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유창 목사(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의 서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1941년 11월에 이 주옥같은 시를 남긴 국민시인 윤동주의 불후(不朽)의 명작(名作)입니다.
시처럼 그대로 삶을 그대로 사신 분은 십자가에서 선혈(鮮血)을 다 쏟아내신 <예수 그리스도>십니다.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사”(빌 2:7). 예수님은 시인 윤동주가 그토록 살고 싶어했던 삶을 과감하게 그리고 용단있게 사신 <인생의 표본(標本), 롤 모델>이십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삶을 살아낼 수 있는 사람이 이 세상에 과연 있을까? 초대교회를 성공적으로 이끈 사도 바울은 “의인은 없나니 하나도 없도다”라고 인생전체를 일언지하(一言之下)로 예언하였습니다(롬 3:10). <완전한 겸손>은 <예수님의 겸손>입니다.
우리 안에 온갖 탐욕의 흔적(痕迹)이 존재하는 한, 겸손의 서시(序詩)를 쓴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예수님으로 우리 안을 채우지 않는 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삶을 살았노라고 과감하게 인생의 서시를 쓸 수 있다는 것은 석연(釋然)찮은 문제입니다. 그럼에도 새해를 맞이한 우리의 마음을 면경수(面鏡水)같은 맑은 마음으로 정화해야 될 것은 “예수 그리스도는 어제나 오늘이나 언제나 동일하게” 우리 안에, 역사 안에 생존하여 살아계시기 때문입니다(히 13:8).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져”라는 말씀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겸손(謙遜)입니다.
오늘 신년벽두 2월을 맞이한 우리 모두에게 윤동주 시인이 쓴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서시처럼 우리 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려면 예수님의 마음으로 거듭나지 않으면 결코 <겸손(謙遜)의 서시(序詩)>를 당당하게 쓸 수 없습니다. “오늘 밤에도 별은 바람에 스치운다.” “자기를 비워” 인생을 살아야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겸손의 서시>를 쓸 수 있습니다.
세초(歲初)에 우리의 마음가짐이 시인의 노래처럼, 빌립보서 서신의 핵심인 빌립보서 2장 7절처럼, <처음 마음>으로 시작함으로써 겸손(謙遜)의 서시(序詩)가 인생 가운데 자리잡기를 기원합니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