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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버려야하는 객려(客慮)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17-10-14 19:19:59

수필,김정자,행복한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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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직불문 느닷없이 ‘우리를 버렸잖아요’ 라는 말을 듣게되었다. 날짜와 시간까지 지워지지 않는다. 만상이 잠든 고요한 시간이면 불쑥불쑥 가슴을 치밀고, 날이 갈수록 그 날의 그 음성이 더 또렷하게 들려온다. ‘그래 그럼 어디 한 번 버림받는 것이 어떤 것인지 실감나게 해줄까’ 라는 마음이 울컥 치밀기도 한다. 잊음이란 것이 다난한 우리 인생을 얼마나 평안으로 인도해 주는지 새삼 감사가 밀려온다. 잊고 싶다. 윙윙거리며 주변을 날아다니는 초파리처럼 성가시다. 왜 스스로 버림을 받았다고 생각하는지. 관계의 소유욕이 세리분화 되지 못한 흔들림이었을까. 버릴 정도로 힘들게 하는 사람을 만났을 땐 한발음 물러섰던 적은 있었지만 버릴 만큼의 용기도 없거니와 무지하고 우악한 편도 아닌터라 무던히도 그럴수도 있지를 되뇌이며 예수님 그림자라도 밟는 심정으로 품는 수고와 사랑을 나누려 했었는데 어떤 연유에서인지 버림받았다는 말을 적반하장으로 그렇게 담대하게 내뱉을 수 있었는지. 버림과 버림받음에 대한 묵상의 시간이 수없이 나를 괴롭혀왔다. 

 

무슨 물건이건 쉽게 버리지 못하는 성정을 지녀서인지 오랜동안 살아왔던 집에서 노인 아파트로 집을 옮기면서도 서너달을 갈등으로 보냈던 것 같다. 가구며 부엌살림들은 쉽게 포기할 수 있었지만 책이며 기도문으로 써왔던 파일모음이며, 성경 필사본까지, 정성을 쏟았던 화초며 소소한 추억이 담긴 작은물건들을 버리지 못해 힘들어 했었다. 소중한 삶의 흔적과 고운 기억들, 아름다운 추억들을 마구잡이로 버리는 것으로 마치 못할 짓을 하는 것 처럼 마음이 저려왔기 때문이다. 일상에서는 꼭 버려야할 것들은 가차없이 버린다. 생활쓰레기는 분명히 버려야 하는 것이고 재활용품은 지정한 곳에 갖다둔다. 신문이며 잡지까지도 버림에는 구분이 있기마련이다. 하지만 인생의 관계에서 버림을 한다는 것은 영화 속에서 잔혹한 조폭들이나 정치자금과 특혜를 둘러싼 정치권력비리를 둘러싼 어두운 역사에서 이루어진 악의 고리에서 벌어질 수 있다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말이다.

 

부드럽고 따뜻한 인생길을 구가해 가려는 사람들은 버림의 미학을 품고살아가기에 그 주변엔 따스한 사람들이 모여있다. 진정 버려야할 것들이 먹먹한 가슴을 뚫고 떠오르기 시작한다. 쓸모를 잃어버린 목적과 존재이유를 잃어버린 것들은 ‘짐’으로 존재할 뿐이다. 치명적으로 빨아들이듯 요구하는 처절한 자기 중심적인 사랑법, 이기적인 말 습관, 타인의 허물에만 집착하는 쓸모없는 집요한 아집, 지니고 있을수록 냄새나는 인생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는 것들이다. 이른 아침이면 삶의 여울이 심하게 요동하지 않기를, 그 파문이 주변으로 번져나지 않기를 우리 노부부는 한결같이 간구드리고 있다. 하루를 열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이면 심령의 거울을 깨끗하게 닦아내며 스스로를 돌아보려는 습관을 주님께서 붙들어 주셨기에 두드러지게 어긋난 관계를 줄일 수 있었음을 감사드리며, 대 주제 앞에 무릎 꿇고 조아려 엎드릴 수 있음에 깊은 호흡으로 벅찬 감격으로 밀물같은 감사가 파도가 되어 밀려든다. 그리스도 인으로 진정 버려야 할 것들은 먼저 죄를 버리고 자아를 버려야 하는 것인데 눈물로 지새운 기도의 응답은 아득하고 멀게만 느껴졌다. 관계에서 버림을 한다는 것은 성령을 거스르는 죄에 버금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앞선다. 함부로 버려서도 안되거니와 함부로 버림을 당했다는 생각까지도 조심스러운 것인데.

 

그 생각의 여파가 얼마나 사람을 괴롭게 하는지, 버림을 받았다는 그 이면을 돌아보며 버림 당했다는 피해의식의 본질을 깊이 숙고하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지혜의 기회로 삼았으면 좋으련만. 이로 인해 혹여 사명에 소홀해지지는 않을까. 모든 관계가 두렵고 어려워지진 않을까. 버려야하는 객려들로 마음을 졸이면서도 소중한 지혜를 얻는 기회가 되어주었다. 가져야할 것과 버려야할 것들을 구별할 줄 알아서 소중한 것과 소중하지 않은 것을 분변해야 한다는 것. 지녀야할 것들과 버려야할 것들이 선별되지 않은 채 품고있다면 모두 쓸모없는 것들로 변해 삶자체가 어수선해지고 혼란만 가중될 뿐이란 것을. 이제 노부부 몫의 삶에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위로를 얻으려 한다. 여전히 우리 모습 이대로를 받아주시는 창조주의 말씀을 붙들고 처연한 삶을 살아내리라. 가을 하늘이 위로하듯 끝간데 없이 깊고 청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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