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엘리트 학원
경동나비
첫광고

[삶과 생각] 마시멜로

지역뉴스 | | 2024-07-26 14:21:48

삶과 생각, 김영화,마시멜로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캠핑장에 모닥불을 피웠다. 이글거리던 태양은 서산 넘어 요세미티 숲속으로 숨었고, 머리위로 별이 쏟아지는 밤이다. 손주들, 아들부부와 나는 타다닥 소리 내며 빨갛게 타오르는 장작불을 두고 빙 둘러앉아 각자 자기 마시멜로를 굽기 시작했다. 불빛에 비치는 손주들의 상기된 얼굴은 대단한 일을 공모하는 것처럼 심각해 보였다. 긴 쇠꼬챙이에 끼운 마시멜로를 불 가까이에 고정해 놓고 두 손으로 천천히 돌려가며 갈색으로 변하고 크게 부풀어질 때까지 시간을 두고 굽는다. 10살된 쌍둥이 손주들과 아들은 갈색의 아기 주먹 만한 크기의 마시멜로을 구워 냈다. 하지만 일곱살 손녀와 내 것은 검게 타기만 했고 전혀 부풀지 않아 실망으로 울상이 되었다. 

“마시멜로를 잘 굽기 위해서는 어머니에게 제일 없는 것, 인내심이 있어야 돼요”라는 아들의 뜻밖의 말에 내 귀를 의심했다. 평소 참을성이 없는 내 자신을 알지만, 아들에게는 어머니로서, 환자에게는 간호사로서 잘 참으며 살아왔다고 자부했다. “내 아들이 지금 한 말을 믿을 수 있겠냐?”하고 며느리에게 말하자 “자녀들이 부모를 잘 알고, 그들은 진실을 말해요”하며 며느리는 제 남편의 편(?)을 들었다. 내 기분이 조금 상한 것을 느낀 아들은 “어머니는 우리에게 최선을 다하셨어요. 제 말은 어머니가 대체로 성격이 급하고, 빠르게 생각하고 일하기 때문에 주위에 좀 느린 사람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을 보며 자랐어요”라며 부연 설명을 했다. 내 성격대로 마시멜로을 시간을 두고 천천히 굽지 못했다. 기다림을 못 이겨 불에 넣어 검게 태운 것은 내 인내심 부족이다. 두 아들이 이런 어머니에 맞추며 자라면서 스트레스를 받았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아들 말대로 나도 나름 최선을 다 했고, 그들도 잘 따라주어서 꿈을 이루며 산다고 생각했다. 어제 어퍼폴까지 힘든 등산을 했더니 종아리가 아프고, 오늘 카약할 때 입은 햇볕 화상으로 빨갛게 부은 발등이 불편한 내 마음 한 구석처럼 쓰라린다.

젊었을 때처럼 판단이 예리하지 못하고, 몸도 민첩하고는 거리가 먼 아둔하고 느려졌다. 몸이 마음을 따라 주지 못하는데도 기다리지 못하고 서두르다 보니 자주 넘어지고 사고를 낸다. 원하지 않지만 나도 모르게 젊은 사람들에게 걸림돌이 되어간다. 예전에는 노인에게서는 그들의 경험과 지혜를 배운다고 했지만 요즘은 인공지능이 다 해결해주니 노인에게 물을 일이 없어졌다. 사랑은 오래 참는 것이라고 했다. 잘 참는 노력 밖에 없을 것 같다. 이해하고 포용해주며 바른 삶의 본보기로 엎드려 후손들에게 어려운 건널목을 건널 수 있도록 디딤돌이 되어야겠다.

어느 시인은 ‘믿음이 있는 자는 좋은 것을 얻고, 인내하는 자는 더 나은 것을 얻고, 포기하지 않는 자는 최고의 것을 얻는다’고 했다. 남편은 내게 어떤 생각이 떠오르면 5초만 기다렸다 말하고, 행동하며 한 발자국만 뒤로 물러서서 걸어보라고 조언해준다. 이 기회에 이왕 걸림돌에서 디딤돌이 되자고 작심했으니 믿음을 가지고 잘 참고 견뎌서 최선을 다하고 싶다.

울창한 숲 속에 어둠이 깊어 지자, 낮 동안 숨어있던 크고 작은 별들이 멀리서 가까이서 제 몫을 다하며 반짝이고 있다. “할머니, 하늘의 별이 많을까요? 땅의 모래가 많을까요” 손자가 다섯 살 때 물었던 말이 생각났다. 그 때도 별이 많을 것 같다고 말했지만, 오늘 밤도 모래 보다 별이 내 생각만큼 더 많아 보인다.

마시멜로를 굽는 것처럼, 저 밝고 작은 별 같은 후손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서두르지 않고 조심해서 별을 캔다. 별 하나에 바다처럼 넓은 인내를, 별 둘에 우리 할머니의 온유한 마음을. 별 셋에 꽃보다 아름다운 아기의 미소를… 세상이 별처럼 반짝이도록 바구니 한 가득 별을 담아온다. <김영화>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미국인 1만명 중 23명꼴로 노숙자…노숙자 역대 최고폭 늘어
미국인 1만명 중 23명꼴로 노숙자…노숙자 역대 최고폭 늘어

전년 대비 18% 증가한 77만명…비싼 집값·이민 급증이 원인2024년 1월 19일 미국 워싱턴DC의 국무부 청사 인근 공원에 형성된 노숙자 텐트촌. (워싱턴=연합뉴스)   올해

인신매매 조직  20대 두 여성에 중형
인신매매 조직  20대 두 여성에 중형

귀넷법원, 각각 25년∙15년 선고 귀넷 법원이 인신매매 혐의로 체포 구속 중인 두 여성에게 중형을 선고했다.귀넷법원은 26일 지난해 갱단 소속으로 인신매매 혐의로 체포된 뒤 유죄

애틀랜타 실업률 변동 없어
애틀랜타 실업률 변동 없어

10월, 11월 실업률 연속 3.5% 기록교육 및 보건업 일자리 사상 최고점 조지아 노동부는 지난 26일, 메트로 애틀랜타 실업률이 10월과 11월에 3.5%로 변동이 없다고 발표

집 빌려 새해맞이 대형 파티 ‘원천봉쇄’
집 빌려 새해맞이 대형 파티 ‘원천봉쇄’

에어비앤비, AI이용 예약 차단지역정부도 '파티 하우스'규제  연말연시를 맞아  에어비앤비 등을 이용해 주택을 단기임대한 뒤 대형 파티를 계획하고 있다면 미리 포기해야 할 것 같다

연말 여행, 애틀랜타에서 떠나는 특별한 여행지 4곳
연말 여행, 애틀랜타에서 떠나는 특별한 여행지 4곳

데이토나 비치에서 겨울 나기퀴라소 메리어트 비치 리조트 연말에 들어서면서 여행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애틀랜타에서 자동차나 비행기로 떠날 수 있는 여행지 4곳을 AJC가 소

조지아텍 재학생 규모 급증∙∙∙조지아 최대
조지아텍 재학생 규모 급증∙∙∙조지아 최대

현 총장 부임 후 증가세 두드러져온라인 강좌 ∙편신입생 크게 늘려학생 대 교수 비율은 다소 악화돼  최근 수년간 조지아텍 성장이 조지아는 물론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고 지역신문

취약 이민자 가정 식품매장 무료이용
취약 이민자 가정 식품매장 무료이용

뷰포드Hwy 이민자 지원 비영리단체종료 파일럿 프로그램 재개 지원 요청 재정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이민가정에 대한 식품지원 활동을 해온 한  비영리단체의 종료된 파일럿 프로그램이 재

화려한 연말 행사, 정말 괜찮으신가요?
화려한 연말 행사, 정말 괜찮으신가요?

연말, 행복의 그림자 우려'휴일 우울증'과 극복 방법 연말 행사로 인한 정서적 압박이 정신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다. 연말의 쇼핑과 파티, 축제 등이 기쁨과 행복을 줄 수 있지만,

90세 한인 노인 살해 경비원 기소
90세 한인 노인 살해 경비원 기소

여성 경비원 김씨를 50차례 이상 찔러 지난 9월 벅헤드의 노인 아파트에서 90세 한인 노인 김준기 씨를 50번 이상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은 경비원이 기소됐다.풀턴카운티 슈피리어

유명 인공눈물 곰팡이 감염 리콜
유명 인공눈물 곰팡이 감염 리콜

FDA “실명 유발 우려”   미 전역에서 유통되고 있는 유명 인공 눈물 제품이 실명을 유발할 수 있는 곰팡이 오염 가능성으로 인해 리콜 조치됐다. 연방 식품의약국(FDA)은 글로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