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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칼럼] ‘아날로그 일본’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1-06-17 10:10:25

뉴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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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가족들과 함께 일본여행을 했던 터스틴 한인 웨슬리 조 씨는 그곳에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문화적 충격을 경험했다. 최고 선진국으로 일컬어지는 일본에서 크레딧 카드를 사용할 수 없어 너무 큰 불편을 겪었기 때문이다.

 

역사적 명소인 오사카 캐슬을 찾은 그는 매표소에 ‘현금만 받는다’는 안내문이 걸려 있는 것을 보고 당황했다. 현금이 없다고 하니 매표소 직원은 바로 옆의 ATM에서 돈을 찾으면 된다고 설명해 주었다. 하이테크 선진국이라는 일본의 관광명소에서 크레딧 카드를 받지 않고 현금만을 고집하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그냥 호텔로 돌아가기로 하고 택시를 탔는데 이 또한 현금만 받는 택시였다. 호텔에 도착해서야 이런 사실을 안 조 씨는 호텔 프런트 데스크에 사정을 얘기했고 호텔은 현금으로 택시 요금을 지급해 준 후 그의 숙박비에 이를 올렸다. 식당에서도 먼저 메뉴가 그려진 자판기에 현금을 넣어 티켓을 뽑아야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등 현금 없이는 일본여행이 너무 불편하겠다 싶었던 조 씨는 결국 오사카 역 외환환전소에서 상당액의 현금을 찾아야 했다.

 

일본은 하이테크를 자부하는 선진국이지만 여전히 많은 부문에서 아날로그를 고집하고 있다. 현금사용이 그 가운데 하나이다. 조 씨의 경우처럼 일본을 찾은 외국인들은 크레딧 카드를 사용할 수 없는 업소들이 많다는 데 깜짝 놀란다.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는 일본의 현상이라고는 믿기지 않는다.

 

주요 연락 수단으로 아직까지 전화와 팩스를 선호하고 집 현관문도 아날로그 방식인 열쇠를 고집하고 있는 것은 일본의 또 다른 대표적 아날로그 문화다. 최고급 아파트까지 그렇다. 거의 모든 문이 디지털 개폐식으로 돼 있는 한국과 대조적이다.

 

서류 결재 방식도 여전히 도장이 대세다. 많은 회사들이 결재에 도장을 이용하고 있어 코로나19 재택근무 기간 중에도 많은 직장인들은 단지 도장 결재를 위해 회사에 나가야 했다. 많은 분야에서 편리한 디지털 방식을 기피하면서 여전히 아날로그를 고집하는 ‘선진국’ 일본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

 

이런 아날로그 고집에 대해 다양한 분석들이 나온다. 우선적으로 지적되는 것은 변화를 싫어하는 일본 특유의 문화와 세계 최고령국이라는 사실이다. 또 일본인들이 아날로그를 버리지 못하는 저변에는 개인정보를 너무 중요시하는 일본인들의 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일본의 디지털 주민등록이라 할 수 있는 ‘마이넘버’에 등록한 일본인은 20%가 채 되지 않는다. 의식조사를 해 보면 “편리함 같은 장점이 많을지는 모르지만 개인정보를 등록하고 싶지 않다”는 응답이 압도적이다. 그래서 일본인들은 스마트폰도 개인정보 보호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애플 아이폰을 압도적으로 선호한다.

 

일본은 올림픽 개최를 위해 백신 접종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접종 속도는 백신 등 사회문제 해결에 IT를 기동성 있게 활용하고 있는 한국에 비해 여전히 크게 떨어지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와중에도 일본은 환자정보를 팩스로 주고받으며 관리했다.

 

백신접종을 늘리겠다며 대규모 접종센터를 세웠지만 정작 예약은 크게 낮았다. 예약을 위해서는 종이로 된 ‘접종권’이 있어야 하는 데 접종권을 각 지자체가 일일이 우편으로 보내다보니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재일교포 3세인 소프트뱅크 그룹 손정의 회장은 “일본의 현 상황이 너무 슬프고 우려된다”고 탄식한다. 일본은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공공부분의 디지털 낙후성을 인식한 듯 오는 9월 ‘디지털청’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일본의 과학기술(IT)담당 장관은 아이러니하게도 ‘일본의 도장 문화를 지키는 의원연맹’ 회장이다. 일본의 뿌리 깊은 아날로그 선호 문화가 ‘디지털청’ 신설 같은 행정조치로 단기간 내에 바뀌게 될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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