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법안 하원 통과 결실…초당적 공동발의 위해 각지 찾아 동분서주
“한인 입양인 문제는 이민 아닌 인권 문제…상원서 변동 없게 계속 노력”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는 5일 미국 시민권 없는 한인 입양인 구제법안이 미 하원을 통과한 데 대해 "고통 속에 살아가던 입양인들을 위한 중대한 성과"라고 말했다.
양부모가 시민권 취득 절차를 제대로 챙기지 못했거나 양부모의 이혼·파양 등으로 시민권 없이 수없는 곡절을 겪으며 살아가던 미국 내 한인 입양인 1만9천 명이 미국 시민으로서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길에 성큼 다가선 셈이다.
아직 상원과의 절차를 밟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명하기까지는 몇 달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친부모와 양부모에게 두 번 버림받은 입양인들의 권리 회복을 위해 동분서주한 김 대표로서는 이번 하원 통과의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
-- 언제부터 미국 내 입양인의 시민권 획득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됐나.
▲ 그 전부터 미국 내 입양인단체와 시민단체들이 열심히 활동했고 우리는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졌다. 한인 입양인들이 찾아와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하면서 '우리는 두 번 버림받은 사람들이다. 친부모에게도, 양부모에게도 버림받은 사람들'이라고 했다. 입양인들의 참혹한 이야기들로 마음의 충격이 컸다.
-- 기억에 남는 사연이 있나.
▲ 너무 많아서 말로 다 할 수 없다. 어릴 때 양부모가 집에서 기르는 개와 싸움을 시켜서 개한테 할큄을 당하는 게 힘들어 집을 나왔다는 사람이 있었다. 여성 입양인들의 경우는 성폭력 피해를 보는 경우도 많았다. 참 좋은 양부모를 만나 입양을 권장하는 사람들도 물론 있지만 아닌 경우도 적지 않은 것이다.
-- 입양인들이 미국에서 시민권 없이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고통과 불편이 작지 않을 것 같다.
▲ 2001년 9·11테러 이전에는 교육을 받거나 생활을 하는 데 아주 큰 어려움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러다 테러를 기점으로 미국에서 신분이 굉장히 중요해졌다. (미국에서 신분증 역할을 하는) 운전면허증부터 갱신이 안 되고 신원이 불분명하니 쫓겨날지 몰라 입양인들이 나서지 못했다. 특히 (반이민 정책을 편)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들어 신분 문제, 인종 문제가 두드러지고 한국으로 추방되는 사례도 생겼다. 미국이라는 이렇게 큰 사회에서 입양인들이 고통받으며 살아가고 있는데 한인사회가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 입양인 구제 법안 마련을 위해 가장 중점적으로 노력한 부분은.
▲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들을 거의 같은 수로 모아 초당적으로 추진하는 데 집중했다. 입양인 문제를 자꾸 이민 사안으로 보려는 쪽이 있다. 공화당은 이민에 반대하는 입장인데다 민주당과 사안마다 대립하니 덮어놓고 반대하는 상황이 생겼다. 하지만 의원들을 만나서 입양인 문제는 이민 문제가 아니라 함께 해결해야 할 인권 문제라는 걸 설명하면 이해하더라. 입양인 문제는 정말로 인권 문제인데 이민이라는 다른 프레임에 갇혀 있었던 거다. 하원에 발의된 입양인 시민권 법안에 63명이 참여했는데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이 절반씩이다.
-- 그래도 공화당 의원들 설득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 공화당 의원들을 접촉하고 설명하기 위해 미국 각지를 찾아가 노력했다. 발의를 주도한 민주당 애덤 스미스 하원 군사위원장을 위해 (지역구인) 워싱턴주 시애틀에도 여러 번 갔다. 요즘에는 민주당과 공화당이 초당적으로 추진하는 법안이 거의 없다시피하고 그래서 초당적으로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번에도 입양인시민권법안이 포함돼 하원을 통과한 미국경쟁법안에 500개 법안의 수정안 포함 신청이 들어왔는데 절반 이상이 탈락했다고 한다.
(※입양인시민권법안은 하원에 별도 발의됐다가 지난 4일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경쟁법안에 수정안으로 포함돼 하원에서 가결됐다.)
-- 앞으로는 어떻게 되나.
▲ 미국경쟁법안과 유사한 법안이 작년에 상원은 이미 통과한 상태라 이제 상·하원이 두 가지 법안을 가지고 조정에 나선다. 입양인시민권 문제와 관련해 공화당 쪽에서 수정 요구가 있을 수 있는데 큰 변동 없이 상·하원 조율이 끝나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까지 받는 게 우리의 목표다. 이제까지 하원에서 해왔던 것처럼 상원을 돌아다니며 의원들에게 입양인들의, 시민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발품을 팔아 정치인들이 입양제도로 인해 생긴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도록 하려고 한다. 한국 정부에도 지난 일이지만 책임이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국력이 크게 신장된 만큼 입양에 대해 신중해야 할 것 같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