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엘리트 학원
경동나비
첫광고

[주말에세이] 추억의 음식

지역뉴스 | | 2024-06-07 12:22:21

주말에세이,박인애,수필가,추억의 음식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속이 불편해서 호숫가에 갔다. 부대끼는 속을 달래는 방법은 걷거나 모로 누워 자는 거다. 비 온 후라 시원해서 걷기를 택했다. 전자는 이해하지만, 후자를 들은 이들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어릴 때 외할머니가 알려주신 방법인데, 철석같이 믿고 써왔다. 머리가 땅에 닿으면 2분도 안 돼서 깊은 잠에 빠지는 복까지 받아 한잠 자고 나면 속이 편해지곤 했다.

과식의 주범은 밀가루 음식이다. 소화력이 떨어지는지 요즘은 밥을 먹어야 속이 편한데, 포기를 못 하니 사서 고생이다. 뭘 먹을까 생각하면 면류만 떠오른다. 국수는 국적에 상관없이 좋아하는데, 단연 한국 국수가 최고다. 그래서 매주 건어물과 채소, 표고버섯, 다시마 등을 넣어 국물을 만든다. 모든 재료를 냄비에 넣고 물을 부은 후 뚜껑을 닫아 하룻밤 재운 후 아침에 끓이면 같은 재료라도 훨씬 진하고 맛있다. 국, 찌개에 쓰기도 하고 딸이 좋아하는 어묵탕이나 우동을 바로 끓여줄 수 있어서 해 놓으면 든든하다.

누구에게나 잊지 못할 추억의 음식이 있다. 내겐 아버지가 끓여준 칼국수가 그러하다.

김치와 멸치 끓인 물에 젖은 국수를 넣었을 뿐인데 너무 맛있었다. 아버지는 늘 내 그릇에 당신 국수를 넘겨주셨다. 그 손길이 사랑이었다는 것을 아이를 기르며 알게 되었다. 딸이 좋아하는 우동을 먹을 때면 나도 그렇게 된다. 이젠 세상이 좋아져서 문밖에만 나가면 세계 각국의 국수를 사 먹을 수 있음에도 아플 때면 아버지표 칼국수가 그립다. 아버지가 할 줄 아는 요리는 그뿐이었다. 국수 대신 밥을 넣기도 했는데 그것도 맛있었다. 요즘도 김칫국을 끓이면 막판엔 밥을 넣어 끓여 먹는다. 남편이 개죽 같다고 놀린다. 음! 그 맛을 모르는 게 천만다행이다.

수필반에서 수강생에게 내주는 과제 중 하나가 음식에 관한 글이다. 음식엔 추억이 공존한다. 글로 쓰다 보면 기억 저편에서 그리운 시절, 사람, 장소, 음식이 줄줄이 소환되어 이내 멋진 글 밥상이 차려진다. 글벗들과 나누며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절로 돌아가 보는 것은 즐겁고 행복한 일이다. 추억의 음식은 그리움을 달래주는 명약이기도 하다. 먹으면 거뜬히 일어나기도 하니까. 가난한 기억일지라도 추억할 것이 있다는 건 무형의 재산이다.

우박, 폭풍, 폭우, 정전으로 암흑이었던 날, 죽음의 공포를 느꼈다. 이러다 정말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도시를 휩쓸었던 폭풍이 지난 후 냉동실에서 살아남은 갈비로 찜을 만들었다. 가족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며 감사하지 못했던 일상에 감사했다. 벗어나고 싶었던 부엌에 불이 들어오니 얼마나 고맙던지, 무수리는 바보처럼 할할 웃었다. 먼 훗날, 내 딸은 어떤 음식이 그리울까. 나를 추억할 음식이 있긴 한 걸까. 사뭇, 궁금하다.

<박인애 수필가>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어빙 티슈, 메이컨 공장 증축 계획 발표
어빙 티슈, 메이컨 공장 증축 계획 발표

조지아주, 목재 산업 중심지로 부상 관리직·기계공 등 100여 직원 채용 어빙 티슈(Irving Tissue)가 메이컨 공장의 증축 계획에 대해 밝혔다. 이번 증축은 소프키 산업단

이승만 동상 한인회관에..이홍기 결정하면 문제돼
이승만 동상 한인회관에..이홍기 결정하면 문제돼

정통성 없는 한인회 결정에 누가 수긍할까소녀상 훼손 한인회가 동상... 설득력 없다 보험금 수령 은폐와 한인회 공금을 유용해 선거 공탁금으로 한인회장에 내 부정 당선돼 애틀랜타한인

방치 장례식장서 화장 유골함 수십개 발견
방치 장례식장서 화장 유골함 수십개 발견

마리에타 소재 장례식장소셜 미디어 신고로 수색일부 신원확인 표식 없어 화재로 방치된 장례식장에서 수십개의 화장된 유골함이 발견돼 경찰이 긴급 수사에 나섰다.마리에타 경찰은 20일

소는 잃었어도 외양간은 고친다
소는 잃었어도 외양간은 고친다

UGA, 여대생 살해사건 뒤 산책로에 펜스∙비상호출박스 주민 불안 여전∙∙∙추가책 요청  어거스타대 간호학과 레이큰 라일리 살해 사건을 계기로 UGA가 캠퍼스 내 산책로 안전강화에

올 추수감사절 식탁물가 조금 싸졌다
올 추수감사절 식탁물가 조금 싸졌다

칠면조 가격 하락으로10인 기준 58.08달러 올해 추수감사절에 가족끼리 모여 식사를 하기 위해 드는 음식 재료비는 작년보다 소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전미 농장연맹(AFBF)에

메이컨 교사, 디지털 아동 포르노 소지로 징역형
메이컨 교사, 디지털 아동 포르노 소지로 징역형

아동 성학대 및 착취 동영상 등 압수자원봉사자, 코치 등으로도 활동해  메이컨의 한 교사가 디지털 아동 포르노 소지 혐의로 징역 6년형을 선고받았다.  중부지방 검찰청에 의하면 판

허위 무장위협 신고 14세 고교생 체포
허위 무장위협 신고 14세 고교생 체포

캅 앨타투나고∙∙∙한때 긴급폐쇄 조치 학교에 무장한 사람이 있다는 허위 신고를 한 14세 고교 남학생이 경찰에 체포돼 구금됐다. 허위신고로 해당 학교는 긴급 폐쇄조치가 내려지기도

1980년대 가장 인기 있던 아기 이름은?
1980년대 가장 인기 있던 아기 이름은?

남아-마이클 ∙ 여아-제시카 1980년대  태어나거나 자란 미국인들은 크리스토퍼, 매튜  애슐리 그리고 사라라는 이름를 가진 친구들이 많을 듯 싶다. 이런 이름들은 당시 가장 인기

켐프 공화당 주지사협회 2025년 회장 당선
켐프 공화당 주지사협회 2025년 회장 당선

27명의 공화당 주지사 대표해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가 2025년 공화당 주지사 협회(RGA) 회장으로 선출됐다.RGA는 연례 회의 후 켐프와 몬태나 주지사 그렉 잔포르테를

케이헤리티지 스토어 단장...'11월 무료 배송 이벤트'
케이헤리티지 스토어 단장...'11월 무료 배송 이벤트'

60달러 이상 주문시 무료 배송다국어 서비스로 편의성 제공 전통문화 테마 온라인 쇼핑몰 '케이헤리티지 스토어(‘K-HERITAGE store)'가 다국어 서비스로 새롭게 개편된다.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