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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꽃샘 추위 한 마당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19-03-09 21: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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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 추위는 꾸어서라도 치루게 마련이라서 기상정보를 통해 예상은 했지만 체감온도가 한 겨울 수은주를 방불케할 줄은 몰랐다. 풍속 또한 생각했던 것 보다 막강했다. 계절이 바뀐다는 것으로 이다지 진통을 겪어야 하는 것인지. 자연이 색깔을 바꾸어 입는 일이 그리 순편하기야 할까만 월동나기 뒷 맛이 이토록 준엄할 줄이야. 화사한 봄 꽃이 난무할 즈음이면 냉혹한 영하의 기온을 몰고오는 겨울 뒷긑의 야무진 연고가 이 봄에도 어김없이 들어서고 말았다. 깊은 겨울 강추위 보다 매서운 꽃샘 추위를 넘겼으매 봄 맞을 채비만 하면 되는 것인지. 꽃샘추위의 매서움이 농작물에 까지도 늦서리 동파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클뿐 아니라 건강에도 적신호를 보내는 터라 노약자의 바깥 출입도 제약이 필요하게 된다. 추위가 봄을 시샘하는 시기에 도발하듯 도전해오는 것이라서 대들듯 맞서 보자는 것인지 허울뿐인 동장군이 위세를 놓아버리기가 아쉬운 것인지. 우수 경첩을 넘긴 터에 어인 수선인가 싶다. 하지만 꽃샘 추위라 해서 막힘없는 봄기운을 막아낼 순 없는 것이라서 봄 날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기 위한 계절의 근엄한 기침소리였으리라. 냉담한 꽃샘 추위까지 통과했기에 봄의 피어남이 더 아름다울 수 밖에 없음이다. 

겨울 끝자락의 서걱거리는 여운이 봄 기운에 떠밀리지 않으려는 안깐힘의 숨결이었을까. 마침표를 찍듯 작별을 고하려고 뒤안길을 미적미적 돌아온걸까. 아직은 기다림의 끈을 놓지말라는 듯 조금만 더 버티어 보라는 몸부림일까. 봄으로 가는 옷고름 매무새를 다시금 다듬게 된다. 선뜻 다가서지 못하는 봄과의 마지막 악수가 투정이라기 보다는 개구진 짓궂음으로 보인다. 여린 생명력으로 돋아난 꽃망울의 신선한 다정함이 샘난 것일까. 외로이 뒷걸음질 해야하는 외로움이 싫어 눈감은채 헛디딘 모질음인가. 어차피 한 번은 떠나야할 길인 것을. 아무래도 선뜻 떠나기엔 많이 시린가보다. 입춘이 불러들인 봄 정감이 아직 옷깃에 남겨져 있으매 피어버린 홍매화며 개나리가 열병을 앓을 수 밖에.

꽃샘 추위가 매울수록 허리를 고추세우고 여린 생명력일수록 흙의 깊음을 마다않으며 자라고 있음이여. 추위가 날카로울수록 쉼없이 수액을 끌어올려 가지 끝으로 올려보내고, 다사로운 햇살과의 교감을 묵묵히 고대하고 있거늘. 따스함과 함께 추위를, 봄과 함께 겨울을 주심이라서 그럴수록 더 아름다운 싹을, 더 고운 꽃망울을 피워내기 위한 잠깐의 머무름으로 관망한다면 기여코 조바심할 까닭도 없을 듯 하다. 겨울 나목은 쉼 없이 새 순을 밀어올리고 있을테니까. 성급한 매화도 화들짝 꽃잎을 오므리고, 목련도 열었던 꽃봉오리를 닫느라 서두르고, 복수초는 처연히 하얀 눈(雪)을 밀어내고 있지않은가. 산수유의 대담함에 인간의 죄성이 각색된 편곡마냥 꽃샘 추위와 화음을 만들어내고 있음을 본다. 겨울 속에 봄이 빠져버린건지 봄이 겨울 속에 담겨버린 건지, 겨울은 그리 쉽사리 제몸을 감추려하지 않는 것 같다. 하기사 꽃망울도 요술방맹이처럼 꽃 잎을 내밀진 않는다. 겨울 나목도 진통을 겪으며 순산하듯 꽃을 낳는다. 해서 새 봄의 생명력이 눈부신 것이다. 어느 것 하나 쉬이 되는 것이란 없다. 꽃샘 추위를 앓는 동안 눈치없이 피어버린 덕우드가 몸서리치 듯 온몸을 떨고있다. 꽃샘 추위가 내려다 놓은 만만찮은 질시가 그리 쉽사리 비켜날 것 같지 않음에도 어쩐지 익숙한듯 친근한 느낌마저든다. 기여코 꽃샘 추위 시샘을 넘기고서야 봄은 이리도 얄밉게 와야하는 것인가.

순 우리 말에 음력 2월을 시샘달이라 불리웠음도 우연은 아닌 것 같다. 전혀 반가울리 없건만 이 추위마저 견뎌내야 아지랑이도 마음껏 피어오를 것이요 연록의 생명들도 세상 편한 기지개를 마음껏 켜댈수 있으리라. 이렇듯 옹이진 추위를 견뎌내야만 봄이 들어설 수 있음이 자연의 섭리인지라 꽃샘, 잎샘 추위에 두루 안녕하시냐는 인사 말이 나온 까닭을 알듯도 하다. 꽃샘 바람 또한 절대 기죽지 않고 눈치보지 않는 쌀쌀함의 전유물처럼 시련이나 혹독한 인생의 고난을 꽃샘 추위나 꽃샘바람에 빗대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리 꽃샘 추위가 매몰차다해도 엽엽하게 다가서는 봄의 숙연함을 어이 막을 수 있으리. 문득 생의 여로에 얼핏 끼어든 꽃샘추위는 없었을까 싶다. 살아가는 고비고비 두서와 순리의 이치도 다를바 없는 것이라서 고초와 난고로 어려움에 처했을찌라도 견디며 흐르다 보면 봄날의 생기와 부드러움을 한껏 누릴 수 있는 시간이 찾아오지 않았던가. 꽃샘 추위가 인생항로에 끼어든다 할찌라도 집념을 꿋꿋이 붙든다면 따뜻하고 포근한 봄 햇살이 언제 그랬냐는 듯 살아온 세월에 까지 포근히 내려앉을테니까. 꽃샘 추위는 인생을 더욱 견고히 세워주는 지렛대 받침점이 되어 삶을 관조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꽃샘 추위 한 마당을 넘기느라 노곤해진 심신을 털고 일어나 봄이 오는 소리를 들으려 한다. 봄이 오는 소리는 생명이 살아나는 소리요 새로운 소망을 품게하는 힘이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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