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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가을이라는 이름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19-11-16 17: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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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상 노흥성 부동산 470-218-6136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지 치도록 끈적끈적했던 한 여름 무더위가 가을로 들어선다는 예고편도 없이 허물어지듯 식어져버리고 싸늘한 영하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한다. 가을 문턱을 진즉에 넘어서버렸다. 웬만해선 물러설 것 같지 않았던 여름이 떠날 채비를 마무리할 즈음이면 춥지도 덥지도 않은 풍성하고 착한 가을이 들어서기 마련인데, 마치 가을을 건너뛰고 겨울로 들어서버린 것 같은 계절의 지루함과 성급함에 어리둥절해지기도 하지만 어쩐지 염려스러움 앞선다. 지구가 심각하게 앓고 있다는 조짐과 징후가 드러나고 있음이라서. 계절들은 언제나 처럼 돌아오기도 하고 다시 떠나는 자연섭리를 쉼없이 이어왔거늘 올해 가을은 가을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만큼 제 모습을 온전히 드러내지 못한채 보잘 것 없는 가을로 물러서버림이 겸연쩍고 어쩐지 낯없고 무안하다. 가을이라는 이름 앞에 못할짓을 한것 마냥 쑥스럽다.

 

가을이란 계절이 돌어오면 감성적으로 마음을 살피게되고 뉘우침의 고해 곁으로 마음이 기울었었는데. 넷킹콜의 Autumn Leaves 가 적적한 울림으로 나직히 들려온다. 괜스레 걷고 싶어지는 낭만이며, 산뜻한 바람이 스치며 전해주는 청량감까지, 가을 내음을 미쳐 흠씬 느껴보기도 전에 애틀랜타는 만추의 절정에 이르고 말았다. 가을을 오롯이 만끽해 보려는 기대감을 저버리듯 선뜻 겨울이 들어섰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가을 비라 해야할지, 겨울 비라 해야할지. 한 여름 무더위를 식혀주었던 비는 초록을 더 심상한 초록으로, 잎새들을 싱싱함으로 자라도록 무한 사랑을 공급해주는 덕목으로 세워주고싶은 비였는데, 이즈음 비는 가을을 무시하듯 계절을 드러내려는 부추김도 진지함도 없이 마냥 내리고 있다. 생의 밑그림을 들쑤셔내듯 계절 끝자락에서 생떼를 쓰는 철없는 아이 같다. 찬란한 황홀함과 우아의 극치를 누려보려는 나뭇잎의 꿈을 도외시하고 잎새들의 마지막 성숙의 모습을 가로막듯 미쳐 물들지도 않은 잎새들을 가랑잎으로 내몰고 있다. 가벼운 스침인데 어떠랴 하듯이 수줍고 여린 잎새들을 툭툭 땅으로 내려치고 있다. 무심한 바람은 낙화하듯 스러진 낙엽을 이리저리 내몰며 가랑잎 무덤을 만들고있어 가을을 기다려온 마음들이 비에 젖어 누워버린 낙엽처럼 축축한 습기로 젖어가는 가을 날이다. 

 

가 을이라는 이름표에는 그리움과 추억의 색조가 유채색으로 물들어 있어서인지 어느덧 푸수수한 흰 머릿결과 주름진 얼굴이 거울에 떠오르기 시작했다는 객관성을 밀어내고 싶어진다. 애틀랜타 단풍이 절정을 이룬터라 비움의 계절로 선뜻 들어서기가 움츠러드는 걸 어찌하랴. 유년이 그리워지고 여학교 시절도 노스탤자로 다가온다. 남동생 둘과 여동생 둘을 둔 장녀의 자리는 누가 시킨것도 아니었는데 자연발생적인 보호본능을 일으키게했던 것같다. 학교에서도 골목길 놀이터에서도 동생들을 주시하고 어떠한 불상사에도 대처해야 한다는 야무진 의무감 탓에 보호 능을 유발케하는 귀염성있는 소녀로 성장치 못했던 것 같다. 어머니께서는 맏이로 태어난 첫 딸을 공주처럼 곱고 예쁜 옷을 입히고 싶어하셨지만 예쁜옷은 여동생에게 물림이되기 일쑤였고 늘상 편한복장을 선호했었다. 남동생이 저보다 큰 아이 한테 맞고 들어오면 돌멩이를 손 아귀에 움켜잡고 그 남자아이를 불러내고는 돌멩이 쥔 손으로 한대 때려주고 잽싸게 도망쳐오는 것으로 맏이 의무에 성실을 다했다는 안도감과 자부심이 오뚝하니 자리잡고 있었으니까. 남존여비 폐단을 향한 도전이었을찌도 모를 일이다. 오남매 장녀자리는 참한 소녀로 두지않았고, 팔남매 장손 며느리자리 또한 순정한 여인네로 살아가도록 여지를 헤아려주지 않았다. 네 딸의 어미자리 또한 역동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붙들어 두었지만, 이민이란 생의 돌연변이는 감성을 소중히 여기며 야실야실한 여인네의 길을 걸어가도록 버려두지 않았다. 두리번거리기도 하고 떠밀리기도 하면서 낯선 땅을 쉼 없이 걸어왔다. 빈둥지가 되기까지. 소복 소복 쟁여두었던 기억들이 연거푸 폭죽 처럼 터져나온다. 가을이 이름 값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기 억줄에서 건져올린 사념들을 주섬주섬 붙안고 지그시 거울에 떠오른 초로의 모습을 지켜본다. 거울에 떠오른 할머니 얼굴을 바라보며 꾸벅 고맙습니다, 그리고 수고하셨습니다. 인사를 건넨다. 고맙다는 말을 자주 해주었어야 했는데. 가을이라는 이름 앞에 소홀했던 고마움을 전하는 일에도 익숙해지자고 타이른다, 나에게 어울리는 적절한 눈 높이의 감사 표현에도 계절이 익어감 같이 소롯이 익어질 때까지 다듬어 가리라. 타이름은 나에게로, 고맙습니다는 이웃에게로 돌리며. 쉽게도 헤푸게도 말며, 남발하지도 말아서 정중하고 따뜻하게 다스려 가야겠다. 가을에게 짧은 여운만을 허락한 겨울에게도 고맙다는 인사를 전한다. 생의 마지막 계절로 접어들었다는 자연의 경고가 가슴으로 파고들고 있기 때문일게다. 제대로 누리지 못한 풍요와 결실의 계절 가을에게도 정중한 고마움을 올려드린다. 연모의 그리움이 되어버릴 것 같은 가을이라는 이름 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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