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자(전 숙명여대 미주총동문회장)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띤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어,
달밤이 싫어,
눈물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어…
해야, 고운 해야
늬가 오면 늬기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라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자리 앉아,
애띠고 고운 날을 누려 보리라( 시 ,해, 박두진 )
청록파 시인 박두진 시인의 '해' 는 평화와 공명의 세계가 지구별에 찾아오기를 새해 소망을 담은 시이다. 해는 지구별 어디에나 날마다 솟는다. 산넘어 산을 너머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 먹고 산 계곡 어둠의 골짜기 이글 이글 앳된 고운 얼굴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를 명령문처럼 반복한 '해 '는 해를 의인화하여 지구별 끝없는 전쟁의 , 아픔을 대립과 끝없는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평화와 광명의 세상이 찿아 오기를 바램이다. 해야 '솟아라' 고운 해야 '솟아라, 솟아라' 를 반복하는 그날의 시인의 가슴에는 오늘의 지구 별의 전쟁과 아픔을 시인의 예지로 보고 있는 듯하다. 청록파 박두진 시인의 가슴에는 자연을 가슴 가득히 품고 하늘을 가슴 가득히 품고 산다.
'하늘'
하늘이 내게로 온다
여릿 여릿 멀리서 온다.
하늘은 멀리서 오는 하늘은
호수 처럼 푸르다
호수 처럼 푸른 하늘에
내가 안긴다.
가슴으로 ,가슴으로
스며드는 하늘
향기로운 하늘의 호흡
따가운 별
햇빛으로 목을 씻고
나는 하늘을 마신다.
자꾸 목말라 마신다.
마시는 하늘에
내가 익는다.
능금처럼 마음이 익는다. ( 시. 하늘 , 박두진)
다가오는 새해에는 아픔 투성이 세상사 멀리하고 해가 뜨는 하늘을 더많이 보자, 그 마음 그 순수한 마음으로 자연의 품에 안겨 멀리 강바람 소리, 따뜻한 세상을 마음에 품고 살자. 어쩌랴, 이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세상이 과학 문명이 인간의 순수한 맑은 지성, 사랑을 빼앗을 수는 없다. 컴퓨터가 사랑을 아는가… 로봇이 사는 세상을 인간은 구경만 하는 세상이 온다. 지구별 종말을 예고하는 터무니 없는 망상이다. 시인은 세기가 흘러도 변하지 않는 진리를 말한다.
'하늘 우러러
한점 부 끄럼 없이 살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부 끄러워 했다.
오늘 밤에도 별이 스치운다.(시인 윤동주, 서시)
밤하늘 별이 되어 그리운 어머니를 찾았던 윤동주 시인의 별을 헤아리는 마음 따뜻한 '어머니의 품'을 밤하늘 별들에게 전했다.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어쩌랴… 날마다 해는 뜬다. 그러나 내 가슴에 뜨는 해는 날마다 새날이요, 향기로운 호흡이다. 새해에는 하늘을 더 자주 보자, 아침 해 솟아오르는 동녘 하늘 향해 '해야 솟아라, 밝은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들도, 짐승도 한자리 둘러 앉아 위어이, 위어이 모두 불러모아 한자리 앉아 앳띠고 고운 새날을 누려 보리라..
새날의 일기는 새날이 쓰게하고
빈들에 나가 희언의 바람 소리,
바람 소리
바람 소리
내 마음 담그리라.
하늘을 더자주 보고
하늘에 흐르는 구름의 흐름에
내 마음 담그리라
어느 예술가가 흐르는 하늘 구름
그마음 그릴수 있나 ---
해야 솟아라
새날의 해야 솟아라
지구 별 ,전쟁의 아픔
죽어가는 내 아기들의 울음 소리
그 울음 소리, 울음 소리
그 통곡의 소리가 어른의 가슴에도
들리는가,
들리는가,
새해
새날에는
해가 뜨는 빈 들녘에 나가
내 마음 텅 비워 두고
하늘을 더 자주 보리라
내 어둔 마음에도
그 밝은 해에 몸을 씻고
새날의 일기는 하늘 물감으로
하늘이 쓰시게 비워두리라. (시, 새해에는 박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