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한국 드라마 킹덤 시즌 1~2를 ‘완주’했어요. 하루 만에 12편을 본 거죠.”
직장인 김민서(29)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도로 확산한 지난 3월 중순 재택근무를 시작한 이후 한 달 여간 저녁에도 집에만 머문다. 일주일에 두세 번은 퇴근 후 거래처 관계자나 친구들과 술 한잔을 기울이던 이전과는 180도 달라진 일상이다.
대신 김씨는 매일 오후 6시께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를 켠다. 저녁을 먹을 때도, 침대에 누워서도 TV와 스마트폰으로 하루 4시간 이상씩 동영상을 본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하면서 이른바 ‘넷플폐인(넷플렉스 폐인)’이 양산되고 있다. 주말엔 하루 종일, 평일엔 밤 늦게까지 넷플릭스를 비롯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에 의존하는 이들이다.
넷플릭스 폐인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휴교와 학원 휴업으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 10대부터 저녁 약속이 부쩍 줄어든 20~50대 직장인, 자녀를 대신해 손주를 돌보는 60대까지 푹 빠졌다.
한인타운에서 6세 손녀를 봐주는 신미희(61)씨는 “딸 내외가 맞벌이를 하는데 손녀 유치원이 휴교하는 바람에 지난달 초부터 손녀를 돌보며 함께 넷플릭스를 시청한다”면서 “손녀에겐 애니메이션 같은 걸 보여주고, 잠이 들면 드라마를 튼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시청자가 급증하면서 넷플릭스는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6일 나스닥 시장에서 넷플릭스는 주당 439.17달러에 장을 마감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웬(Cowen) 애널리스트 존 블랙리지는 “넷플릭스는 올해 1분기에 예상한 ‘전 세계 유료가입자 710만 순증’ 이상의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에선 넷플릭스 중독의 부작용을 호소하는 이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우선 피로가 쌓여도 쉽게 끊지 못하는 현상이다. 한달 반째 재택근무 중인 신모(32)씨는 “습관이 돼서 그런지 시청하지 않아도 넷플릭스를 틀어놓지 않으면 허전한 기분마저 든다”고 했다.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자신을 ‘넷플폐인’으로 지칭하며 중독 증세를 공유하는 이들도 생겼다.
넷플릭스에 이어 다른 OTT 서비스에도 두루 가입해 비용 부담이 커진 이들도 적지 않다. 이민지(30)씨는 “지난해 말까지는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료 9.99달러가 전부였는데 지금은 넷플릭스와 비키, 온디맨드코리아, 디즈니 플러스까지 동영상 콘텐츠에 매달 35달러 이상을 쓴다”며 “온라인에서 모르는 사람과 정액료를 나눠내고 계정을 공유하는 지인도 있다”고 전했다.
<하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