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자(시인·수필가)
문자는 문자를 사용하고 있는 백성을 품고 있다. 문자를 잃으면 언어와 나라까지 잃게 된다. 말을 시작하게 되면 문자도 필수적으로 배우게 되는데 언어와 문자 속에는 민족 혼이 살아 있다.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우리 한글에도 민족 정서와 민족혼이 그 터전을 이루고 있다. 이미 알려진 일이지만 유네스코에서 훈민정음을 세계문화 유산으로 지정하여 한글이 인류의 문화 유산임을 공포했으며, 2009년 세계문자 올림픽 대회에서는 우리 한글이 금메달을 획득하면서 세계로부터 주목받게 된 계기가 되어주었다. 한글은 세계에 존재하는 문자 중에서 유일하게 발음기관 모양을 본 따서 만든 음성문자다. 한글 기억을 발음하는 순간 혀가 연구개를 막는 모습을 상형 하여 만든 것인데 기역을 발음하는 순간을 엑스레이로 촬영하면 그 모양이 기역자 모양이라고 한다. 세종대왕의 훈민정음이 창제된 이후 600년이 흐른 뒤에 일어난 일로 영국 음성학자 ‘헨리 스위트’가 발음기호를 만들면서 이 학자 역시 발음기관 모양을 본 따서 상형원리 토대로 발음 기호가 만들어 졌다고 한다. 이처럼 한글 역시 발음기관을 상형 화한 유일한 문자로 지구상 모든 인종과 민족, 나아가 세계 인류 공통문자가 될 전망이 있음을 세계 언어 학자들이 예견하고 있는 우수한 문자이다.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외국인들이 말하기 대회나 글짓기 대회를 하고 있고, 방송에서도 외국 인들이 한국어로 토론하거나 유창한 한국어 솜씨로 프로그램을 이끌어 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서로 다른 모국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소통 언어가 한국어인 특이한 광경을 보게 되면서 한국어를 국제 언어로 세계인들이 소통할 수 있는 그 날이 기다려진다.
또한 한글은 글자 간의 파생 능력과 결합능력이 있어 컴퓨터 자판에 입력하기 쉬운 문자로 인정받고 있다. 휴대폰에도 엄지 손가락 만으로 쉽게 빠르게, 세계 어느 나라도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속도로 문장을 완성시킬 수 있는 과학적인 문자다. 하지만 이토록 우수한 우리 말이 필요 이상으로 재미삼아 줄이고 보자는 식으로 양산된 줄임 말, 과도한 신조어 남발이 부정적 뉘앙스를 풍기며 활보하고 있어 언어를 망가뜨리고 세대간 단절을 초래하고 있다. 고유한 체계를 지닌 문자를 어설픈 문화라는 폭군에 의해 함부로 덧대고 마구 제하여 버리고 되는 대로 줄을 세우는 시달림 끝에 안락사까지 당하고 있는 절박한 현실이다. 우리 말의 수난을 마음 아파하기는 커녕 생각없이 즐기는 경지에 들어선지 오래다. 무형의 한낱 소리로만 치부하기엔 우리 한글의 막중함이 얼마나 우수하고 자랑스러운지 반문 헤 보고 싶은 안타까운 심정이다. 신조어에는 은어, 비속어들이 포함되고 있어 언어 품격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 하고 있다. 신조어 사전이 나올 정도로 상상이상 볼 성 사나운 말들이 대량 생산되어 사전에 오르기 까지 현란한 생성과 소멸을 거듭해온 것은 통신기기의 획기적 발달이 빚어낸 현상으로 긴 글 읽기를 질색하고 터부시하는 현상이 빚어낸 결과이다.
또한 국적 불명의 모호한 콩글리시 들이 마구 생산되면서 낯선 외래어가 우리 말을 밀어내고 언제부터 였는지 태연하게 우리 말을 지배하고 있는 단면을 누누이 보게 된다. 나라 어른들이 부끄러운 신조어를 아무런 망설임없이 떠들어 대는 추태를 보면서도 이를 못 들은 척, 못 본 척하는 지식층 모습을 대서특필로 즐기는 언론계의 빗나간 걸음들에 측은지심이 인다. 해서 우리 말과 문자의 순수성과 가치를 지켜내려는 문인들의 노력은 신성한 임무이자 막중한 책임으로 받아들이며 이어가고 있지만, 우리말을 지켜내려는 방패 역할은 먼저 한국 정부요 그와 함께 온 국민이 앞장서 주었으면 싶다. 언어의 본질이 훼손되고 있음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부끄러운 병폐를 일찍이 한국 정부가 앞장서야 했었다.
반가운 이야기도 있다. 소설가 한강 씨가 한국작가 최초로 노벨 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한국 문학의 새 지평을 열었던 부커상 수상에 이어 한국인 최초의 역사적 쾌거를 이루었다.
한편으론 옥스퍼드대 조지은 교수는 ‘한국어 속에 숨어있는 영어 단어 이야기’ 책을 발간했다. 매우 절묘하고 상징적인 흥미로운 이야기가 실려 있다. “콩글리시는 미래 잉글리시’라 했다. 조 교수는 하루에도 수 많은 영어 신조어를 만들어내는 한국 사회 역동성을 흥미진진한 시선으로 바라본다면서 “콩글리시 단어들이 펼쳐 보이는 현상들이 바로 우리의 삶이기에 누구의 삶이든 잘못되었다고 함부로 말할 수 없는 것처럼, 소위 한국제 영어 단어인 콩글리시 단어들을 잘못 되었다고만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조 교수는 한국에서 만들어진 영어 신조어가 영미권에 수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낭패라 생각했던 외래어 남용 부분을 의외의 시선과 해법으로 풀어 주신 조지은 교수의 지적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
세계는 지금 한글 열풍이 불고 있다. 한국 드라마는 물론이요 타 인종으로부터 ‘안녕하세요’ 인사는 쉽게 듣게 되는 터이다. 한글을 제2 외국어로 채택한 나라가 18개국이며 전 세계에 약 1800여 개의 한글학교가 세워지고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유엔 공식 언어로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중국어 아랍어에 이어 한글을 공식언어로 채택하자는 캠페인도 펼쳐지고 있는 시점이다. 라면, 김밥, 떡볶이, 불고기가 외국 대형 마트 진열대를 채우고 있는 시대로 돌입했음은 물론 특히 유럽 쪽의 K-FOOD와 K-문화, 태권도, K-POP과 더불어 한글 사랑이 눈물 날 만큼인데. 한글 사랑은 한글이 태어난 고국이 앞장서야 할 일이요 재외 한인의 몫이기도 한 것이다. 한글이 창제된 생일을 578번째로 맞으면서 ‘한글 사랑’을 향한 새로운 각오와 다짐이 우리네 한인사회에서 먼저 이루어지기를 간곡히 소원 드리게 된다.
한글 사랑은 한 민족 사랑이요, 한인 사회를 이루고 있는 한인 가정들을 향한 사랑이요,
세계 속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는 우리 2세, 3세들을 향한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