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 속에 지병이 있는 추방 대상 한인 70대 이민자가 남가주 지역 이민 구치소에 수감됐다가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제기한 석방 요청이 거부되자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비극적 사연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19일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은 베이커스필드에 위치한 메사 베르디 이민구치소에 수감됐던 한인 안정원(74)씨가 일요일인 지난 17일 오후 9시52분께 수감된 감방에서 의식이 없이 쓰려져 있는 것이 구치소 직원에게 발견됐다고 밝혔다.
구치소 측은 즉각 안씨에 대해 응급조치를 시행했으나 그가 결국 숨을 거뒀다며, 안씨의 사망 원인을 자살로 보고 현재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안씨는 평소 당뇨병과 고혈압, 심장질환을 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커스필드 지역방송 KGET가 ICE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안씨는 1988년 영주권자 신분으로 미국에 합법적으로 입국한 이후 2013년 6월25일 북가주 알라미다 카운티 수피리어 코트에서 총기를 사용한 살인혐의로 유죄 판결이 내려져 10년 형을 선고받았다.
바카빌 솔라노 주 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한 안씨는 최근 교도소에서 석방된 후 중범죄 경력을 이유로 다시 당국에 넘겨져 추방 절차에 회부된 상황이었으며, 지난 2월21일부터 ICE에 체포돼 베이커스필드 메사 베르디 이민구치소에 구금돼 있었다.
지난 3월 변호인단은 건강이 좋이 않은 안씨가 구치소 구금 중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높아 한시적으로 풀려나야 한다고 ICE에 탄원서를 제출했지만 거부당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민권단체인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에 따르면 CE가 안씨가 풀려나야 한다는 탄원을 거부했으며 북가주 지방법원도 지난 13일 안씨의 보석 청구를 기각했다.
ACLU 남가주 지부의 조던 웰스 변호사는 지난 3월 ICE에 보낸 서한에서 “공공보건 전문가들의 압도적 의견에도 불구하고 만성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는 74세 노인을 석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KGET 방송에 따르면 안씨의 동생 영 안씨는 입장문을 통해 “우리는 분개한다”며 “그는 인간이지만 그들(ICE)에겐 단지 숫자에 불과했다. 같은 상황에 놓인 다른 사람들도 있다. 이런 일은 다시는 벌어지지 말아야 한다”고 항의했다.
마노하 라지 샌프란시스코 관선변호사는 “안씨는 특히 의학적으로 취약한 상태였다. ICE 이민구치소에 확산되는 코로나19 감염이라는 심각한 위험을 감안할 때 ICE는 안씨를 가족에게 인도해야 했다. ICE는 단체 구금에 대해 평상시와 같은 상태 유지를 즉시 그만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