본다. 사월은  신들린 요술쟁이인가. 새순, 새 생명으로 흔들리는 혼의 세계, 봄이 오자 맷새의 목청 또한 산자락을 흔든다. 서럽도록 고운 청자 하늘에 흰구름 오가듯 그렇게 마음 비우고 살고 싶다.

위대한 시, 수필들이 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겼지만 ‘20세기 최고의 수필’로 선정된 헬렌 켈러의 ‘사흘만 볼수 있다면(THREE DAYS TO SEE)’이다. 시각과 청각의 장애를 극복하고 인간 승리 본보기로 알려져 있지만 그녀는 훌륭한 문필가였다. 

“누구든지  젊었을 때 며칠간 만이라도 시력이나 청력을 잃어버리는 경험을 하는것은 큰 축복입니다. 보지 못하는 나는 촉감 만으로도 나무잎 하나 하나의 섬세한 균형을 느낄 수 있습니다. 봄이면 혹시 동면에서 깨어나는 자연의 첫 징조, 새순이라도 만져질까 살며시 나뭇가지를 쓰다듬어 봅니다. 아주 재수가 좋으면 한껏 노래하는 새의 행복한 전율을 느끼기도 합니다. 때로는 손을 느끼는 이 모든 것을 눈으로 볼수 있으면 하는  갈망에 사로잡히기도 합니다. 촉감으로이렇게 큰 기쁨을 느낄 수 있는데 눈으로 보는 이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움일까요. 그래서 꼭 사흘만 볼 수 있다면 무엇이 제일 보고싶을지 생각해봅니다. 첫 날은 친절과 우정으로  내 삶을 가치있게 해준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싶습니다. 남이 읽어주는 책을 내 눈으로 보고싶습니다.오후에는 산책을 숲속을 거닐으며 찬란한 노을을 볼 수있다면… 그날 밤 난 잠을 자지 못 할 겁니다. 둘째 날은 새벽에 일어나 밤이 낮으로 변하는 기적의 시간을 지켜 보겠습니다.”

헬렌 켈러의 환한 세상 계획표를 읽고 눈을 뜬 내가 얼마나 큰 충격인지… 두 눈을 뜨고도 볼 수 없는  나의 부끄러움이라니… ‘20세기의 최고의 수필’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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