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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한가위 회포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19-09-14 17:17:46

칼럼,김정자,행복한아침

권순상 노흥성 부동산 470-218-6136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쾌 청한 하늘에 간간이 떠있는 구름 사이로 추석 보름달이 휘영청 떠올랐다. 달 빛으로 채워진 환한 거리가 내려다 보인다. 이국 하늘에 두둥실 떠올라있는 만월이된 보름달이 어쩐지 애잔한 빛이 서려있는 듯하다. 명절이 명절일 수 없는 이방인의 외로움이 한가위 만월에까지 닿았나보다. 유순하게 내려앉는 달빛이 회포에 잠긴 속내를 풀어내라 한다. 이민자의 고달픔이 앞서더래도, 고향 소식이 서글프더래도, 푸근한 달빛처럼 온유의 자락을 두르라한다. 가시돋힌 말이나 심장을 쪼아대는 음해의 말들이 사라진 밤이다. 하냥 고요하고 부드럽고 둥글고 환한 세상이다. 다시는 뵙지못할 부모님 모습이 달 빛 속으로 흐르고 있다. 그리움으로 농익은 이름들이지만 소리내어 불러볼 수 없는 한가위 깊은 밤의 적막과 고요가 차라리 다행이다 싶다. 한가위 만월이 고향이라는 영상의 묘한 끌림으로 그리움을 불러들이고 애한을 아로새기듯, 물결처럼 일렁인다. 달빛은 외로움도 고단함도 둥글둥글 포근하게 보듬어준다. 달 빛에 잠기고 싶어 밤을 기다린 시간들이 가로등처럼 나란히 줄지어 있다. 달 빛이 좋아 달빛에 젖어드는 은은한 마음이고 싶으매. 높이 떠서 고고하게 사는 법을 익혀가고 싶은데 땅을 딛고 사는날 까지는  티눈같은 사람이 자꾸만 보일 터이고 선하게 걷고 싶어도 자꾸만 넘어지는 노구가 미웁다. 가만 가만 아늑하게 내려앉는 넉넉하고 순하디 순한 달빛을 닯고 싶은데. 한가위 회포가 여념없이 몰려든다. 

유년의 추석은 그랬었다. 신바람 나고 즐거운 냄새로 가득해지는 추석 전날이면 온 식구가 모여 송편을 빚고, 빚어진 송편은 솔잎이 깔린 부뚜막 가마솥에서 익혀지고, 익혀진 송편은 이웃으로 나눔으로 퍼져나가던 훈훈한 정경이며, 마당엔 장작불이 지펴지고 솥뚜껑에선 지짐이가 익어가고, 채반이 형형색색으로 채워져 가노라면 온 집안이 가득한 느낌으로 넘쳐나는 날이었다. 흩어져있다 찾아드는 일가친척들로 몇날 며칠이 덩달아 흥겹고 행복했었다. 빈 손없이 저마다 선물꾸러미들을 무거운 줄 모르고 들고 다녔고, 살아온 이야기들은 밤 깊은줄 모르고 축제같은 정겨움으로 이어졌던 전통 명절의 흥겨움을 되새길 수 없음이 안타깝다. 2세들에게 우리네 고유 명절의 유래를 알려주며 한민족의 정체성을 각인기키는 동기부여로 시대적 역사적 흐름으로 이어가야할 것이다.

머흐를 듯 흐르는 한가위 달빛 아래 이방인으로 걸어온 족적을 돌아보게 된다. 민족 고유 명절이 다가오면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한인들에겐 마음을 풍성하고 푸짐하게 하는 위력을 지니긴 했지만 이민자로 사는 우리네 마음 한 귀퉁이는 왠지모를 허전함이 밀려든다. 한국 인의 자긍심을 누리게 해주었고 세계 속으로 퍼져나가며 자랑스러운 민족으로 발돋움하는 한민족임을 자부하며 자긍심을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어주곤 했었지만 여전히 이방인이란 이름표는 달고다니는 이민자의 삶 속엔 고유의 명절도, 걷잡을수 없었던 향수 조차도 차츰 무디어가고 있음을 어쩔 수 없음이다. 고국의 명절도 이땅의 명절도 명절에서야 느낄 수 있는 소란함을 어쩐지 피해서 돌아가게되는 나그네라서 그런가보다. 이방의 삶이 그토록 외롭지만은 않았노라고, 애써 위로삼은 변명을 해보지만 명절 앞뒤로는 그리움이 목에 걸려 뜨끔거리는 아린 시간일 수 맊에 없음이다. 이민자에게 다가오는 고국 명절은 어쩌면 행복한 구속일 수도 있겠다로 마음을 접지만 부디 고향만은 평온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팔월 한가위 하루만이라도 이국에서 척박한 삶을 일구어내는 재외동포들에게 사무치는 아픔일랑 더는 전해지지 않았으면. 고국 소식이 설레임과 희망이 밀물처럼 밀려들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서로의 등을 토닥여주며, 손을 맞잡고 세계 속에서 자랑스러운 한민족으로 거듭났으면 좋으련만. 고향은 넘어져도 안아줄 그 곳이 되어 재외 국민들의 외로움을 덜어주었으면 더 없는 고마움으로 간직할 터인데. 고국 품에 안겨 재외동포의 고적하고 스산한 가슴을 열어보이고 싶은, 열어보일 수 있는 고향이 되어주었으면. 칭얼대지 않으며 꿋꿋이 재외국민의 자리를 지켜내는 대견함을 은근히 인정받고 싶은데. 해질녘이면 산새들도 제둥지를 찾아 날아드는데 소슬한 고향 소식이 한가위를 더욱 가슴 시리게한다. 

옷 장속에서 고이 잠들어있던 한복을 꺼내본다. 겹질러지고 접혀진 부분을 다림질로 펴고 한복의 우아미에 취해보려는 속셈으로 거울 앞에서 나 홀로 패션 쇼를 연출해본다. 달밤에 체조하는 모양새였겠지만 고향이 그리울 때면 나 홀로 패션 쇼를 연출해 보려하는 구상이 괜스레 마음을 설레게한다. 작은 것에 소중함이 절실해지고 큰 것에는 의연해질 수 있는 나눔과 포용으로 서로에게 기대는 만월같은 한가위이기를. 잔물결 이는 향수를 잠재우며 소롯한 소망을 기원드린다. 이방에서 서성인지가 서른세해 훌쩍 넘겼으매 이제금 이 땅이 고향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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