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이규 레스토랑
김성희 부동산
첫광고

[주말에세이] 추억의 음식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06-07 12:22:21

주말에세이,박인애,수필가,추억의 음식

권순상 노흥성 부동산 470-218-6136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속이 불편해서 호숫가에 갔다. 부대끼는 속을 달래는 방법은 걷거나 모로 누워 자는 거다. 비 온 후라 시원해서 걷기를 택했다. 전자는 이해하지만, 후자를 들은 이들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어릴 때 외할머니가 알려주신 방법인데, 철석같이 믿고 써왔다. 머리가 땅에 닿으면 2분도 안 돼서 깊은 잠에 빠지는 복까지 받아 한잠 자고 나면 속이 편해지곤 했다.

과식의 주범은 밀가루 음식이다. 소화력이 떨어지는지 요즘은 밥을 먹어야 속이 편한데, 포기를 못 하니 사서 고생이다. 뭘 먹을까 생각하면 면류만 떠오른다. 국수는 국적에 상관없이 좋아하는데, 단연 한국 국수가 최고다. 그래서 매주 건어물과 채소, 표고버섯, 다시마 등을 넣어 국물을 만든다. 모든 재료를 냄비에 넣고 물을 부은 후 뚜껑을 닫아 하룻밤 재운 후 아침에 끓이면 같은 재료라도 훨씬 진하고 맛있다. 국, 찌개에 쓰기도 하고 딸이 좋아하는 어묵탕이나 우동을 바로 끓여줄 수 있어서 해 놓으면 든든하다.

누구에게나 잊지 못할 추억의 음식이 있다. 내겐 아버지가 끓여준 칼국수가 그러하다.

김치와 멸치 끓인 물에 젖은 국수를 넣었을 뿐인데 너무 맛있었다. 아버지는 늘 내 그릇에 당신 국수를 넘겨주셨다. 그 손길이 사랑이었다는 것을 아이를 기르며 알게 되었다. 딸이 좋아하는 우동을 먹을 때면 나도 그렇게 된다. 이젠 세상이 좋아져서 문밖에만 나가면 세계 각국의 국수를 사 먹을 수 있음에도 아플 때면 아버지표 칼국수가 그립다. 아버지가 할 줄 아는 요리는 그뿐이었다. 국수 대신 밥을 넣기도 했는데 그것도 맛있었다. 요즘도 김칫국을 끓이면 막판엔 밥을 넣어 끓여 먹는다. 남편이 개죽 같다고 놀린다. 음! 그 맛을 모르는 게 천만다행이다.

수필반에서 수강생에게 내주는 과제 중 하나가 음식에 관한 글이다. 음식엔 추억이 공존한다. 글로 쓰다 보면 기억 저편에서 그리운 시절, 사람, 장소, 음식이 줄줄이 소환되어 이내 멋진 글 밥상이 차려진다. 글벗들과 나누며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절로 돌아가 보는 것은 즐겁고 행복한 일이다. 추억의 음식은 그리움을 달래주는 명약이기도 하다. 먹으면 거뜬히 일어나기도 하니까. 가난한 기억일지라도 추억할 것이 있다는 건 무형의 재산이다.

우박, 폭풍, 폭우, 정전으로 암흑이었던 날, 죽음의 공포를 느꼈다. 이러다 정말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도시를 휩쓸었던 폭풍이 지난 후 냉동실에서 살아남은 갈비로 찜을 만들었다. 가족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며 감사하지 못했던 일상에 감사했다. 벗어나고 싶었던 부엌에 불이 들어오니 얼마나 고맙던지, 무수리는 바보처럼 할할 웃었다. 먼 훗날, 내 딸은 어떤 음식이 그리울까. 나를 추억할 음식이 있긴 한 걸까. 사뭇, 궁금하다.

<박인애 수필가>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행복한 아침]   인생이 다 그런 거지

김 정자(시인 수필가)   건강하고 만사가 편안하게 잘 풀릴 때, 남의 힘든 불행을 엿보며 무심코 내뱉던 말 ‘인생이 다 그런 거지 뭐, 잘 될 거야 잃은 게 있으면 얻는 것도 있

[신앙칼럼] 중독을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붕괴와 고립에서 거룩한 위로로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Blessed Are Those Who Mourn Addiction: From Collapse and Isolation to Divi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 - 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16)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 - 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16)

사회보장국의 부정급여 방지법(PIIA) 준수 보고서와 우리의 은퇴 방어 전략올바른 자산 및 소득 보고가 은퇴 연금과 복지 혜택을 지키는 지름길입니다 천경태 (금융전문가)  공식 발

[추억의 아름다운 시] 길

마종기 시인 높고 화려했던 등대는 착각이었을까.가고 싶은 항구는 찬비에 젖어서 지고아직 믿기지는 않지만망망한 바다에도 길이 있다는구나.같이 늙어 가는 사람아,들리냐. 바닷바람을 속

[수필] F코드, 내 인생의 굳은살
[수필] F코드, 내 인생의 굳은살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친구에게 기타를 가르쳐주기로 했다. 희끗희끗한 머리칼 아래로, 투박해진 손끝으로 지판을 꾹 누르며 애쓰는 친구의 모습이 자못 진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주택보험에서 보상되지 않는 사고들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주택보험에서 보상되지 않는 사고들

최선호 보험전문인 새 자동차를 살 때 딜러에 가면 기본 모델만 살 것인지, 여러 옵션을 추가할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옵션을 하나둘 넣다 보면 처음 생각했던 가격보다 훨씬 비싸지는

[애틀랜타 칼럼] 논쟁에서는 이기는자가 없다

[법률칼럼] ‘신용’보다 ‘신원’…미국 금융심사의 새로운 기준

케빈 김 법무사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에서 대출이나 신용카드를 신청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신용점수(Credit Score)였다. 점수가 높고 소득이 안정적이라면 승인

[행복한 아침] 별들의 여름은

김 정자(시인 수필가)   여름 날, 밤이 깊어지면 하늘을 올려다 보던 일이 일상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유년 시절 가족이 모여 저녁밥도 마당 평상에서 먹기도 하고 시원한 수박을 나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미국 독립선언문의 정신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미국 독립선언문의 정신

최 모세( 고전 음악·인문학 교실) 7월 4일 미국 독립기념일 제250주년을 맞게 된다. 미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으로서 미국의 건국이념인 독립선언문의 정신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