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성 기형’ 사망률 23% 증가
텍사스주에서 임신중지(낙태)를 주 법률로 사실상 전면 금지한 이후 ‘영아 사망률’(출생 1,000명당 사망자 수)이 13%나 급증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임신중지 제한과 영아 사망 연관성에 대한 최초의 실증적 증거다. 현재 ‘초박빙’ 구도인 오는 11월 대선 결과를 좌우할 주요 쟁점으로 낙태 문제가 떠오른 가운데, 여성의 낙태권 옹호 여론도 한층 더 힘을 받고 있다.
CNN과 AP통신에 따르면 존스홉킨스대는 24일 미국의사협회 소아과학회지(JAMA Pediatrics)에 ‘텍사스주의 2022년 생후 1년 이내 영아 사망률이 전년 대비 12.9% 증가했다’는 내용의 연구 논문을 게재했다. 같은 기간 다른 28개 주에서 1.8% 증가한 데 비해 유독 텍사스주에서만 가파르게 상승한 것이다. 사망 원인을 살펴보면, 선천성 기형에 따른 영아 사망률이 22.9% 급증했다. 반대로 다른 주에서는 오히려 3.1% 감소했다.
연구진은 2021년 9월 발효된 텍사스주의 강력한 낙태금지법(심장박동법)에서 원인을 찾았다. 태아의 심장 박동이 감지되는 임신 6주 이후 낙태를 금지한 게 이 법의 골자다. 마지막 생리 시작일로부터 6주를 의미하는 만큼, 전면 금지나 마찬가지다. 강간이나 근친상간에 의한 임신, 태아의 선천적 기형에도 예외를 두지 않는다. 연구진의 일원인 수전 벨은 “이번 연구 결과는 낙태금지가 가져올 수 있는 파괴적 결과를 분명히 보여준다”고 AP에 말했다.
게다가 이듬해 6월 연방대법원은 낙태권을 헌법적 권리로 보장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했다. 잇따른 낙태금지의 여파는 극명했다. 현지 매체 텍사스트리뷴에 따르면 연방대법원 판결 이후 지난 2년간 텍사스주에서 시행된 임신중절은 월평균 5건으로 수직 낙하했다. 전국 가임기 여성의 10%가 거주하는 인구 3,000만 명의 텍사스주에서는 과거 매달 약 4,400건의 낙태가 이뤄졌다.
낙태를 원하는 일부 여성은 ‘낙태 여행’에 내몰렸다. 낙태권 옹호단체 구트마허연구소는 2023년 텍사스주 여성 3만5,000명 이상이 임신중절을 위해 인접 주로 향했다고 밝혔다. 이 보다 더 많은 여성은 원격 처방, 우편 배송을 통한 ‘먹는 낙태약’으로 임신중단을 시도했다. 이마저도 접근이 어려운 여성들은 곤경에 처했다. 임신중지법 시행 이후 히스패닉 여성의 출산율이 가장 크게 뛰었고, 10대의 임신도 수십 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고 텍사스 트리뷴은 전했다. 이들 중 다수는 원치 않았던 아이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
낙태는 윤리적 쟁점을 넘어 여성의 몸과 삶에서 일어나는 구체적 일이 됐다.뉴욕타임스(NYT)는 “임신중지권 폐기 2년을 맞아 임신중지 지지율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흑인과 민주당원, 여성, 18~29세 유권자 사이에서 임신중지 이슈만을 고려하는 유권자가 기록적 비율로 증가하고 있다고 짚었다.
25년간 임신중지 관련 여론조사를 실시해 온 트리샤 운뎀은 “이제는 (임신중지권이) 아기를 가졌거나 갖고 싶어하거나, 임신 가능성이 있는 다수 대중에게 간절한 ‘나의 문제’가 됐다”고 NYT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