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다. 휴가지에서 갑자기 건강에 문제가 생길 때가 적지 않기에 기본적인 응급처치법을 알아두는 게 좋다. 휴가 기간에 생길 수 있는 다양한 응급상황 대처법 등을 알아본다.
◇염좌 발생하면 얼음찜질이 좋아
평소 다니지 않던 곳을 다니거나, 평소보다 많이 움직이다보면 몸에 문제가 생긴다. 대표적인 것이 특히 움직임이 많은 발목·손목·허리를 삐는 것이다. 손과 발목 등에 염좌가 발생하면 일단 얼음찜질을 하는 게 좋다.
김원영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인대 손상 등이 의심되는 염좌가 발생했다면, 발생 직후에는 부종을 줄이기 위해 얼음찜질을 하는 게 좋다. 가능하면 붕대나 부목을 사용해 염좌가 생긴 부위의 스트레스를 일시적으로 줄이고 관절을 쉬게 해야 한다”고 했다.
관절 통증이 점차 줄어들면 필요에 따라 온찜질을 시행하면 된다. 온찜질은 관절 주변 혈류를 원활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를 복용해 통증과 부종을 줄일 수도 있다.
김원영 교수는 “부종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통증이 지속된다면 병원을 방문해 의사에게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화상 부위 빨리 흐르는 수돗물에 식혀야
화상도 휴가철 빈번히 발생하는 응급상황이다. 만일 조리 중 불에 달궈진 조리도구나 뜨거운 기름에 피부가 닿았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상처 부위를 흐르는 수돗물에 5~10분간 노출시켜 식히는 것이다.
최대한 빨리 상처 부위를 식혀야 피부 조직이 깊이 상처 입는 것을 피할 수 있고, 화상에 의한 통증이나 부종, 쇼크 등도 막을 수 있다.
김원영 교수는 “다만 화상 부위를 얼음이나 너무 차가운 물에 노출시키면 오히려 통증이 악화되거나 화상 깊이가 깊어질 수 있다”며 “상처 부위는 흐르는 물에 빠르게 식혀야 한다”고 했다.
상처 부위를 식힌 다음엔 화상 입은 부위가 붓기 전 깨끗한 천으로 상처 부위를 감싼다. 로션과 연고는 바르지 않는 게 좋다. 김원영 교수는 “화상 부위는 감염 위험이 있으므로 물집이나 벗겨진 피부는 제거하지 말고 병원에 방문할 것을 권장한다”고 했다.
뜨거운 이물질이 눈에 닿아도 응급조치는 비슷하다. 눈을 비비지 말고 흐르는 수돗물에 눈을 대고 충분히 세척해야 한다. 세척해도 눈에 이물이 계속 있다면 손수건 혹은 수건으로 양쪽 눈을 가린 채 응급실로 가야 한다. 김원영 교수는 “눈을 가리면 눈동자가 움직이는 일을 막아 이물에 의한 각막 손상을 예방할 수 있다”고 했다.
◇어린이 발열 5일 이상 지속되면 응급실 찾아야
어린이 발열은 주로 바이러스 감염이 원인이다. 열이 나면 체온계로 정확한 체온을 재야하는데 입과 직장을 통해 측정하는 게 정확하다. 5살 이하 어린이는 직장 체온계로 재는 게 좋다. 37~37.5도를 넘지 않으면 정상이다.
몸을 떨면 열이 나는 징조다. 아이가 오한으로 힘들어하면 해열제를 먹이고, 오한이 호전되고 체온이 떨어지기 시작할 때 땀을 닦아주면 좋다. 이때 열을 빨리 식히려고 알코올이나 얼음물은 사용해서는 안 된다.
김원영 교수는 “하루 이틀 열이 났는데 열이 정상으로 떨어지지 않을 때는 응급실에 가지 않아도 괜찮다. 오히려 열이 그다지 높지 않더라도 아이가 심하게 처진다면 응급실로 가서 검사와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5일 이상 발열이 지속되거나, 3개월 미만 아기에게 열이 나거나, 경련 또는 목이 뻣뻣한 증상이 있거나, 예방접종을 제대로 시행하지 않았거나, 8시간 이상 소변을 보지 않거나, 혈변· 설사·호흡곤란 등 겉으로 나오는 병발 증상이 심하거나 기이한 경우 응급실을 방문해 진찰을 받고 다른 질환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행성 각결막염, 2주 정도 치료하면 호전
유행성 각결막염 환자가 늘어난다. 유행성이란 병명은 비슷한 시기에 특정 지역 내에서 집단적으로 발병할 수 있기에 붙은 이름이다. 각결막염은 검은 동자에 해당하는 각막과 흰자위에 해당하는 결막에 염증을 일으키기 때문에 붙여졌다.
원인은 바이러스로, 바이러스에 오염된 물건을 매개로 전염되기 쉽다. 전염력이 매우 강하고 수주에 이르는 상당한 기간 불편한 증상이 지속될 수 있다.
유행성 각결막염의 잠복기는 대개 5~7일이다. 보통 감염 후 3일이면 눈물과 눈곱 등 분비물이 많아진다. 이어 눈이 붉게 충혈되고 눈꺼풀이 붓기도 한다. 어린이에게는 두통·오한·인두통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대부분 한 쪽 눈에 걸리면 반대쪽 눈에도 전염된다.
김윤전 서울아산병원 안과 교수는 “눈물을 통해 나온 바이러스가 반대편 눈으로 전염되기 때문이다. 반대편 눈에 나타나는 증상은 처음 발병한 눈보다는 경미한 편이다. 대개 2주 정도가 지나면 치료되지만 바이러스 증식이 왕성하면 검은 동자에 해당하는 각막을 침범해 각막 혼탁을 일으키고 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했다.
일단 감염되면 증상을 완화하고 합병증을 줄이는 데 치료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통 세균에 의한 2차 감염을 막기 위한 항생제 안약이 사용되고, 상태에 따라 염증을 조절하기 위한 항염증제를 쓰기도 한다.
인공눈물을 자주 사용하는 것은 바이러스로 오염된 눈물을 세척하는 효과가 있으며 증상 완화에도 도움이 된다. 눈 주변이 붓고 이물감이 심할 때는 냉찜질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
김윤전 교수는 “가족 중 한 명에게 유행성 각결막염이 생기면 다른 가족에게 옮기기 쉽기 때문에 수건·침구 등 바이러스 감염을 매개할 수 있는 물건들을 공유하지 않는다. 또 환자와 가족 모두 손으로 눈을 비비거나 만지지 않도록 하며 손을 자주 씻어야 한다. 전파를 막는 핵심은 격리와 개인위생”이라고 했다.
◇ 물놀이 후 귀 아프면 급성 외이도염 의심해야
또한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맞아 바다나 워터파크를 찾는 사람이 늘면서 물놀이 후 귀가 아파서 병원을 많이 찾게 된다. 대부분 급성 외이도염(swimmer‘s ear라고도 한다)때문이다. 급성 중이염과 함께 귀의 통증과 이루(분비물)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외이도는 귓바퀴에서 고막에 이르는 2.5㎝ 정도의 통로인데, 여기에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인해 세균이나 곰팡이 등이 감염돼 염증이 생기는 것이 외이도염이다.
급성 외이도염은 수영이나 목욕 후 외이도에 남아 있는 수분이 외이 피부 습진을 일으키고, 세균 등이 피부 상처를 통해 침입하면서 진행된다. 외이도 안쪽의 피부는 매우 얇고, 지방이나 근육 조직 없이 외이도 뼈에 밀착돼 있기에 쉽게 손상될 수 있다.
안중호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발병 초기에는 습진처럼 가려운 증상으로 시작하면서 점차 외이도 주위가 빨갛게 부어오르고 심하면 화농성 분비물이 나온다. 때로는 귀 앞에 위치한 귀밑샘으로 염증이 진행돼 입을 벌릴 때도 통증을 느끼게 된다”고 했다.
고막도 염증으로 두꺼워져서 일시적인 전음성 난청이 발생하기도 하며, 심한 경우 급성 중이염과 동반돼 발생해 고막 천공 및 이소골 손상을 일으키며 영구적인 난청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에 주의해야 한다.
급성 외이도염을 예방하려면 물놀이 후 귀에 물이 들어가서 먹먹하면 면봉으로는 외이도의 겉면만 살짝 닦아주고, 안쪽 물기는 헤어 드라이기를 이용해 바람으로 가볍게 말려주는 게 좋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