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호윤 작가 ‘산 사이의 소인이’
‘베스트 아시아 아메리칸 북’ 선정
“어릴 적 읽었던 한국 전래동화 ‘해님 달님’에서 영감을 얻어서 쓴 작품입니다. 전통적인 미국의 영웅 이미지와 달리 작지만 당차고 감성이 풍부한 주인공이 문제를 해결해가는 드라마틱한 요소와 서구에서와는 달리 인자하게 묘사되는 호랑이 캐릭터가 미국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준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 출간된 그림책 ‘산 사이의 소인이(Tiny Feet Between the Mountains)’의 저자 차호윤 작가는 한국식 전래동화가 미국인들에게 사랑받는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의 첫 작품이기도 한 이 책은 올해 NBC 방송이 선정한 ‘베스트 아시아 아메리칸 북’ 아동도서 부문에서 1위에 선정됐다. 선정 도서는 미국 전역의 공공도서관과 서점에 비치된다.
우리에게는 익숙한 익살스러운 호랑이 소재에 더해, 인물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미국 동화와 달리 배경과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점이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산 사이의 소인이’는 작은 마을에 사는 주인공 소인이가 어느 날 해가 사라지면서 어둡게 변해버린 마을을 구하기 위해 혼자 산으로 떠나며 겪는 에피소드를 담았다. 해를 집어삼킨 호랑이를 만나 스스로 해결책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주인공의 모험담을 다룬 한국식 전래동화의 전개를 미국 감각에 맞춰 그려냈다.
미국도서관협회(ALA)와 아마존 등 주요 도서판매 홈페이지에는 ‘초자연적인 느낌을 주는 서사시적 이야기’ ‘몇 번이고 읽을 수 있는 멋진 책’ ‘한국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는 리뷰들이 달렸다. 차 작가는 “안데르센이나 샤를 페로 같은 세계적인 유럽 작가의 책들은 많지만 정작 미국 아이들에게 주목받는 전래동화는 많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책은 로드아일랜드 스쿨 오브 디자인에서 일러스트 디자인을 전공한 차 작가가 대학에서 그린 과제물로 만든 그림책이다. 차 작가는 “동화책 수업을 듣던 중 미국에 한국 전래동화를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책을 그리기 시작했다”며 “학교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미국의 유명 출판사 시몬앤드슈스터 에디터와 연결돼 이달 초 미국에서 정식 출간됐다”고 설명했다.
어릴 적 부모님을 따라 미국으로 이민 온 차 작가는 “저처럼 미국에 사는 다른 나라 출신의 어린이들이 ‘산 사이의 소인이’를 읽고 한국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의 동화책이 미국에서 좀처럼 출간되지 않는 데 대한 아쉬움도 전했다. 그는 “미국 서점에서 영어로 번역된 일본 동화책은 자주 접하지만 한국 동화책은 찾아보기 어렵다”며 “앞으로 미국에서 다양한 한국 작가들의 동화책이 소개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대학을 졸업한 그는 현재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며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다. 아직은 구상 단계지만 현대 미국을 배경으로 아시아계 미국인이나 자신처럼 미국으로 이민 온 어린이를 위한 동화책을 만들 계획이다.
차 작가는 “호랑이는 등장하지 않지만 ‘산 사이의 소인이’와 마찬가지로 제가 어릴 적 보고 영향을 받은 한국 전래동화의 요소가 많이 가미될 것 같다”며 “K-팝처럼 우리 동화의 우수성을 미국에 널리 알리는 그림책 작가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최성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