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엘리트 학원
첫광고
경동나비

[보석줍기] 울 할매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2-04-04 14:51:16

보석줍기,오윤숙석,울할매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오윤숙(꽃길걷는 여인·쥬위시타워 보석줍기 회원)

 

참 오랜만에 불러보는 다정하고 따뜻한 할매, 할머니, 우리 할머니. 내가 ‘할머니’라 불려지는 것이 익숙한 70이 다 된 지금 나는 나의 할머니를 작은 소리로 불러본다.

초등학교 5학년 봄, 학교 가서 삼일절 기념 행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이미 할머니는 보이지 않고 마당에는 동네 사람들과 친척들이 웅성거리며 둘러 서 있었다. 갑자기 불안하고 놀라 할머니 방으로 들어가니 병풍만 보였다. 너무 난감하여 울지도 못하고 눈치만 보는데 사방으로 흩어졌던 작은 아버지들과 고모가 모여들고 심각한 표정으로 쉬쉬 하는 듯싶었다. 할머니는 홧병이 잦아 허가 없는 시골 병원에 수시로 드나들었다. 할아버지가 자주 외도를 하셔서 할머니는 늘 웃방에서 종이에 담배 가루를 넣어 말아 뻐끔뻐끔 피며 화를 식히곤 하셨다. 그날도 화병이 도져 주사를 맞으러 갔다가 잘못 페니실린 주사를 맞고 충격으로 돌아가신 것이다. 법적 대응해야 한다는 작은 아버지들의 의견에 아버지는 조용히 장례를 치르는 것으로 마무리하셨고, 5일장을 치르는 동안 내가 할머니 없이 어떻게 사느냐고 자지러지게 울어대어 온 동네 사람들이 함께 슬퍼하던 일이 생각난다. 할머니 품을 독차지하며 살던 나는 할머니가 친척집이나 볼일보러 집을 비우면 밤새도록 울고 징징대었는데, 할머니가 떠나신 후에도 밤마다 훌쩍거리며 할아버지 옆에서 쪼그리고 자다가 할머니 꿈을 꾸곤 했다. 꿈 속에서 할머니가 나에게 쌀쌀하게 대하며 멀리 떠나는 꿈을 꾸다 깨어 섭섭하고 허전한 마음에 잠을 설치던 밤도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속상한 일이 있으면 할머니가 더 생각나고, 엄마한테 꾸중을 들으면 이불 뒤집어 쓰고 할머니를 부르며 울었던 사춘기 시절이 필름이 돌아가듯 생생하게 떠오른다. 우리 할머니는 물물교환 시절에 되와 말로 재는 곡식을 넉넉하게 채워주곤 하셨다고 나중에 상인들에게 들었다. 또 과수원을 했던 시절에는 배 수확이 끝날 무렵 동네 집집마다 배 한 바구니씩 돌리라고 심부름을 시키기도 하셨다.

남편 만나 결혼하고 오랫동안 잊고 살던 할머니… 다섯 손주들에게 ‘할머니’라 불리는 내가 다시 불러보는 나의 할머니, 할머니, 할머니. 늘 이웃을 챙기며 말없이 다독여 주던 우리 할머니 품은 늘 따스하고 편안했는데 지금 나는 그런 할머니의 모습을 얼마나 닮아 있을까?

 

[보석줍기] 울 할매-오윤숙 6일자
오윤숙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미국서도 변종 엠폭스 감염 사례 확인
미국서도 변종 엠폭스 감염 사례 확인

엠폭스 바이러스 테스트 장비 [로이터]  아프리카에서 확산 중인 변종 엠폭스(MPOX·옛 명칭 원숭이두창) 감염 환자가 미국에서도 나왔다.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16일 최근 동

[법률칼럼] 영주권 문호(Visa Bulletin)

케빈 김 법무사   미국 국무부 국립비자센터(NVC)는 매월 15일을 전후로 ’영주권 문호(Visa Bulletin)’를 발표하여, 각 이민 비자 카테고리별로 접수 가능일(Fili

[벌레박사 칼럼] 아파트 바퀴벌레 문제 해결하기
[벌레박사 칼럼] 아파트 바퀴벌레 문제 해결하기

벌레박사 썬박 벌레문제로 상담하시는 고객들 가운데에는 아파트나 콘도에 사시는 분들도 많이 있다. 일반적으로 아파트는 아파트 자체적으로 페스트 컨트롤 회사와 계약을 맺어 정기적으로

[행복한 아침] 글쓰기 노동

김정자(시인·수필가) 나에게 글 쓰기는 못 본 척 덮어둘 수도 없고 아예 버릴 수도 없는 끈적한 역량의 임무인 것처럼 때론 포대기로 업고 다니는 내 새끼 같아서 보듬고 쓰다듬으며

비인간적 대우 만연, 풀턴카운티 구치소 현실
비인간적 대우 만연, 풀턴카운티 구치소 현실

비위생적 환경과 과도한 무력 사용풀턴 카운티 구치소 내 폭력 증가  풀턴 카운티 구치소 수감자들이 영양실조 및 폭력 등의 문제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연방 관리국은 풀턴 카운

자동화 물류 센터 조지아에 입성...'300개 일자리' 창출
자동화 물류 센터 조지아에 입성...'300개 일자리' 창출

조지아, 자동화 물류 혁신의 중심지로 부상1억 4,400만 달러 투자...2025년부터 운영  AI 기술을 통한 자동화 물류 서비스 센터가 조지아에 들어설 예정이다. 그린박스 시스

전기차 보조금 폐지 계획에 조지아 관련 당사자 반응 제각각
전기차 보조금 폐지 계획에 조지아 관련 당사자 반응 제각각

주정부 “별 영향 없을 것”무시현대차 “사업계획  차질”우려리비안 “수혜모델 없어” 덤덤  도널드 트럼트 대통령 당선인 정권인수팀이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계획하고 있다는 로이터

뺑소니 사망사고 낸 아마존 배달원 기소
뺑소니 사망사고 낸 아마존 배달원 기소

차량서 마약도 발견돼 12일 저녁, 체로키 카운티에서 뺑소니 사망사고를 일으킨 아마존 배달원 런던 베스트(남, 24세)가 기소됐다. 체로키 카운티 보안관실 관계자에 따르면, 사고

조지아 출신 콜린스, 트럼프 내각 보훈부장관 지명
조지아 출신 콜린스, 트럼프 내각 보훈부장관 지명

전 주, 연방하원의원 역임해 트럼프 열열한 지지자 활동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14일 조지아주 게인스빌 출신의 더그 콜린스(Doug Collins) 전 연방하원의원을

샘 박 의원 민주 원내총무 다시 한번
샘 박 의원 민주 원내총무 다시 한번

조지아 민주당 차기지도부 선출5선 박의원,경선 끝에 연임성공  조지아 하원 민주당 원내총무에  샘 박<사진> 의원이 연임됐다.조지아 민주당은 14일 비공개 회의를 통해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