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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한 아침] 정체중인 환절기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17-09-23 19:19:12

김정자,행복한아침,환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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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마에 이어 마리아의 역습탓인지 계절의 뜨거운 열기가 조금은 진정이 되는 것 같다. 지구촌 곳곳에선 재난과 재해에 시달리고 있지만 계절은 어김없이 찾아들고 있다. 가을의 열림은 자연현상이라서 농작물에 이슬이 맺히기 시작한다는 백로 절기가 깃발이 되어 가을 기색이 완연해지기 시작한다. 축축하고 후덥지근했던 습도를 일교차가 뽀송뽀송하게 어루만지고 있다. 계절이 바뀔 무렵이면 시시각각 계절 본래 모습이 흐트러지기 시작한다. 떠나려는 계절이나 다가서는 계절이나 표정이 멋쩍기는 마찬가지. 창조 순리에 순응하는 것인데 계면쩍고 거북스런 형국이 열없다 싶다. 한 계절이 지나가고 다음 계절이 들어서는 두 계절의 틈새 사이를 변절기나 환절기로 간주하듯 인생 또한 생의 굴곡진 여울목마다 때로는 연수며 세대의 모퉁이를 돌아야하는 길목마다에서 마음의 환절기를 겪게되는 일들도 순리로 받아들이며 세월을 건너온 같다.

시절이 좋아 그러리라. 여인네들의 인생 환절기를 용납받고 인정받는 호시절로 들어섰다. 갱년기라는 단어조차 거론되지 않았던 시대에 동승하며 남존여비사상의 잔재들이 활개를 거두어들이느라 거친숨을 몰아쉬고 있을 무렵의 여인네로 살아온 터이라서 마음 환절기 같은 수식어는 사치스러운 호사로 받아들여졌던 시절도 있었다. 그 무렵 여인네들의 삶은 그야말로 눅진했었다. 뜨거운 햇살이 직사광선으로 내리쬐는 황야 같은 날들을 말없이 침잠하듯 건너왔던 아픈 세대들이다. 자청한 것도 아니었는데 노년인구에 포함되어 흘러가는 세태를 묵묵히 지켜보고 있다. 관절도 삐걱거리고 갈증도 잦아지고 보고싶은 것만 보고 듣고싶은 것만 들으란 듯이 귀도 서서히 청력을 닫아가고 시야도 어둑해가고 있다. 마음도 건조해지기 시작하고 젖은 눈매도 소문없이 말라버린다. 침샘의 갈증이 심해져서인지 내뱉는 말마다 먼지가 폴삭거린다. 체면에도 몰골에도 건조주의보가 내려지고 잦은 기침이 목구멍에서 세상 풍문을 만들내기에 분주해지고 있다. 시대적으로, 생태적으로 연수의 환절기요 인생의 환절기요 마음의 환절기를 지나가고 있는 셈인걸까. 

어차피 두 계절의 만남은 잠깐의 스치움 뿐 제풀에 겨운 그리움을 부추기며 궁시렁궁시렁 계절의 문틈에서 눈치를 보고있는 줄로만 알았었는데 환절기라는 몸살을 앓게되나 보다. 떠나는 계절이나 들어서는 계절이나 마치 서로에게 연민을 느끼고 깊은 사랑에 빠져가는 형국이다. 뜨거운 열기를 지켜내지 못하고 서로를 스치고 지나가기엔 아쉬움이 증폭되고 계절을 붙들어야 하는 손길이 스르르 풀려나면서 자연의 순리를 외면하려는 몸부림으로 하리케인을 일으키며 북받치는 가슴을 풀어내고 있는 모양새다. 서로 다른 머뭇거림이 각기의 윤곽을 만들어내려는 자각의 마찰 불꽃일 것이다. 서로 닿아 비벼지고 충돌하면서 부딪히고 맞서기도하는 배후엔 사랑의 절절함이 떠나버렸기 때문이 아닐까. 누진된 생의 잿더미 속에 남겨진 사랑의 불씨를 호호 불어가며 결코 생을 겉돌지 말것이며, 아직까지 세상에 남겨진 이유를,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며 세상에 발을 붙이고 살아가야하지 하며 마음을 지긋이 누른다. 생의 파도와 부딪히기도 하지만 포말을 일으키듯 사라져버리는 거품처럼은 살지 말아야지 싶다. 마음의 환절기를 호되게 앓았던 날들로하여 얻어진 고농도 면역으로 볼상사나운 호들갑은 부리지 않아도 될 듯하다.   

철이 바뀌는 환절기가 되면 감기와 친해지기 쉽듯이 마음도 세상의 오류에 감염되기 쉽다. 잘못 된 흐름에 오염되는 일에도 미리미리 예방접종을 하며 마음의 가난을, 마음의 외로움을 가다듬어야할 듯하다. 나이가 깊어지면서 조바심이 인다. 더 나은 모습을 일구지 못한 안타까움과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스스로의 재촉이 성가시다. 성숙한 노년으로 살아야지 하는 마음이 일렁일 때는 나이든 남편이랑 커피 친구가 되기도 하고 강변을 찾기도 한다. 함께 맺은 열매를 세어가면서. 아무도 알지 못하는 둘만의 숲과 키워낸 나무와 숲사이로 배회하던 바람까지도. 아침 저녁으로만 환절기 기온으로 체면 치레하듯 하고는 한 낮엔 반소매 차림이 아직은 제격으로 어울려 보인다. 하리케인과 더위에 물린 끌끄러워진 환절기 정체현상을 달래느라 상큼한 아이스크림을 한 입 베어물며 은근히 정체중인 환절기를 가만히 몰래 즐겨보려는 심사가 희한하고 놀랍다. 추곤증의 나른함의 본색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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