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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초록 예찬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19-08-31 18: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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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내내 시종여일한 일상으로 초록으로 둘러싸인 숲에서 한나절을 보내곤 했다. 싱싱한 생명력으로 온 몸이 초록으로 물들것같이 초록은 이미 깊었고 눈길닿는 곳이면 초록 만발, 초록 일색이다. 초록 축제다. 초목을 평화와 생명의 빛 초록으로 창조해주신 창조주께 감사가 우러난다. 신선하고 묘한 서기가 가슴을 열어도 좋을만큼 천지가 온통 초록으로 출렁인다. 눈부시다. 쫓기듯 내달음질하는 세상에서 느림의 미학을 여유삼아 누리려면 초록으로 뒤덮인 산야가 탁월한 선텍일 것이다. 온통 초록으로 둘러싸인 숲에서 조용히 눈을 감고 깊은 호흡에 잠겨보곤 한다. 초록 사이로 언뜻언뜻 스며드는 햇살의 방만함이 알지못할 리듬감으로 온몸을 스물스물 흔들어댄다. 얼마나 마음이 가벼워지는지. 초록 숲도 대기도 사랑을 아끼지 않으며 더불어 익어가고 있다.햇살 마저도 초록으로 물들 것 같다. 하늘빛 조차 푸름을 덧입으며 달근한 초록에 취한듯 하다. 초록으로 단장한 나뭇 가지들의 환희가 천지에 충만하다. 흙내음도 초록이 내뿜는 기쁨에 겨워 휘파람이라도 날려보낼 기세다. 위성에서 내려다보면 달무리지듯 온통 초록 은광에 둘러싸여 초록 속으로 용해되어가듯, 초록 샘이 흘러나와 땅덩이는 출렁이는 초록 빛살에 겨워 흐르고 있는 초록 별 풍경일게다. 초록에 어우러지는 대지의 향기로하여 숲 향에 겨워 제멋대로 풀어지는 나무들의 어쩔 줄 몰라하는 기지개 품새 사이로 야심찬 화가의 꿈이 서리고 있다.

번잡스럽고 부산한 도심을 버려두고 우거진 초록 속에서 몇날 며칠을 날짜도 잊은채 보낸적이 있다. 초록으로 휘둘린 풍경만한 것도 선뜻 없을 듯하여. 초록에 동화된 시의 마을로 들어선 느낌이랄까. 삶의 진솔한 성찰을 위해, 오직 자연과의 밀접한 접촉을 시도해보는 신선한 체험이었다. 그렇게 치밀한 계획이나 구상 없이 초록과 호수가 동반한 곳이라서 금상첨화였다. 씨줄과 날줄로 직조하듯 빈틈없이 살아내야하는 하루들을 벗어나 초록물이 뚝둑 흐르는 숲에서 마음을 초록으로 물들이다 보면 삶의 진위에 밑줄을 그어가도 될 만큼 깊은 안목이 깊어지고, 지적인 견해도 새록새록 살아나더라는 것이다. 초록 숲에 묻혀있는 동안, 무슨 책이든 가리지 않고 읽고 싶어지는 기현상이 도드라질 줄이야. 떠나보고 싶은 여행지는 까무록하니 덮여버릴 만큼. 초록 속에 잠겨든 풍경만으로 이미 느긋한 여행을 떠나온 것이었으니까.

삶을 바라보는 시야가 흐려지는 막역함이 우뚝 앞을 가로막을 때, 찾고 싶은 곳이 쉽게 떠오르지 않을땐 초록이 정점을 이룬 숲을 찾아보자고 권면드리고싶다. 초록 숲을 조망할 수 있는 행복은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월감까지 잠월스레 우쭐댔었으니까. 초록은 고독한 걸음일수록 인생과 삶을 두루 섭렵하는 선명한 견식을 갖출 수 있도록 부추겨주었고, 닿을 수 없는 성스러움과 고결함을 향한 그리움의 해소도 도와주었었다. 겹겹이 만들어낸 초록의 반짝임과 신선한 신비로움에 둘러싸여 있다보면 현세와 내세를 냉엄하게 관망할 수 있는 시야가 열려지는 신성함을 누리기도 했었다. 쉼을 얻고자 하나 피안의 명소는 상업화 되어가고 있어, 초록에 덮여있는 산야를 찾는 것이 유일한 타성에서, 벗어나는 길이라 외치고 싶다. 더위가 절정에 이를수록 초록의 위용을 과시하듯 완숙한 검푸름이 초록을 덧칠할듯 짙어져 간다. 초록에 물든 마음이 풍경이 되고 초록의 효용이 지경을 넓혀가고 있다. 꽃 보다 아름다운 초록이 파도처럼 넘실거리는 숲에 안겨보자.

초록의 언어가 감겨오면 사랑했던 모든 것을 더욱 사랑하고픈 넉넉한 마음이 된다. 리허살 없는 삶이라서 무시로 일렁이던 마음이 잠재워짐은 초록으로 물든 탓인가보다. 초록이 주는 기쁨으로하여 각박하고 옹졸해진 노정이 유순해졌다 해도 좋을듯하다. 초록의 밀도를 시처럼 써내려가던 초록의 전령 8월도 초록의 혜택을 엽엽히 누리도록 길을 터주고는 저만치로 떠나려는 기척이 보인다. 9월은 계절의 변주곡을 우렴하고 저만치서 서성이고 있다. 며칠 동안 찌푸렸던 날씨가 자연의 오묘함을 묘사해내느라 어김없이 다가오는 자연을 충실히 서술하듯 그려내고 있었던가 보다. 날씨의 표정을 읽으라고 일침을 가하는 것 같기도하다. 여상한 인생 완주를 꿈꾼다면 계절의 속도를 가늠해가야 할 것이다. 절기를 짚어보니 어느덧 삼복도 보내고 입추도, 처서도 지나가고 백로가 코 앞이다. 자연은 무던히도 기술적 표현에 게으르지 않았건만 초록에 잠겨있느라 계절 스케치에 잠시 무디어진 사이로 초록과 아듀를 고해야할 절기가 따가운 햇살을 비집고 앞을 가로막듯 우뚝 서있는 형국이다. 초록이 지쳐 누진과 누락으로 갈피를 못잡을 것이 분명한데 어느새 초록이 흐르는 계절에서 초록이 그리운 계절로 다가가고 있음이 선뜻 실감으로 잡히지 않는다. 인생들의 심욕이 초록으로 갈아입기를 바램하는 심정들과 조우하며 계절을 건너고 싶다. 초록의 풋풋하고 섬세한 향을 두고두고 잊지 않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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