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경동나비
엘리트 학원

‘계’ 문화…초기 이민자 정착에 큰 역할

지역뉴스 | 정치 | 2024-06-17 08:58:34

계 문화,초기 이민자 정착에 큰 역할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워싱턴포스트 한국 독특 문화 집중 조명

대출 힘든 소수계 이민자 사회 중심

신뢰를 기반한 민간 자본 이식 수단

라틴‘탄다’, 흑인‘수수’, 중국‘비아오후위’

 

 대출이 힘든 소수계 이민자 사회를 중심으로 한국의 계 문화와 같은 자금 조달 수단이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로이터]
 대출이 힘든 소수계 이민자 사회를 중심으로 한국의 계 문화와 같은 자금 조달 수단이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로이터]

 

70년대와 80년대에 미국으로 건너온 한인 이민자들은 사업을 시작하는 데 여러 어려움이 많았다. 한국에서 가져올 수 있는 자금은 제한됐고 미국 은행으로부터 SBA 융자와 같은 사업 자금 대출을 받는 일은 더더욱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인 이민자들이 미국 전역에 소규모 사업체를 시작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한국 고유의 목돈 마련 수단인 ‘계’(Keh) 덕분이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가 최근 한국의 계 문화를 자세히 소개하며 다른 소수 민족의 비슷한 문화도 함께 알아봤다.

 

■70, 80년대 한인 이민자 정착에 큰 역할

박계영 UCLA 인류학 교수에 따르면 문서로 확인된 한국의 계 문화는 13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자금 조달 수단이 제한된 농부들이 쌀을 화폐로 계 문화를 주로 사용했다. 한국전쟁으로 경제가 완전히 붕괴한 1953년 계 문화가 다시 성행하기 시작했다.

남성이 돈을 구하러 다니는 것이 체면을 구기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주로 여성들 사이에서 계 문화가 퍼졌다. 1970년대 들어 미국 이민자가 늘었지만 한국 정부가 재산 반출에 제한을 뒀고 미국 은행으로부터 SBA 융자 거절이 늘자, 계를 통해 사업 자금을 마련하는 이민자가 많아졌다.

1979년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워싱턴 D.C. 한인 식료품점 업주의 약 50%가 계를 통해 사업 자금을 마련하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12년 뒤인 1991년 워싱턴포스트는 워싱턴 지역 한인회 추산을 인용해 지역 한인 약 80%가 계를 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른 대도시의 한인 사회에서도 계 문화가 성행했다. 1987년 시카고 트리뷴지에 따르면 시카고 사우스 사이드 지역 한인 소상공업주 대상 설문조사에서 약 3분의 1이 계를 통해 사업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인 이민자들의 유일한 자금 조달 통로였던 계 문화는 1990년대 들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한인 은행이 하나둘씩 문을 열기 시작하고 SBA 융자 등 은행을 통한 대출의 문이 열리면서 한인 커뮤니티는 계를 찾을 필요 없이 사업을 확장해 갔다.

 

■신뢰 기반 민간 자본 이식 수단

한국의 계가 운영되는 기본 방식은 수 세기 동안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자발적으로 참여한 수십 명의 계원들이 한 달에 한 번씩 일정 금액의 돈을 내고 계를 조직한 계주가 첫째 달 곗돈을 타가는 계의 기본 방식에 큰 변함이 없다.

그런 다음 마지막 계원이 곗돈을 타갈 때까지 나머지 계원들이 매달 같은 금액을 붓고 필요하면 다시 계를 시작하기도 한다. 박 교수에 따르면 미주 한인 이민 사회에서 곗돈 규모는 월 수만 달러에서 100만 달러가 넘을 때도 있다.

투자 관점으로는 계를 이해하기 힘들다. 대신 신뢰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민간 자본 이식 수단으로 계를 이해하는 것이 좋다. 간혹 미주 한인 사회에서도 곗돈을 타고 잠적했다는, 이른바 ‘계 파동’ 기사를 접한다. 하지만 한 동네 이웃 간 계를 조직한 예전에는 집안 평판을 중시했기 때문에 곗돈을 받고 도망가는 일이 드물었다.

 

■대출 힘든 ‘소수계·취약층·신규 이민자’ 위주

이민자 커뮤니티는 여전히 높은 대출 장벽의 한계를 느낀다. 이민자가 겪는 대출 장벽은 인플레이션을 해소하려는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 긴축 정책으로 인해 더 높아졌다.

특히 높은 이자율로 대출은 꿈도 못 꾸는 이민자가 많다. Fed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대부분의 은행이 높은 크레딧 점수를 요구하는 등 대출 기준 강화에 나섰는데 소수계 이민자가 느끼는 장벽이 훨씬 크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10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히스패닉과 흑인 사업주들이 백인 사업주에 비해 대출 시 겪는 어려움이 훨씬 크다고 지적한 바 있다. 특히 신규 이민자와 서류 미비 이민자의 경우 공식적인 경로를 통한 사업 자금 대출이 힘들어 한국의 계와 비슷한 독특한 방식의 자금 조달 수단이나 ‘소액 대출’(Microfinance)에 손을 대야 하는 형편이다.

 

■라틴계 ‘탄다’ 계 문화와 흡사

라틴 커뮤니티에도 한국의 계와 매우 유사한 ‘탄다’(tanda) 문화가 있다. 미국 내 탄다 문화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는 없지만 라틴계 이민자들의 사업 성공을 돕는데 탄다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인정된다. 애리조나 주립대 카를로스 발레즈-이바네즈 인류학 및 국경 연구학 교수는 탄다를 멕시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매우 흔한 문화라고 설명한다.

예로 애리조나와 멕시코 국경 지대에서는 페소와 달러 환율 변동을 활용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탄다가 성행하고 있다. 발레즈-이바네즈 교수는 “멕시코인이 있는 곳이면 어디나 탄다가 있다”라며 탄다가 라틴 커뮤니티에서 매우 흔하게 자금 조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주 샌타클라리타 카운티 휴고 메자 검찰총장은 “예전 한국 농부들이 목돈 마련을 위해 계에 의존했던 것처럼 탄다 역시 신뢰를 바탕으로 운영된다”라고 설명한다.

메자 검찰 총장은 “이민자 사회는 다른 커뮤니티에 비해 서로를 더 많이 의지하는 경향을 보인다”라며 “커뮤니티에서 소외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탄다와 같은 문화가 유지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우체국입니다…” USPS 사칭 ‘스미싱’ 사기 기승
“우체국입니다…” USPS 사칭 ‘스미싱’ 사기 기승

“우편물 배달에 문제”무차별적 문자 메시지피해자 클릭하게 현혹개인 금융정보 등 노려 한인이 받은 USPS 사칭 사기 문자. 발신 번호에 필리핀 국가번호(69)가 찍혀 있다. [독자

에너지 절약 효자 단열재… 아무것이나 쓰면 안돼
에너지 절약 효자 단열재… 아무것이나 쓰면 안돼

주택 단열만 잘해도 에너지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추운 겨울철 외투와 같은 역할을 하는 단열재는 외부의 찬 공기가 실내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준다. 더운 여름철에는 실내 냉방

‘옐프’리뷰 읽으면 내년 홈 디자인 트렌드 보인다
‘옐프’리뷰 읽으면 내년 홈 디자인 트렌드 보인다

맛집을 찾기 위해‘옐프’(YELP)를 검색하는 사용자가 많다. 옐프는 사용자 리뷰와 평가를 기반으로, 지역 비즈니스 및 서비스를 검색하고 평가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사용자

감각 기능을 유지해야 젊음도 지킬 수 있다
감각 기능을 유지해야 젊음도 지킬 수 있다

청력 저하, 치매 위험 두 배 높이는 위험인자서서히 진행되는 시력 저하, 주기적 검진 필요 나이가 들수록 몸의 전반적인 기능이 떨어지고 시력과 청력, 후각 역시 노화로 인한 변화를

대학 신입생 등록 큰폭 감소… 등록률 낮은 대학 공략 기회
대학 신입생 등록 큰폭 감소… 등록률 낮은 대학 공략 기회

FAFSA 지연이 직접적 원인일자리 늘어 취업 선택 증가어퍼머티브 액션 취소 영향지원 대학 검색 폭 확대 전략 2024학년도 가을 학기 대학 신입생 등록률이 예년에 비해 많이 감소

AI로 심방세동 위험 예측한다
AI로 심방세동 위험 예측한다

심전도 나이, 실제보다 높을수록 발병↑“다른 심장질환 예측에도 활용 기대” 부정맥은 심장 박동이 비정상적으로 빠른 빈맥성 부정맥과 비정상적으로 느린 서맥,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간헐적 단식보다 낫다? 삼시세끼 꼬박꼬박 챙겼더니…
간헐적 단식보다 낫다? 삼시세끼 꼬박꼬박 챙겼더니…

40~60대 4500여 명 10.6년간 추적조사하루 식사횟수·인슐린 저항성 연관성 분석 공복시간을 최대한 길게 갖는 간헐적 단식이 유행하는 가운데 규칙적으로 하루 세끼를 챙겨먹는

2030 남성 노리는‘강직성 척추염’… 이것만 잘 지켜도 예방
2030 남성 노리는‘강직성 척추염’… 이것만 잘 지켜도 예방

■ 홍석찬 서울아산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아침 기상 후 뻣뻣한 느낌… 3개월에 걸쳐 통증 나타나조기 진단해 적절한 치료 받아야 척추 진행 막을 수 있어 <사진=Shutterst

원조 베낀 ‘오레오’… 세계서 가장 잘나가는 과자 된 비결
원조 베낀 ‘오레오’… 세계서 가장 잘나가는 과자 된 비결

오레오와 하이드록스의 엇갈린 운명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랑받는 과자는 무엇일까. 독일의 시장조사기관인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오레오'다. 2014년부터 세계에서 가장

신종 ‘딥페이크’ 스캠 사기 기승
신종 ‘딥페이크’ 스캠 사기 기승

AI로 지인 목소리·영상감쪽같아 더 속기 쉬워기관 사칭 등 범죄 심화내년 더욱 급증할 전망 노인과 이민자 등을 대상으로 한 사칭 사기와 보이스피싱 등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