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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한가위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09-20 08:17:19

행복한 아침, 김정자(시인·수필가), 한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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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자(시인·수필가)

 

아직은 가을이 실감나진 않지만 아침 저녁 서늘한 바람결로 하여 계절이 기울고 있음을 감지하게 된다. 하늘은 높아가고 아련한 회상에 잠기기도 하는 계절 길목을 지나고있다. 가을과 함께 찾아드는 한가위는 이방에 흩어져 살고 있는 우리네에겐 민족의 뿌리를 되새기게 하는 명절이다. 이방인의 고단한 삶의 노고를 서로 위안하듯 한가위가 지나갔다. 이국에 둥지를 튼 우리 한인들은 이 땅 명절도 고향 명절도 시늉만 하다 만 것처럼 풍성한 고향 명절을 접은 지 오래다. 설날엔 떡국을 끓이고 한가위엔 송편을 빚으며 고향 풍습을 지켜온 셈이 된다. 언뜻언뜻 삭막한 이국살이라는 생각이 스칠 때마다 유년의 추석을 정이란 화폭에 담아두고 이국에서 얻은 상채기를 힐링 받기도 한다. 어린 시절 고향에서 보낸 추석이 그림 엽서처럼 떠오른다. 설날이나 추석 명절은 고향에서 보내야 제격인 것인데 나그네 서글픔이 끼어들어 유년의 추석이 더욱 도탑게 그리워진다. 추석을 하루 앞둔 날이면 온 가족이 모여 송편을 빚었다. 뽀얀 쌀가루로 마음을 담아 감사로 빚어진 인정이 온 동네 품앗이로 집집마다 마을 나들이가 마냥 분주했었다. 우리 민족의 음식 나눔 관습은 사랑의 훈기를 가슴에 담아둘 수 있는 갸륵함이 스며 있다.

추석을 글자로 풀면 가을 저녁이다. 이국에서 맞는 추석은 그리움이 보름달처럼 가득한 것이라서 올해 한가위에는 더 둥글고 환한 슈퍼 문이 얼굴을 내민 것 같다. 쾌청한 하늘에 간간이 떠있는 구름 사이로 추석 보름달이 휘영청 떠올랐다. 고향도 이국도 두루 비춰주는 달 빛이기에 고향 달 보듯 둥근 달을 보며 달처럼 풍요로운 마음이 되라는 전래로 헤아려 진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이 둥근 달처럼 유순해지고 부드러워지기를 빌어본다. 욕심을 걷어낸 맑은 마음이 되어 편견, 비교에 기울어진 모남이 둥글어지기를 바램하는 소원이 소복하니 모여지면 어느 새 둥근 보름달이 마음에서 둥실 떠오른다. 풍성하고 넉넉한 명절 인정이 그리워지면 고향 길이 제아무리 멀다 해도 동심의 추억을 불러낼 수 있음이라서 이국 만리 이방에서 만난 추석임에도 잊혀진 고향 노래를 허밍으로 부를 수 있는 한가위가 되어 주었다. 동그마니 이국에 남겨진 가족이지만 온 가족이 함께하는 따뜻한 한가위가 되어지고, 넉넉하고 풍요로운 한가위 속에 세월만큼 쌓이는 감사가 있어 지기를. 달빛 닮은 환하고 순한 마음들이 모여 세상을 밝히는 빛의 모티브가 되어지기를 두 손 모아 기도드리게 된다. 이국 하늘에 떠오른 만월이 어쩐지 애잔한 빛이 서려 있는 듯 하다. 고향을 멀리 두고 이방인이 된 한인들의 심정을 간파 했나 보다 하고 긍정 시도를 해본다. 

한민족 명절이 명절일 수 없는 이방인의 서글픔이 한가위 만월에까지 닿았나 보다. 한가위 보름달이 고향이라는 영상을 묘한 끌림으로 그리움을 불러들인다. 어질고 온화하게 내려앉는 달빛을 바라보며 회포에 잠긴 속내를 풀어본다. 이민자 고달픔이 앞서더라도, 고향 소식이 서글프더라도, 푸근한 달빛처럼 온유의 자락을 두르라 한다. 서로를 비판하거나 비방하는 음해의 말들이 잠재워진 밤이다. 한결같은 고요로 부드럽게 둥글어지는 환한 세상이다. 다시는 뵙지 못할 부모님 모습이 달빛 속으로 흐르고 있다. 그리움에 농익은 이름들을 소리내어 불러볼 수 있는 한가위 깊은 밤의 적막과 고요가 정겹다. 그리움이 투영된 달빛이 물결처럼 일렁이며 외로움도 고단함도 둥글둥글 포근하게 보듬어준다. 달빛에 잠기고 싶어, 달빛이 좋아 달빛에 젖어드는 은은한 한가위 저녁이다. 한가위 보름달처럼 높이 떠서 온고지신으로 사는 법을 익혀가고 싶은데 땅을 딛고 사는 날까지는 티눈 같은 존재는 피해야 할 터이다. 선하게 걷고 싶어도 자꾸만 휘청대는 노구가 세상이 그런 것이라고 비켜가며 지혜롭게 선을 추구하자고 타일러준다. 가만 가만 아늑하게 내려앉고 있는 수더분하니 무던한 달빛을 닮고 싶은 친근감이 고결하고 아름다운 감회로 여념 없이 밀려든다. 

이국에서 만나지는 명절지만 고향 산자락이 떠올려지는 것 만으로도 이방의 고단한 삶을 위로 받을 수 있음이요 그리움이 담긴 고향이라는 소박한 단어만으로도 이국에서 내달려온 노년의 향수를 정화시켜준다. 이미 고향은 옛 고향이 아니어도 명절이 지나갈 때마다 애틋한 향수를 고이 품고 중천에 두둥실 떠오른 달을 고향 달 인양 바라볼 수 밖에. 이 땅에서 40여 년을 살았으니 이제 여기가 고향이라고 마음을 붙들어 앉힌다. 한인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이웃으로 살면서도 서로를 알고 싶어하지 않는 흐름을 벗어나 예스러운 풍경으로 돌아가고 싶은 그리움이 목에 걸려 뜨끔거리는 아린 시간일 수 밖에 없음도 추석 단상으로 끼어든다. 실향민으로, 이민자에게 다가오는 명절이 어쩌면 행복한 구속일 수도 있겠기에 마음을 접을 수 있지만, 부디 고향만은 평온하고 행복한 한가위였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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