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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계절의 조수간만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19-12-07 18: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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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 울 산책을 나섰다. 바람도 차거니와 풍속 또한 모자가 날아갈 만큼이다. 지난 주만 했어도 산책길에서 만난 단풍이 고운 자태로 기품을 잃지않고 있어 고별의 모습으로 만날 수 있었는데 어느새 낙엽으로 죄다 떨구어낸 나목이 되어 겨울바람에 휘둘리며 추위를 타듯 오소소 하늘을 우르러고 있다. 삭막하고 무미건조하지만 비우고 내려놓은 풍경이 반겨주는 탓에 계절을 사유하게되고, 관조적 명상에 젖어들기도 한다. 눈길을 끄는 것이 없음에도 나목의 사색을 심오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깊음이 드리워져 있음이라서 싸늘한 바람을 예측하면서도 찬 기운에 이끌리듯 산책길을 나서게 된다. 겨울 날의 산책길이 한가로워서인지 ‘겨울 나그네’의 잔잔한 음율이 스며들곤 한다. 초록이 내뿜는 생동력과 강열함에 빠져들게 했던 여름이 떠나고 초록이 사라져버린 빈 계절이 분출해내는 색조가 인생을 거쳐간 색조 중 가장 공교하고 오묘한, 우람이 뿜어내는 막연한듯 요연한 색체를 머금고 있음 앞에 어떠한 미사여구도 필요치 않다. 가을이 떠나버린 비움의 여백을 겸허한 공간으로 뿌듯하게 채워가고 있다. 몽롱한 그리움에 젖어든 것 마냥 실루엣 컷 디자인으로 나목의 라인을 살려내고 나머지 풍경은 질감처리로 그려낸 거대한 캠퍼스 같다. 

 

겨울 산책으로 새로운 시야가 열리고 있다. 만물이 소생하는 소리도, 초록으로 무성해지는 소리도, 낙엽을 떨구어내려는 소리도 다 잠재워진 겨울 풍경이 이토록 비장했던가. 비우고 내려놓는 소리까지 잠재워진 겨울 산책길의 끄트머리에 시리도록 파아란 하늘이 고여있다. 햇살은 여전히 눈부시다. 태초에 창조된 자연은 지금에 이르기까지 변함없이 창조 본연의 모습으로 우리 곁에서 있는 그대로이다. 해와 달도 별도, 계절을 따라 꽃의 속삭임으로, 우렁우렁한 나무의 외침으로, 연록의 잎새의 흔들림으로 자연의 언어를 바람이 실어다 주었는데 우리 인생들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의 양상으로 가만히 두지 않았다. 자연에게 억지를 쓰고 욕심을 내고 한사코 배척하려고 든다. 더디 가는 것 같기도 하고 더러는 건너 뛰기도 하는 것 같지만 계절은 일심으로 인생들에게 메세지를 전하고 있는데. 인간이 지녀야할 덕목까지 술회하듯 숱한 몸짓으로 변화무상한 빛깔과 소리로 묵묵한 인내로 흉금을 호소하지만, 자연훼손을 아무렇지도 않게 은폐하려는 이기와 무지를 부끄러워할 줄을 모른다.자연의 은혜와 교훈을 외면하는 인생들의 마음가짐이나 태도를 얼마나 한심해할까. 두려움마저 든다. 마지막 남은 12월 달력이 오히려 무색해 하는 것 같다.

 

서른 해를 살아온 인생은 계절의 조수간만을 서른 해 동안 흘러보냈을 것이고. 예순 해를 건너온 인생은 계절의 밀물과 썰물을 예순 해 동안을 겪으며 지내왔건만 나이 상관 없이 계절의 순리와 계절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깨달음하려 했을까. 계절의 순환과 순응을 인생들에게 보여주며 쉼 없이 흘러왔건만 자연의 표정이나 손짓에는 아랑곳 않는 인생들의 행보가 조민스럽다. 덧셈도 뺄셈도 없는 무구한 순수를 변함없는 목소리로 인간들에게 털어놓듯 타이르고 있다. 자연은 억지도 욕심도 거짓도 없다. 권모술수도 모략도 음해도 갑질도 할줄모른다. 주어진 궤도를 함부로 이탈하려고도 하지 않으려니와 무시하지도 않는 자연으로 부터 깨닫고 배우고 깨우쳐야 하는 것이어늘. 하기사 이 세상에 훌륭한 잠언과 지혜의 소리가 없어서 세상이 이토록 소란하고 뒤틀려 있는 건 아닐터이다. 

 

자 연이 익혀낸 생명력의 진한 향이 겨울 들판에 질펀히 번지고 있다. 삶의 편리와 단맛에만 익숙해진 인생들의 몹쓸 미각 탓에 자연이 빚어낸 풍미와 가르침이 덤덤하니 겨울 바람 속으로 감겨들고 있다. 자연에게서 계절의 조수간만을 눈치채지 못한 삶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한 번 뿐인 소중한 삶이라 전전긍긍하는 것이 인생들의 옆 모습이 아니었던가. 겨울 산책길이 생의 심미안을 경험하게 하는 삶의 원숙기로 이끌어내고 있다. 조붓한 오솔길을 찾아나서고 싶을 만큼 비움의 미학을 몸부림하듯 보여주고 있다. 해서 자연의 무결함과 솔직함과 겸허함을 못견디게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음이다. 자연의 소리없는 웅변에 귀를 기울이면서, 산에 살아 산을 닮고 싶고, 바다 곁에서 살아 바다를 닮고 싶다. 도시의 창백한 삶이 우리네 인생을 창백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라서. 오로지 자연 앞에서는 화려한 언어유희가 필요치 않다. 치장을 할 이유도 없다. 무성함에서 온전한 비워냄으로 도달하고 싶은 나목들도 내려놓음을 이루기 위해 잎새를 벗어 버리고 정적 속에서 새로운 생명을 틔워낼 아름다운 변용을 꿈꾼다. 모든 일로 부터 물러나 삶을 정돈하며 노을 속으로 사라져 가는  인생의 노년기에 접어듦을 피해갈 수 없는 시간 앞에 섰다. 긴 여정 끝에 잊혀져가는 사랑으로 남겨질 준비를 해야 하는데 살아오며 끼고 돌았던 생의 전리품들이 가랑잎처럼 수북히 쌓여있음을 본다. 계절의 조수간만 앞에 저두평신 몸을 움츠리게 된다. 추위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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