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김성희 부동산
이규 레스토랑

[수필] 내 이웃은 누구인가 ?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2-03-22 15:57:49

수필, 김경자(숙명여대 미주총회장)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김경자(숙명여대 미주총회장)

 

나의 벗이 몇인가 헤아려 보니 수석과 송죽이라

동산에 달이 밝게 떠오르니

그것은 더욱 반가운 일이로다.

나머지는  그냥 두어라.

이 다섯 외에 더 있으면 무엇 하겠는가

구름의 빛깔이 깨끗하다고

하지만 자주 검어지네.

바람 소리가 맑다지만,

그칠 때가 많도다.

깨끗하고도 그칠 때가 없는 것은 

물뿐인가 하노라.

꽃은 무슨 까닭에 피자 마자 

쉬  져 버리고,

풀은 또 어찌하여 푸른 듯 하다가

이내 누른 빛을 띠는가?

아마도 변치 않는 건 바위뿐인가 하노라.

따뜻해지면  꽃이 피고 추워지면 잎이 떨어지는데,

소나무야, 너는 어찌하여 눈서리를 모르고 살아가는가?

나무도 아니고 풀도 아닌것이 곧게 자라기는 누가 시켰으며

그속은 어찌 맑게 비어 있는가

저렇게 사철  늘 푸르르니, 

나는 솔을 좋아하노라.

한 밤중의 광명이 너보다 더한것이 있겠느냐?(없다)

보고도 말을 하지 않으니 나의 벗인가 하노라

 (지은이 윤선도 1587-1671)

 

고산 윤선도는 좋은 가문에 태어나 왕자의 사부까지 된 학문과 인품, 덕망을 고루 갖춘 학자이며 정치가이기는 하지만 그의 맑은 성품이 불의를 간과할 수 없어 병란 때 완도 보길도로 귀향살이를 떠나 산수 자연을 벗삼아 시와 음율로 팔순에 이르기까지 자연을 벗삼고 향토 시인으로 지조를 굽히지 않는 회유의 선비요, 학자였다. 많은 시 중에 여기 ‘오우가’를 소개한다. 내고향 강진에는 다산 정약용, 시대는 좀 다르지만  윤선도, 추사 김정희… 조국의 거물들의 귀향살이로  유명한 곳이다. 그의 굳은 심지로 대나무, 솔을 그의 굳은 절개를, 달을 침묵의 덕을  존재로 표현한 그의 시는 ‘오우가’에 잘 표현되어 있다. 귀향살이처럼 미국 땅에 몸을 묶고 살고 있는 우리의 이웃은 과연 누구인가? 한집에 45년을 살면서 솔바람 소리에 내 마음 달래며 살았던 시간에도. 삶에 지칠 때 밤이 늦은 시간에도 솔밭을 거닌다. 가끔은 솔에 등을 기대면  엣 선비님의 기침소리가 들린다. 솔은 ‘나무 목에 선비 공’이 쓰여진 뜻이 깊은 의미가 있는 나무다. 마당에 바위를 심어 놓고 그 위에 이끼와 꽃을 심었더니, 겨울을 이기고 살아서 내 벗이 되었다. 45년 내가 사랑한 학생들이 새 집을 지어 떠났다. 새로 지은 학교 놀이터에 돌 의자 선물로 만들고 ‘사랑한다’ 말과  온 가족 이름을 새겨 놓았다. 

나의 친구 집에는 온 동네 식구들이 함께 먹을 수 있는 텃밭을 가꾼다. 난 유채꽃을 좋아해서 오늘은 몇 포기를 우리 집에 옮겨왔다. 농사일, 정원 관리인 ‘월터’ 할아버지는 나의 오랜 친구다. 그 집에 핀 꽃나무를 가끔 우리 집에 심어 주기도 한다. 이빨이 다 빠진 흑인 할아버지는 자신의 어머니는 노예였다고 하시며 우리 집 목화를 좋아하신다. 요즘 집 정돈을 하면서  쓰지 않는 물건을 ‘가라지 세일’ 대신 대문 밖에 몽땅 내 놓았더니 온 동네 사람들이 필요한 물건을 가졌다. 우리 동네는 시인, 예술가들이 모여서 시와 꽃들을 가꾸는 그룹들이 많다. 

지난해 잊을 수 없는  살인사건,동양인들을  무참히 살해한  3.16 사건을 우린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 안된다. 내 이웃을 내가 먼저 사랑하며 우리가 먼저 배려해야 할 때이다.  우리가 잘 산다는 것은 고급 주택, 명품을 갖는 것보다  내가 먼져 내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 때이다. 어느 날 밤 늦게 걷기를 하는데, 차가 내 옆에 섰다. 차에서 나이 드신 할아버지가 옷을 하나 건네주셨다. “밤에 걸으면 꼭 이 옷을 입고 걸으라” 하시며 ‘야광’으로 반짝이는 옷이었다. 꽃도 심고, 내 이웃을 내가 먼저 배려하는 일이 끔찍한 3.16 같은 사건을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내 이웃을  사랑하는 일이 아닐까 싶다. 세상이 살기 어려운 시기를 만났다. 명품 상가에는 손님보다 무장한 가이드가 더 많았다. 도산 안창호 선생님은 어떻게 낯선 땅에 살아갈 것인가를 몸소 가르치셨다. 눈부신 이 봄날에 만물은 꽃이 피는데, 사람만 전쟁으로 사람을 죽이는 무서운 세상을 만났다. 우린 대자연 앞에 사람으로 사는 일이 부끄럽다. 이 봄, 자연의 품에 안기어 사랑과 자비를 배울 때이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내 마음의 시] 오래된 포도주
[내 마음의 시] 오래된 포도주

월우 장  붕  익(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너와 나세월이 흘려 흘려제맛이 나는 포도주 분위기 있는 빛깔농익은 향내사랑의 스킨십 가면 갈수록사랑의 이끼가 발효되고 영혼의 깊은 술지워

애틀랜타 기온 '영하권' 급락...대피소 운영
애틀랜타 기온 '영하권' 급락...대피소 운영

30-31일 최저온도 영하권 비정상적으로 따뜻했던 날씨가 지나가고, 29일 오후부터 기온이 40도대(화씨)로 급락하고 강한 바람까지 더해지면서 메트로 애틀랜타 전역에 '살인적인'

'미동남부 한인사회 40년사' 드디어 선뵌다
'미동남부 한인사회 40년사' 드디어 선뵌다

동남부체전, 27개 각 한인회 역사 기술  미국 동남부 한인사회의 역사를 담은 ‘미동남부 한인사회 40년사’가 드디어 발간된다.홍승원 동남부한인회 연합회 전 회장이 공약으로 사업에

2주간 범죄전력 불법이민자 1천여명 체포
2주간 범죄전력 불법이민자 1천여명 체포

레이큰 라일리법 적용 전국서 특별 단속작전  트럼프 행정부가 이달 초 2주간 실시한 특별단속을 통해 전국에서 범죄전력이 있는 1,030여명의 불법 이민자를 레이큰 라일리법을 근거로

채경석 제34대 애틀랜타 한인노인회장 취임
채경석 제34대 애틀랜타 한인노인회장 취임

1월부터 다올 평생교육문화센터 운영 애틀랜타한인노인회 제34대 채경석 회장 취임식 및 송년회가 지난 27일 애틀랜타 한인회관 소강당에서 개최됐다.100여 명의 한인 시니어들과 축하

원격 치과진료에 '아메리카 퍼스트' 번호판도
원격 치과진료에 '아메리카 퍼스트' 번호판도

▪새해부터 발효되는 조지아 생활법률 올해 초 조지아 주의회를 통과한 다수 신규 법안들이 2026년 새해부터 효력이 발생된다.주택 보험료 관련 규정부터 치과진료방식, 선거제도 등 분

귀넷 서민, 모기지∙집세 내느라 허리 ‘휘청’
귀넷 서민, 모기지∙집세 내느라 허리 ‘휘청’

연 가구소득 7만5,000달러 미만 10가구 중 8가구 ‘주거비 과부담’  귀넷 카운티 중∙저소득층 주민의 대다수가 과도한 주거비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로 인해  

ESPN “애틀랜타, 김하성 영입으로 가장 큰 약점 메웠다”
ESPN “애틀랜타, 김하성 영입으로 가장 큰 약점 메웠다”

SI는 “주전 유격수 확보, 다른 포지션 신경 써야”   ESPN은 애틀랜타가 김하성 영입으로 가장 큰 약점을 메웠다는 분석을 내놨다. [로이터]  메이저리그(MLB) 애틀랜타 브

도라빌 주택 뒷마당에 소형 비행기 추락
도라빌 주택 뒷마당에 소형 비행기 추락

28일 오전...탑승자 2명 경상사고비행기 잔해 이웃 주택까지 도라빌 주택가 마당에 소형 비행기가 추락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다행히 사고 비행기 탑승자 2명 모두 가벼운 부상을 입

뼈 건강에 커피가 더 좋을까, 차가 더 좋을까?
뼈 건강에 커피가 더 좋을까, 차가 더 좋을까?

■ 워싱턴포스트 특약 건강·의학 리포트차를 많이 마시는 여성의 골밀도 더 높아커피 하루 5잔 이상은 뼈 건강에 부정적근력운동 하고 금연 및 음주 최소화해야 차와 커피 모두 다양한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