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로 한 시즌 50홈런, 50도루를 달성해 ‘50-50 클럽’ 창시자가 된 오타니 쇼헤이가 위대했던 2024년 정규 시즌을 마무리했다. 그의 최종 성적은 54홈런, 59도루에 타율 0.310, 130타점, OPS(출루율+장타율)1.036, 411루타. 입이 딱 벌어질만한 어마어마한 성적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가 올 시즌을 앞두고 팔꿈치 수술을 받고, 오랫동안 함께 했던 통역사로부터 1,600만 달러 사기를 당하는 등 힘든 시기를 겪은 가운데 이런 성적을 거뒀다는 사실이다.
121년에 달하는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오타니 이전까지 한 시즌에 동시에 40개 이상의 홈런과 40개 이상 도루를 기록했던 선수는 단 5명. 그런데 오타니는 40-40을 넘어 단숨에 50-50이라는 전인미답의 대기록을 만들어낸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서 한 시즌에 50개 이상 홈런 혹은 50도루 이상을 기록했던 선수는 많았다. 하지만 이것을 동시에 기록한 선수는 단 한명도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홈런과 도루는 전혀 다른 기량과 조건을 요구하는 기록이기 때문이다. 슬러거들에게는 엄청난 파워와 근육이 있어야 하는 반면 빠른 발과 주루센스가 필요한 ‘대도’들에게는 슬러거들과는 완전히 다른 체형이 요구된다.
오타니가 6타수6안타에 3홈런, 10타점을 기록하며 50-50의 대기록을 수립한 지난 9월19일 플로리다 말린스와의 경기를 중계하던 캐스터는 흥분한 목소리로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시즌의 가장 위대한 단일 경기”라고 외쳐댔다. 한 칼럼니스트는 오타니의 위업을 “달 착륙에 맞먹는 업적”이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그런데 타자로만 뛴 오타니의 위대했던 시즌을 지켜보면서 우리가 자주 깜빡한 것은 그가 대단히 뛰어난 투수이기도 하다는 사실이다. 그는 2년 전 LA 에인절스 시절 사이영상 투표에서 4위를 차지했던 투수이다. 현대 프로야구에서는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져 온 ‘투타 겸업’ 선수인 오타니를 그래서 ‘칼 두 자루를 동시에 사용한다’는 뜻의 이도류(二刀流)라 불러왔는데 올 시즌 도루 성공률 93.7%의 빠른 발까지 보여줬으니 이제는 ‘삼도류’라 불러도 될 것 같다.
오타니는 두말할 나위 없이 야구계 최고의 수퍼스타이다. 하지만 다른 선수들은 범접하기 힘든 그의 스타성과 인기를 실력과 성적만으로 다 설명할 수는 없다. 야구전문가들과 팬들은 오타니의 진정한 스타성을 그의 인성과 성실함에서 찾는다.
오타니는 겸손하고 따뜻한 성품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좋은 사람이 될 때 ‘운’ 역시 좋은 방향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왔으며 이런 믿음을 최고 스타가 된 지금도 실천하고 있다. 또한 일찍부터 위대한 선수가 되기 위한 구체적인 목표와 계획을 세우고 이를 철저히 실천해왔다. 저명한 작가이자 미시간 대학교 공중보건대학원 교수인 브래드 스털버그는 뉴욕타임스 기고를 통해 “오타니의 놀라운 성취는 우리에게도 영감을 안겨준다”고 평가했다.
뛰어난 실력을 갖고 있지만 불성실함과 나쁜 인성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스타들이 넘쳐나는 스포츠계에서 오타니의 안티 팬을 찾아보기 힘든 것은 그의 이런 태도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에 대해 양가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는 한인들 또한 오타니가 역사적 성취를 이뤄가는 과정에서 한마음으로 기뻐하고 응원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제 오타니 앞에는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첫 플레이오프가 기다리고 있다. 다저스는 오는 5일 디비전 시리즈를 시작한다. 오타니의 가을야구가 월드시리즈 우승으로까지 이어진다면 ‘가장 위대했던’ 그의 2024년 시즌의 더할 나위 없는 피날레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