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금리동결 배경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FRB)의 이번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 대해 다소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이는 연준이 과거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신중을 기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월스트릿저널(WSJ)은 13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FOMC 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2%로 안정적으로 둔화하고 있다는 확신을 강화하기 위해선 좀 더 좋은 지표가 필요하다”고 말한 데 대해 이같이 밝혔다.
파월 의장은 이번 기자회견에서 ‘확신하는’(confident)이나 ‘확신’(confidence)이라는 표현을 20회나 썼으며, 이날 연준의 접근법은 ‘신뢰하되 검증하라’는 표현으로 요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연준이 이번 FOMC 회의에서 연내 1차례 금리 인하를 시사하면서도 2차례 인하 가능성도 열어놨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연준은 이날 기준금리를 현행 5.25∼5.50%로 동결하고 향후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또 연준 위원들의 연내 기준금리 인하 횟수 전망치(중간값)는 기존 3회에서 1회로 줄었다. 점도표(기준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도표)를 보면 19명의 위원 가운데 7명이 1회, 8명이 2회 인하를 예상했고 동결 전망은 4명이었다. 연준의 신중론은 지난주 금리 인하를 단행한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이나 캐나다 중앙은행과 대비된다. 유로존 등은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목표치보다 높지만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도 거론하는 상황이다. 연준으로서는 이번 인플레이션 대응 과정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 하는 측면이 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 문제가 처음 부각되던 2021년 당시 이를 일시적이라 평가해 대응 시기를 놓쳤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지난해 연준과 월가에서는 성장 약화에 따라 인플레이션도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인플레이션이 다소 진정된 반면 성장은 여전히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지난 2∼3월에는 연준 위원들이 시장에 금리 인하 기대를 불어넣는 발언들을 내놨지만,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1∼3월 연속 시장 전망을 웃돌기도 했다. 골드만삭스의 얀 하치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그런 사안 이후 신뢰도에 대해 더 우려할 것”이라면서 “같은 실수를 두 번 저지르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접근법을 따를 경우 금리 인하 적기를 놓칠 위험도 존재한다. 파월 의장은 이날 그러한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뭔가가 망가지기를 기다렸다가 고치려 하는 것은 우리의 계획이 아니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12일 5월 미국 CPI가 전년 동월 대비 3.3%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4월 상승률 3.4%에 비해 낮아진 것이다. 시장도 전월과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CPI 지표에 대한 질문을 받고 “(물가상승률이 2% 물가 목표에 안정적으로 접근한다는) 확신을 쌓는 데 있어서 오늘 보고서는 진전이 있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FOMC 위원들이 5월 CPI 결과를 연준의 경제전망에 반영했는지에 대해서는 “어떤 사람은 반영하지만 대부분 사람은 일반적으로 (단 하루 만에) 반영하지 않는다”라고 말해 CPI 지표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왔다.
이런 상황이 고려돼 금리선물 시장에서는 연내 기준금리 인하 횟수를 ‘2번’으로 반영했다. 9월에 한차례 내리고 12월에 또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연준의 점도표도 예상 기간을 25년 말, 26년 말로 연장해서 보면 금리인하 전망이 많이 후퇴하지 않았음을 나타낸다. 2026년 말 예상 기준금리 중앙값은 지난 3월과 변동이 없는 3.125%로 유지됐다. 올해 덜 내리는 대신, 내년과 후년에는 한 번씩 더 내려 결국 2026년 말에는 지난 3월의 예상치와 같게 본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