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이규 레스토랑
김성희 부동산
첫광고

[삶과 생각] 청춘 회억(回憶)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11-21 18:01:53

삶과 생각, 신석환,수필가,청춘 회억(回憶)

권순상 노흥성 부동산 470-218-6136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가을이 되니 생각이 많아진다. 그런 생각 중에서도 인생의 가장 치열한 시간은 대학입시를 준비하던 때인 것 같다. 입시를 앞 둔 몇 달, 마지막 정리를 하며 분초를 아끼며 집중했던 그 시간이 생에 있어 가장 짙었던 삶의 농도였다고 생각한다. 바로 그때가 청춘의 개막이었다.

중요한 것은 그 시절의 독서, 또는 암기가 전 생애에 작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십대의 마지막과 20대 초 중반기 시절에서의 탐구열이 삶에 대한 시각을 결정지은 셈인데 그때 사고(思考)하고 고뇌했던 일들이 지금까지 잔영처럼 남아 이끌어가고 있다.

엊그제는 오랜만에 인터넷 서점을 방문했다. 요새는 거의 인터넷으로 지적 욕구를 채우는 바람에 서점에 가서 책을 사는 일은 정말 드문 “행사”가 되었다. 비록 인터넷으로 책을 일별(一瞥)하지만 그래도 책방의 문을 연다는 일은 미세한 느낌이긴 해도 어떤 설렘 같은 기분이 있으니 늙음에 비례해서는 다행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츠츠이 야스다카(Yasutaka Tsutsui)의 장편(掌篇)인 “웃지마”와 밀란 쿤데라의 옛날 책 “농담” 을 구입했다.

그때 문득 향수에 젖었다. 그 옛날, 벌써 수십 년이 흐른 저 편에서 책과 씨름하며 인생과 청춘에 대해 마음을 다 해 준비하고 몰두하던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그러면서 입시를 핑계로 외웠던 시들도 아련하게 떠올라 그 편린(片鱗)을 반추해보았다.

- 눈물 아롱아롱/피리 불고 가신님의 밟으신 길은/진달래 꽃 비 오는 서역 삼만 리/흰 옷깃 여며 여며 가옵신 님의/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巴蜀) 삼만 리 -

미당(未堂)의 “귀촉도”(歸蜀途) 도입부분이다. 미당의 시는 대학입시의 단골이었다. 이 시 외에도 “국화 옆에서”는 정말 어린 청춘의 가슴을 울렸던 명시가 아닌가. “노오란 네꽃잎이 피려고/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보다.”는 늘 머리속에 맴 돈 구절이었다.

이 시와 더불어 우리들 가슴에 남았던 시들은 단연 청록파 시인들의 작품들이다. 그중에도 박두진과 지훈(芝薰)의 시를 좋아했다. 나중에 대학에 들어가 교양학부에서 조지훈교수의 문학개론을 들었는데 한동안 그의 직강을 기다리며 많은 낙서를 했던 경험이 있다. 지훈의 시 세계가 열리는 절창(絶唱)들이 그분의 나이 겨우 스무 살 즈음에 나왔으니 천재와 다름 아니다.

육사(陸史)의 “청포도”, 김동명의 “파초” 윤동주의 “서시”(序詩)도 즐겨 암송했던 우리들의 가슴이며 젊은 날의 백서(白書)였다.

10대와 20대에 걸친 첫 청춘은 두근거림과 아픔, 도전과 실패가 어우러진 사랑과 이별이 주조를 이뤘다면 신과의 대면으로 시작된 제2의 청춘은 뉘우침과 회개, 눈물과 자괴로 얼룩진 심연(深淵)이었다. 그래서 영혼의 슬픔이 배경 색조가 되었고 후일 슬픔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이 스며드는 통로였음을 깨달았다.

청춘의 끝자락은 뉴저지 변방에서 지냈다. 나이로 보면 청춘을 빗긴 때였지만 이 시대의 나이로 보면 그때도 확실히 청춘이었다. 그리움이다, 그 모든 추억들은 그리움의 집합이다. 청춘은 어쩌면 그리움을 만들고 그렇게 사라지는 시간일 것이다. 가슴에 소설보다 시로 남아 있는 안타까운 사랑과 열정의 매듭이다. 황혼을 걸어간다는 것은 돌아오지 않는 청춘을 향한 투정이요 핑계의 길일지 모른다.

<신석환 수필가>

댓글 0개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애틀랜타 칼럼] 미래는 오늘부터 시작이다

이용희 목사 “행복이 깃들리라. 홀로 있으면서도 오늘을 내 것이라고 노래하는 사람아. 내일은 최악일지라도 그것이 대체 무엇이냐. 오늘 나는 충실한 사람을 누렸도다. 평화로운 마음으

[법률칼럼] “월요일에 내면 되겠지”… 이민 서류, 하루 차이가 자격을 가른다

케빈 김 법무사 이민 서류를 준비하다 보면 마지막 날이 주말이나 공휴일일 때가 있다. 이때 “관공서가 쉬니 월요일에 내면 되겠지”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런 판단이

[행복한 아침] 익숙해짐의 양면성

김 정자(시인 수필가)    운전이 필수인 현대인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출근길이면 커피를 들고 차에 오른다. 시동을 건 다음 Seat Belt 장착을 하고 rearview mirro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 -  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26)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 -  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26)

SSI 수급자의 소득 불일치 경보(Earnings Alerts)와 10억 달러 과오 납금의 진실국세청(IRS) 자료 연계 시스템의 허점과 수급자가 반드시 챙겨야 할 월별 소득 보고

[신앙칼럼] 겸손과 사랑(Humility and Love, 요한복음John 14:23)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명시감상] 비로봉(毘盧峰) — 윤동주“만상을 굽어보기란-/ 무릎이 오들오들 떨린다./ 백화(白花) 어려서 늙었다./ 새가 나비가 된다.

[수필] 스와니 벼룩시장에서 돌아본 애틀랜타 한인회

박경자 (전 숙명여대 미주총회장) 새벽마다 스와니 시청 앞 광장에는 정겨운 장터가 열린다. 소박하고 허름한 나무 상자 위에는 갓 수확한 햇고구마와 무, 배추, 제철 과일들이 무심한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주택보험과 HOA, 누구의 말을 따라야 할까?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주택보험과 HOA, 누구의 말을 따라야 할까?

최선호 보험전문인 미국의 단독주택 단지(Subdivision)에 살다 보면 가장 자주 듣게 되는 약자가 있다. 바로 **HOA(Homeowners Association)**이다.

[내 마음의 시] 소식 없이 온 가을
[내 마음의 시] 소식 없이 온 가을

헬렌김 그렇게 뜨거웠던 어제도아무런 작별 인사 없었는데,오늘은소식없이 가을입니다. 공원에는 다람쥐가 분주하고한 여름 푸르렀던 나무들은파스텔을 거두어하나 둘 황금빚 옷을 준비합니다 

[애틀랜타 칼럼] 체면을 살려 주어라

이용희 목사 대개 윗사람들은 아랫사람을 대할 때 하인 다루듯이 명령하기도 하고 책망하기도 합니다. 그들은 자신이 그런 식으로 사람을 대할 때. 그 자신의 인격이 땅에 떨어지는 것을

[법률칼럼] 취업비자 10만 달러의 벽… 이제는 회사의 해고 기록까지 본다

케빈 김 법무사 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취업을 준비하는 유학생에게 채용 제안은 새로운 출발이다. 그러나 지금은 취업의 기쁨에 앞서 비자 정책의 불확실성부터 따져야 한다.지난 9월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