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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마음을 비우면 가벼워지는 것을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19-05-02 21:21:15

칼럼,김건흡,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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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장주는 나비가 된 꿈을 꾸었다." 

<장자(莊子)> 하면 떠오르는 '호접몽'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장주는 꿈속에서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다닌다. 자신이 누구인지도 알지 못한 채. 그러다 잠에서 깬다. 그런데 또 모르겠다. 장주가 나비가 되는 꿈을 꾸었는지, 나비가 장주가 되는 꿈을 꾸었는지. 아, 삶이란 일장춘몽이구나. 맨 처음 나는 이 구절을 그렇게 읽었다. 헌데 나이가 들면서 다시 생각하게 됐다. 장자는 왜 하필 나비 꿈을 꾼 것일까? 유유자적. 마음 가는 대로 날아다니는 나비라니! 그러고 보니 <장자>를 펼치면 가장 먼저 나오는 소요유가 바로 자유롭게 노닌다는 뜻이 아닌가.

<장자>는 노자의 <도덕경>과 함께 노장사상의 근간을 이루는 책이다. <장자>에는 수미일관 기발하고 통렬하고 재미있고 상징적인 우화와 비유들로 넘쳐난다. 빈 배[虛舟] 이야기를 보자. 

“배로 강을 건너는데 빈 배가 떠내려 오다가 부딪쳤다. 사공은 성질이 급한 사람이지만, 그 배가 빈 것을 알고는 화를 내지 않았다. 그런데 떠내려 온 배에 사람이 타고 있었다면 당장 소리치며 비켜나라고 했을 것이다. 처음에는 화를 내지 않다가 지금 와서 화를 내는 까닭은 처음에는 배가 비어 있었고, 지금은 배가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모두 자기를 비우고 인생의 강을 흘러간다면 누가 그를 해하겠는가?”

그렇다. 비우면 가벼워진다. 인생이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득어망전 득토망제(得魚忘筌 得兎忘蹄). 통발은 물고기를 잡는 도구니, 물고기를 잡은 뒤에 통발은 잊어야 한다. 덫은 토끼를 잡는 수단이니, 토끼를 잡은 뒤에 덫은 버리는 게 마땅하다. 소요유에는 비움의 철학이 담겨있다. 

<장자>는 이 상식적인 사고와 세속적인 가치를 일소에 붙인다. 그러므로 장자의 독설이 한 번 스칠 때, 공자의 근엄함이 문득 제멋에 지친 꼴이 되고, 절세의 미인도 문득 괴기한 해골로 변해 버린다. 당대의 성현이 그 앞에서는 멋대로 주물려지고, 고금의 역사도 그 앞에서는 희화화(戱畵化)되며, 우주의 진리도 그 앞에서 분뇨로 화한다. 그는 “도(道)는 똥과 오줌 속에 있다”고 말했던 것이다. 

<장자>는 찌들대로 찌든 가난 속에서 살면서도 세상의 명리(名利)에 초연했다. 재상 자리를 썩은 쥐 보듯 했으며, 천금을 더럽다고 뿌리쳤다. 그 이유는 “외물(外物)에 이끌리면 반드시 마음을 잃는다.”는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권세에 불이익을 당하면서도 권세를 조롱할 수 있고, 가난하게 살면서도 부를 우습게 여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 그것이 바로 장자 방식의 정신승리법이 아니겠는가. 황금만능주의가 판을 치는 오늘 날, <장자>를 만난다는 것은 큰 기쁨이고 위안이다.

조금만 마음을 비우면 새털구름만큼이나 포근하고 매미 울음만큼이나 시원할 터. 살아 있음에 감사하고 욕심을 비워내면 살아 볼만한 세상인데... 투명한 햇살 가슴에 퍼 담으면 세상이 환해 보이고 잔잔한 작은 미소 얼굴에 피우면 오늘 하루도 즐거워지는 것을... 마지막 죽음 낭떠러지 생각한 들 만사가 다 수포로 돌아가고 그간의 나의 삶도 한낱 불티 되어 허공에 날릴 것인데... 비우고 또 비워 여유를 두어 마음의 자유를 누려보자. 삶의 참 자유를 찾아보자. 내가 주관이 되는 삶, 내 가치를 실현시키는 삶이 어린아이와 같은 삶이면 어떨까? 그것이 곧 기존의 가치, 과거의 틀, 남들이 모두 얘기하는 그렇고 그런 삶에서 탈피한 새로운 삶의 모습이 아닐까?. 

노년기는 마지막 마무리의 시기이다. 우선 마음의 짐을 내려놓아야 한다. 미련 없이 자신을 떨치고 때가 되면 푸르게 잎을 틔우는 나무를 보라. 재산을 모으거나 지위를 얻는 것이 경쟁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노년은 그런 마음의 짐을 내려놓아야 한다. 찌들고 지쳐서 뒷걸음치는 일상의 삶에서 자유함을 얻으려면 부단히 자신을 비우고 버릴 수 있는 그런 결단과 용기가 필요하다. 

지족상락(知足常樂). 만족할 줄 알면 인생이 즐거운데 그 놈의 탐욕, 노탐(老貪)과 노욕이 뭐길래 우리의 인생 말년을 망치곤 하는가. 보지 않아도 좋은 것 보지 말라고 우리의 시력은 점점 어두워지고, 듣지 않아도 좋은 것 듣지 말라고 우리의 청력도 가물가물해지고, 말하지 않아도 좋은 것 말하지 말라고 늙으면 말수가 적어지고, 먹지 않아도 좋은 것 먹지 말라고 식욕이 떨어지는 것 모두가 신의 섭리가 아니던가. 마음을 비우면 가벼워지는 것을. 무엇을 얻고자 함인가. 무엇을 갖고자 함인가. 돈이나 재산, 지위와 명예 더 욕심내지 말고 이제는 다 잊고 살면 되고, 허망한 꿈이나 못 이룬 한, 이제는 접고 살아도 부끄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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