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사철(文史哲)이란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문학, 역사, 철학을 줄여 부르는 말로 인문학 의 한국형 별칭이다.
인문학은 인간과 인간의 근원문제, 인간의 문화에 관심을 갖거나 인간의 가치와 인간만이 지닌 자기표현 능력을 바르게 이해하기 위해 연구하는 학문 분야로서 인간의 사상과 문화에 관해 탐구하는 학문이다.
한마디로 인간에 대한 이해와 삶에 관한 통찰을 돋울 수 있는 공부가 인문학이다. 머리에 지식을 우겨넣는 지식 축적이 아니라, 인생이라는 파랑(波浪)을 유쾌하게 건널 수 있는 구체적 항해술을 배울 수 있는 지혜의 전당으로도 비유될 수도 있다.
이 인문학이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생산성과 효율성이 강조된다. 대학의 학과는 취업률 통계로 그 존속 가치가 결정된다. 이 같은 신자유주의 확산과 함께 불거진 현상이다.
이와 함께 십수년 전부터 대두된 화두가 ‘인문학의 위기’로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다.
한국의 경우 대학의 인문계열 학과는 최근 8년 사이 148개가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인문계열 학과수와 입학정원이 2012년 976개 학과 4만6,108명에서 2020년 828개 학과 3만7,352명으로 8년 사이 148개 학과가 사라지고, 입학정원은 8,756명 준 것이다.
인문학의 위기는 미국에서도 두드러진다. 인문학 전공 비율이 1966년부터 2010년 기간에 절반으로 줄었다는 하버드대학의 보고서가 그 단적인 예다.
인문학, 한국식으로 표현하면 문사철, 그 중에서도 날로 심해져가는 역사학 냉대 현상은 자칫 미국의 국가안보에 중차대한 결과를 가져 올 수 있는 것으로 포린 폴리시지는 지적하고 있다.
전 세계 유일한 초강인 미국은 세계 곳곳 주요 지역에서 복잡한 역사에 뿌리를 둔 도전과 갈등 해결에 부심하고 있다. 역사 전문가의 수요가 늘고 있다고 할까.
그런 마당에 지난 15년 간 미국에서 역사교육은 계속해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진보 보수를 가리지 않고 ‘역사학 홀대 증세’에 빠져 있는 것이 오늘날 현상으로 그 결과 미국에서 역사학은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 포린 폴리시지의 진단이다.
주 정부마다 경쟁적인 예산삭감에, 퇴직교수 충원 거절사태 속출 등의 타격을 입어 미국대학의 역사학과는 급속히 축소되고 있다는 것.
미드웨스턴대학의 2022년 연구에 따르면 미국 대학 역사학과의 영구 직 교수는 2010년 이후 1/3 정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대학들이 역사학과 교수 채용을 현 수준으로 동결하고 은퇴로 공석이 된 경우 충원도 않는다. 이에 따라 역사학자 감소현상은 더 악화되어 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대학에서만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역사학과가 시들해지면서 전공학생 수 부족으로 이어지고 더 나가 중등교육 역사교육에도 큰 차질을 가져온다.
이런 상태가 방치될 경우 세계를 바라보는 시야가 극히 좁고, 아주 얕은 정책 결정자와 보좌관들을 양산해 내는 세대를 미국은 맞게 되고 이는 국가안보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 할 수 있다는 것이 포린 폴리시지의 경고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이 명언을 굳이 들이 댈 필요까지도 없다.
주요 군사작전은 물론 해외정책에 이르기까지 정책 결정의 참고의 전거는 항상 과거의 사례, 역사에서 찾아진다. 한 마디로 역사적 통찰력 없이는 현명한 정책결정자가 될 수 없다. 그래서 나온 경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