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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화치(話癡)의 견실(堅實)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19-04-06 19: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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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국인 가정사를 나누고 싶은데 혹여 폭로 수준은 아닐까 마음이 쓰인다. 대화를 나누어도 아무 것도 느낄 수 없다는 사람이 있다면 믿어질까 싶다. 겉보기엔 직장생활도 별 탈없이 해내고있고 가정도 무리없이 잘 꾸려가고 축구 동아리에도 열심인 분이신데 활달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에는 관심이 없으시단다. 동료들 간에 진지한 대화가 무르익기 시작하면 아무런 느낌이 없다는 듯 자리를 뜬다. 노래를 부르고는 싶지만 음에 대한 감각이 둔한 나머지 여러번 듣기도 하고 노력도 하지만 정상적인 음을 발성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경우와 비견될 수는 없겠지만 대화를 나누는 재미나 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가정에서도 필요한 대화는 어김없이 나누지만 자녀들과 소통도 원활하지 못할 뿐더러 아내와의 대화도 단절 수준인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서로의 소통을 위한 대화의 진수 여부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부인이 하소연이 아프다. 옛 남자 어르신들의 과묵함을 위엄의 상징으로 여겨온 여파이리라. 퇴근한 남편이 아내에게 던지는 ‘아는?  밥 묵자. 자자’ 세마디로 대화의 진열장을 장식하는 극치의 표현이 에피소드가 아니고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지금이란 시대가 언제인데 말이다. 

성장과정에서 대화에 제한을 두는 가정에서 성장하게되면 그럴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대화 나눔을 치부로 여기고 체신없는 짓거리로 여기는데 문제가 있다. 말로 먹고사는 직업 군에게만 필요한 것이란 생각이 팽배한 것 같다. 말재주가 다양한 사람을 없인여기거나 비판 대상으로 삼는게 분명하다. 대체적으로 대화를 억압하는 수준이고 대화 나눔을 천박하다고 치부할 뿐 아니라 대화 자체를 아예 무시하는 경향이 짙다. 사회적 성공담이나, 직장 동료 중에 또다른 자격증을 마련했다거나, 경영 실적을 달성해서 포상을 받는다거나, 한미 대화, 북미 회담 같은 사회적 이슈도 모두 부적절한 대화의 맥락으로 상응되지 않는 대화의 질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실로 중대한 오점인 것인데, 이 모든 일들이 살아가는 일들보다 절대적으로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에 변함없는 지조를 지키고 있다. 

대화는 있어도 그만, 없으면 더욱 편안할 뿐 아니라 살아가는 일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단정해버리고 있다. 대화가 길어지면 말이 과하다고 잘라버리기 일쑤다. 대화 자체를 거치적거리고, 번거롭고, 복잡하고, 거북한 것으로 치부하고 있다. 시민으로써의 의무와 맡은바 소임에 충실하면 완벽한 남편이요 아버지요 사회인이란 자부심의 발로가 이씨조선 시대에나 가능한 정서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조심스럽지만 화치(話癡) 수준 임을 감지하게 된다. 사회 일원으로 사회질서를 지켜내며 정도를 걷고 있으며 규약과 법칙과 질서를 준수하게 지키는 것은 틀림없다. 하루 일과도 빈틈없는 철저한 규범과 뚜렷한 규칙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일과 생각과 삶에 대한 태도는 믿음직스럽고 단단하고 착실하고 견실(堅實)하다. 불문곡직하고 대화를 주도하려는 사람 보다 나을 수 있을까. 목적의식의 발로로 인격적인 모욕이 내포된 발언을 서스럼 없이 내뱉는 사람 보다 나을 수 있을까. 이기적인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느라 무분별한 발언은 쏟아내는 사람 보다는 나을 것 같기도 하다. 대화의 흐름은 자연스레 서로가 흡수되어가는 것이라서 강요나 특정한 노력으로 깨달아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혹여 이 글을 읽으시고 ‘어쩌면 나 같은 사람도 있구나’하고 무릎을 치실 분이 계시지나 않을까 싶기도 한데. 글쎄다.

 

우연히 색약 혹은 색맹인 사람들의 시선을 체험해볼 수 있는 사진이 공개된 것을 본 적이 있다. 사진의 색감을 조정해 색약 또는 색맹인 분들이 느끼는 감각을 체험할 수 있는 동기로 이색적인 발견을 하게 되었다. 특정한 색깔에 치둔한 분들이 느끼는 경지를 겪어보기로는 처음이라 신기하기도 하고 색맹에 대한 많은 이해를 하게된 계기가 되었다. 색맹, 적녹색약, 청색맹, 녹색약을 가지신 분들이 세상을 보는 영역의 특성과 독자적인 범주의 분야를 수긍하게 되고 이해를 얻게 되었다. 해서 색깔에나 음악에나 말하기에나 모두 공통적인 통약수가 있음도 해득하게 되었다. 대화를 어떤 규범이나 틀안에서 나누어야 한다면 시간 가는줄 모르고 나눌 수는 없을 터이고. 들어주고 호응해주는 반죽이 맞으면 대화의 물꼬가 열리기 마련인 것처럼 색을 학문적으로나 예술적, 정서적으로 반영되는 분야 또한 관심과 호응이 유도 해내는 힘의 적용이 필요한 것이다. 적녹색약인 분이 그려낸 그림이 미술계의 이슈가 되어 색다른 분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을 보면 모든 분야에 규격화된 정도는 없다는 것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전문분야의 심도있는 세분화가 광범위하게 뻗어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기존 정설과 해설로는 감당할 수 없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음이라서 어느 분야를 무론하고 받아들이고 인정하기에 바쁜 시대가 되고 말았다. 하늘 궁창에 떠돌아 다니는 주인 잃은 말들이라도 소중히 듣고 소중히 마음에 담아두자. 화치(話癡)의 견실(堅實)에 함축된 일가견을 명쾌하게 받아들이기 위해 시야를 넓혀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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