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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계절의 순항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0-12-11 15: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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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을 열고 달려본다. 개운할만큼 서늘하고 상쾌하기 그지없다. 깊은 하늘의 푸르름이 마음속 생각이나 느낌까지 맑고 청량하게 해준다. 높은 구름이 한없이 가벼워보여 마음도 살포시 떠다니는 것 같다. 가을 날도 이젠 끝물이라 하룻길 나들이라도 서둘러야할 듯하다. 

 

계절의 유래는 ‘교차하여 넘는 것’, ‘마디 또는 이음새’를 의미하며 ‘벼가 익는 절기’를 기준하여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순환이 이어져 가고 있다. 해서 계절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새롭듯 변모를 거듭하며 다시금 차오르는 순항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었다. 기후 변화 추이에 따라 계절이 드나들지만 바뀌어가는 풍광은 지구상 나라마다 시기와 장소, 절기 기준이 각각이다. 태양 조도와 지구 자전축 영향으로 계절의 구분이 한결같지 않은 것 또한 세상 사는 묘미를 더해주려는 뜻이 아니었을까. 계절이 윤전하는 것은 우주의 수많은 행성들이 공존유지를 위해 탄탄한 근육을 키워내려는 일련의 기획일지도 모를 일이다. 사계절이 되풀이 되는 것을 자연의 섭리라며 받아들이고 있지만 가슴으로 계절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열림에 마음을 맡긴다면 가을에서 겨울로 깊숙히 들어서는 계절 순항을 꿈과 희원의 사색이 얼마든지 깊어질 수 있을 것이다. 자연계 순환과 인생살이가 오버랩 되는 부분들을 새로운 흐름으로 각색할 수 있는 영감의 경이로움 까지도.

기후 기준으로 사철을 관측하기 보다 동물의 활동이나 식물의 발아와 개화, 낙엽 등 생태계 경관이 생활 속에 깊숙히 파고든 삶의 현장에서 민족 전통과 문화가 형성되어온 계절 체감이 더욱이 친밀하게 느껴진다. 묵은 계절이 물러나고 새 계절이 찾아들면 산뜻한 관심이 쏠리다가도 계절 사랑이 느슨해질 무렵이면 다음 계절이 들어서려는 눈짓만 보여도 느낌이 반전하듯 마음이 일렁이기 시작하고, 계절 사랑에 몰입할 무렵이면 계절은 새옷을 갈아입으며 떠날 채비를 한다. 해서 계절은 늘상 서둘러도 쫓아갈 수 없는 과거가 되고만다. 계절의 순항은 이렇듯 인생들의 로망이 되기도 하고 연모의 그리움이 되기도 하고 감사의 터널이 되어주기도 한다. 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드는 항로는 마지막 계절의 접항을 위해 조용히 다가와 있었다. 웬 서두름인가 싶기도 하지만 앞섰던 계절들의 수고로움을 이완의 시간으로 베풀고자 찾아준 것이라 여겨진다. 가을 항구에 닻을 내린지 언제였나 싶었는데 계절 정기 여객선은 겨울 항구를 향한 출항을 서둘렀나 보다. 누구는 호화 여객선으로, 어떤이는 날렵한 보트로, 한 켠에선 일엽편주에 몸을 맡기고 각양의 모습인 인생을 싣고 항해길따라 만난 겨울 항구로 입항한 것이다.

아침 저녁, 선선함이 설핏 끼어들어도 반갑기 그지 없었는데 마침 때를 맞추듯 겨울이 선뜻 다가와 주었다. 춘하추동의 꾸밈없음이 본연의 흐름이었는데 우연같은 필연의 반복이 엇박자 리듬을 끌고다님이 감지되기도 한다. 기다려지는 계절의 길목과 계절이 다가오는 길은 번번히 엇갈리지만 서로를 용납해야하는 아쉬움을 인정해가며 계절 항해는 여념없이 이어지고 있다. 비껴갈 수 없는 해후라서 의외로 일찌감치 다다르기도 하고 한걸음 늦기도 해가면서 상봉을 즐기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때로는 은근한 조우를 기대하며 서둘러 계절을 맞으려는 인생들의 설레임과는 달리 계절은 서두르거나 미룸없이 처연한 걸음으로 만상을 앞세우고 다가와 주었다. 엽엽하게 삶의 촉매제가 되어 주기도 하고 계절 문턱에서 머뭇거리게 했던 기억들까지 선선히 삶의 얼룩을 덮어주기도 했었다.

한 해의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해 찾아준 겨울이라서 매섭게 춥기만 한 겨울이 아님을 인정해주기로 했다. 내밀한 끓어오름이 있는가하면 묵상에 젖은 듯 잠잠해지기도 하지만 단단해져야 하는 나목 속내를 닮아있다. 

날카로운 바람의 교차에도 적막을 드러내지 않는 사려깊음이 무(無)의 그윽함을 특유의 신비로움으로 연출하고있다. 해피엔딩으로 장식하고픈 마지막 계절이란 부담감에서인지 지나치리만큼 바르고 올곧음에 편중하려는 낌새같기도 하지만 친숙하고 낯익은 단골처럼 흐뭇한 표정으로 넌지시 찾아와 주었다. 계절 순항의 기착지로, 절기상으로, 인생 노정의 겨울로 들어섰다. 하루의 끝무렵엔 노을이, 계절로는 삭막한 겨울이, 생의 마지막 표징과 닮아있다. 세월 나루와 포구를 돌아 그리움 물살을 일구어내는 것 하며, 생의 봄날을 떠올리기도 하고, 차갑고 매서운 바람도 타이름으로 받아들이려는 것도, 계절 속도감에 떠밀리는 심사까지 아무래도 생의 끝무렵에 당도한 즈음인가 싶다. 

얼결에 시니어 반열에 서게 되었지만 먼 하늘 너머로 눈길을 두기로 했다. 다가올 미지의 날들도 하늘에 맡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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