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검사인데…당신 범죄 알고있다”
발신자 정보까지 조작해 금융계좌 정보 등 캐물어
뉴저지 포트리에 거주하는 김모씨는 얼마 전 주미대사관의 사무관이라며 전화를 걸어온 사기범에게 하마터면 자신의 은행 계좌 정보를 넘겨줄 뻔 했다.
김씨는 “지난 23일 오전에 발신자가 주미대사관으로 표시된 전화를 받았다. 발신자 정보를 조작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사기범들의 말이 진짜라고 여겼고 큰 피해를 당할 뻔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자신을 주미대사관의 임모 사무관이라고 말한 남성이 ‘당신이 큰 사건에 연루돼 있고 검사가 전화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후 자신을 검사라고 칭한 인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고, 내가 여권을 판매한 혐의가 있다는 식으로 몰아갔다”며 “이후 금융감독관을 사칭한 또 다른 남성이 전화를 걸어왔고 내 금융계좌 정보와 예금액 등을 꼬치꼬치 캐물었다. 처음에는 너무 그럴 듯하게 말해 속아 넘어갔는데 계속 예금 보유액 등이 얼마인지 등을 묻고 피의자 취조하듯 압박하는 것이 이상해 전화를 끊고 주미대사관에 직접 연락하니 그제서야 사기인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사기범들의 수법이 너무 교묘해 적지 않은 사람들이 속을 수 있다고 본다. 말투 등이 공무원으로 느껴지고 불안감을 주는 내용을 너무 그럴듯하게 말해 4시간 동안 전화기를 붙잡고 있었다”며 “다행히 금전 피해는 없었지만, 통화 중에 개인정보 등이 노출됐을 수 있다는 생각에 지금도 많이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최근들어 주미대사관을 사칭해 전화를 걸어 금융정보를 갈취하려는 보이스피싱 사기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한인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주미대사관도 지난주 ‘주미대사관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유의’ 안내문을 뉴욕총영사관 등 미주 공관 웹사이트에 게시했다.
주미대사관은 안내문에서 “최근 발신 번호를 조작해 주미대사관을 사칭하는 금융사기 보이스피싱(또는 이메일 피싱) 범죄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대사관 또는 영사관 직원을 사칭해 한국 경찰청 또는 법무부로부터 전화 수신인에게 전달할 사항이 있는 것처럼 속이는 행위, 전화 수신인에게 범죄기록을 확인해야 한다면서 가짜 사이트에 접속하도록 유도해 개인 정보를 확보하고 송금을 유도하는 행위 등 범죄 수법이 다양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주미대사관 관계자는 “한국 뿐 아니라 미국 공공기관 등에서는 전화 및 온라인으로 직접 개인 정보 등을 확인하거나 요구하지 않으므로 당황하지 말고, 이러한 요구에 절대 응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해당 보이스피싱이 의심되는 전화를 받거나 피해를 당한 경우 신속히 거주지 관할 경찰서 또는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신고해야 한다”며 “피해 사실을 주변 지인들에게 적극 알려 예방에 나설 것을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FCC는 정체를 숨기기 위한 목적으로 발신자가 ID정보를 조작하는 ‘스푸핑’ 사기 예방 및 피해 신고 방법 등을 웹사이트(fcc.gov/consumers/guides/seupuping-mic-balsinin-id)에 한국어 등으로 안내하고 있다.<서한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